바낭-'새' 보고, 곁다리 잡담

2011.07.03 10:01

안녕핫세요 조회 수:1357

우리 나라 기준으로 보면 히치콕 '새'의 계절적 배경이 애매합니다. 따로 어느 계절이라는 이야기는 안 나온 것 같아요. 중간중간 딴 짓을 하면서 봐서 언급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아이들은 주로 맨다리에 니삭스. 원피스에 카디건이나 셔츠에 점퍼 차림이고, 미치는 샌프란시스코 씬은 제가 놓쳤지만 보데가 만에서는 흰색 두툼한 니트를 입고 등장하죠. 미치 어머니도 홈스펀 코트를 입고 첫등장해요. 멜라니는 아예 모피 코트를 걸치고 있는데 등장 인물들이 두 개의 계절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얄팍한 홈스펀 코트와 니삭스 정도 조합은 그런가보다 해도 모피코트는 심하죠. 홈스펀 코트도 얇아 보이진 않았습니다. 하긴 뭘 입든 자기 맘이긴 합니다만--; 


멜라니의 차는 오픈카였고, 아마 생일 파티가 있던 바로 다음날 아침인 것 같은데, 모피코트와 재킷마저 벗어버리고 민소매로 마당을 거닙니다. 

겨울에도 맨발에 슬리퍼를 신는 홍콩 날씨에도 모피코트로 멋내는 사람들은 있다니까 아마 그런 건가 보다 생각합니다. 샌프란시스코 부근의 겨울은 그리 춥지 않은가 보죠.


얼마 전에 질문 올렸던 버트 랭카스터의 'the swimmer'도  내내 날씨 생각을 하면서 보았습니다, 시종 수영을 하고 다니는데 다른 누군가는 두툼한 케이블 니트를 입고 있거든요. 

  


전 이 영화를 별로 무서워하면서 보진 않아요. 줄거리 다 알고 있는 터에 새삼 무섭게 볼 리도 없지만  애초에 이 시대 영화를 보는 제 시각이 정해져 있어서 그래요. 세 명의 고전적 미인, 미치의 그 느끼하고도 고전적인 기사도. 이런 것들을 보죠. 대부분의 히치콕 영화를 그런 재미에 봅니다. '사이코'도 역시 그렇게 봐요. 저는 당시 기준에서 '좀 막 나가는 요즘 애들'이었을 것 같은 멜라니와 애니가 아이들을 끝까지 배려하고 있는 게 내내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제일 무서운게 인간들이 물로 뜯는 거라. (불안하라고 만든 영화잖아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가 아카데미를 받았을 때요, 제 친구가 '그 할머니가 새에 나왔던 그 여자래.(아무리 이뻐봐라. 늙으면 다 똑같지 ㅠㅠ)' 하더군요. 전 막연하게 킴노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친구가 멜라니를 이야기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 '새'를 다시 보게 됐고, 미치 집 거실에 티비가 소품으로 등장합니다. 멜라니가 제시카 탠디라면 많아도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멜라니하고 나이 계산이 안 맞는 거예요.  지금처럼 네이버 지식인을 뒤질 수 있는 때도 아니고, 한참 시대 배경이 궁금했어요. 

 궁금하실 분은 안 계시겠지만, 영국에서 티비가 첫 전파를 탄 것이 1936년이라고 하니까 1909년생 제시카 탠디의 젊은 시절(특별히 시대극도 아닌) 영화에 티비가 소품으로 나온다고 해서 이상한 건 아닙니다. 그녀의 젊은 시절이라면 초창기니까 디자인은 달랐겠지요. 



 티피 헤드런이 딸 이름을 멜라니라고 지은 건 영화와 관계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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