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의 날 맞이 시계 바낭

2011.07.22 20:08

안녕핫세요 조회 수:1715

1.휴대전화를 항상 손에 들고 다니긴 하는데 시계는 손목에 찬 시계로 봅니다. 시'각'이 아니라 시'간' 개념이 더 눈에 확 들어오는 건  숫자만 덜렁 나오는 디지털식이 아니라 눈금으로 표현되는 아날로그식이거든요.  디지털식은 뭔가 뇌에서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해요. 

이건 어쩌면 다년간 시간에 쫓기며 시험을 치른 경험에서 나온 선호인지도 모르겠군요. 


2.한 때는 시계를 거의 모으다시피 했어요. 금속줄, 가죽줄X은색, 금색 프레임X 시계 알의 크기X줄 디자인X숫자판 디자인 해서 무척 많은 경우의 수가 나옵니다. 한 번 빠져들면 시계가 자꾸 자가증식 하는 거죠. 

굳이 시계를 가지고 남자 판별의 기준을 삼자면, 시계 가격은 그다지 개의치 않습니다만,  후드 티를 입든 아가일 무늬 니트를 입든 정장 수트를 입든 항상 같은 시계를 차는 남자보다는  저렴한 걸로라도 제대로 옷에 맞춰서 시계 갈아 차는 남자가 좋아요. 물론 몇 천만 원 짜리를 그날의 패션에 맞춰 턱턱 갈아찬다,  이런 경우라면 더할 나위 없겠죠. 문제는  제가 그런 남자의 경제력에 맞춰 같이 놀아줄 경제력이 안 된다는 거.   


3. 어렸을 때 그리 부자는 아니어서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  특별히 비싼 물건 가진 기억은 거의 없어요. 시계가 유일한 예외입니다.국민학교 오 학 년 기준으로 시계 가진 애가 저뿐이었어요. 학도병 시체에서 만년필 빼가고 시계 빼가던 시절은 아니었지만 어린이에게 시계는 과한 물건이라는 분위기였죠. 가끔 학교 차원에서 '사치품'인 시계를 못 차게 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그 시계 사 준 것을 무척 뿌듯해 하시고, 집에 제가 집에 돌아오면 시계를 빼서  잘 보관하게 하셨죠. 그렇지만 사실 저는 역시 반 애들 중 한두 명 정도만 가지고 있던 나이키 운동화나 죠다쉬 청바지가 더 가지고 싶었습니다. 


4. 요즘은 정말 시계들을 안 차는 것 같더군요. 특별히 멋내기용으로나 차는 모양이에요. 올해 수능 치르는 조카한테 시계를 사줄까 했는데 필요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제' 시계를 책상 위에 풀어 놓아야 안정적인 시험 자세가 나오는데 조카를 슬쩍 떠봤더니 '칠판 앞에 걸어두는데 뭐' 랍니다. 하긴 제가 대입 치를 때도 시계를 앞에 걸어주긴 했어요.  

 시험이 한 달 정도 남으면 저는 약을 넣은 지 얼마 안 되었더라도 일부러 시계 두 개의 약을 갈곤했어요.

 대입 때 친구 하나가 시계가 죽는 바람에 예비 종 치고 시험 시작하기 직전에 뛰어들어왔거든요. 제 경험도 아니고 그냥 옆에서 보기만 한 건데도 시험 도중에 시계가 설지도 모른다는 게 굉장한 두려움으로 머리에 박혀있습니다.  보통 이렇게 쓸 데 없는 것에 신경쓰는 스타일이 시험을 오래 치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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