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시나리오를 구하게 됐어요. 영화로 한번 보기도 해서 그런지, 후딱 읽어버렸네요. 근데 제가 구해서 볼 정도면 이미 많이 돌아다닐텐데, 이게 완전한 시나리오인가요? 이걸 갖고 감독판을 만든다면 본판과 많이 달라질 것도 없겠다, 란 생각이 들어서요. 참고로 제가 본 시나리오엔 영화에 등장하지 않은 몇 씬들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본 감상은.

영화에서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던 씬들, 엔딩크래딧에 등장하지만 잘린 배우들의 씬들을 알 수 있어서 영화의 전체적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이 정도임다.

 

 

1. 시나리오를 보니까, 써니들이 적어도 중산층 이상은 되는 집 딸들인 게 아주 잘 와닿아요.

영화에서 보면, 금옥이더러 '서 치과집 무남독녀 금이야 옥이야 금옥이'라고 소개하잖아요? 전 서 치과를 제대로 못 알아들어서-_-... 으응? 사채과? 그랬더라며.

또. 나미한테도, '우리 학교는 좀 살아야 올 수 있는데, 너희 집은 뭐하냐-'라는 식의 질문도 등장하고요.

상미와 나미가 소각장에서 대치할 때, '써니 가입 기준은 좀 살아야 되는 거냐'면서 상미가 빈정거리기도 해요.

모자랄 것 없는 가정에서 태어나 곱게 자란 써니들이었는데, 나이를 먹은 후 천차만별이 된 인생을 생각해보면 드라마틱하네요.

 

2. 수지에게 일이 터지고. 수지네 집 앞에서, 춘화가 비장하게 한 마디 하잖아요. 우리는 영원히 안 헤어진다는 식으로.

갑자기 왜 저렇게 비장하게 그러나.... 했더니.

그 날, 써니들은 무기정학을 당했었어요.

 

3. 엔딩크래딧에 등장했지만 영화엔 보이지 않았던. 중년이 된 나미의 오빠와, 젊은 나미의 오빠의 여자친구.

이 두 배우가 등장한 씬이 잘리지 않았다면. 감독이 써니를 통해 드러내고 있는 정치성에 대해 불편하게 느껴하는 분들이 더 많았겠다, 란 생각이 들었어요.

(여자친구에게 홀려서 학생운동에 동참한듯한 이미지로 그려진) 수배당한 나미의 오빠가 노동자를 위해 싸우겠다며 모친 앞에서 다짐하는 씬 다음에, 중년이 된 나미의 오빠가 법정에 앉은 씬이 연결되거든요.

중년이 된 나미의 오빠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을 체납한 죄목으로 법정의 피고석에 앉아 있어요. 결국 실형을 선고 받아요.

아이러닉하죠.

쬐끔 불편한 점이 없지 않았지만, 그냥 즐겁게 보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이 두 씬의 연결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느껴졌어요.

 

4. 나미짜응에 대해선 전체적으로 '귀엽다'란 묘사가 많네요. 중년이든 어린 나미든 ㅋㅋㅋ

사실 진짜 은경양은 쬐금 애늙은이 같은 느낌이라, 마냥 귀엽단 생각은 안 드는데.

무릎팍도사에 나온 유호정은 정말 귀여웠더랬죠.

 

 

그래도 감독판 개봉하면 보러가게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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