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옛날에 "영원한 것은 없다"라는 소설을 읽었는데, 이게 병원 이야기죠. 어쩌다 동네 후진 병원에 급 쓰러진 할아버지 하나가 오는데, 회복되고나자 간호사가 와서 묻습니다. "원무과에서 보험관계가 어떻게 되시냐고..." 이에 할아버지 왈 "내가 병원비를 낼 수 있는지 궁금하단 뜻인가? xx은행에 연락해 보시오. 그 은행이 내 소유요." 어릴 때였고, 미국 의료 제도에 대해 잘 몰라서 그냥 휘릭 읽고 넘겼던 내용인데, 미국의 살인적인 의료비와 엄청난 보험 부담에 대해 알고 생각해보니 무서운 장면이었어요.

 

2.

 

미드 '하우스'는 좀 더 직접적이죠. 거기 보면 하우스 말 한마디에 CT, MRI, 조직생검 등등 온갖 검사와 처방을 다 하던데 그럼 그건 얼마짜리일까요? 에피소드 중에는 커디 원장이 한 보험회사와 줄다리기를 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특정 보험 회사와 계약이 잘 안되자, 커디는 의사와 직원들을 모아놓고 "오늘 몇시까지 타결이 안되면 우린 xx보험 고객을 받을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죠.

 

하우스의 그런 장면이 그냥 이해가 안되면 행복할텐데, 하필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식의 영리 병원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주워들은게 생기다보니 슬프게 이해가 되네요. 건강보험공단이라는 거대 국가 보험회사에 가입을 하면 전국 아무 병원이나 다 갈 수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로서는 "왜 저 병원이 xx보험과 계약이 잘 안되면 xx보험 고객인 난 저 병원에 못가게 되지?"하고 이해가 안되는채로 그냥 쭉~ 살았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3.

 

트위터에서 MBC 이상호 기자가 나서서 관련 트윗을 모으고 리트윗하고 있는데, 정말 미국 병원 이용 후기는 ㅎㄷㄷ 하군요. 뭐 하나 했다 하면 기본이 수천불. 만불 넘게 나오는 경우도 다수. 미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이른바 OTC)이 그리 많은 이유도 알고보면 사람들이 돈 무서워서 병원을 못가니까 처방 없이 약 사먹고 버티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군요.

 

4.

 

영리병원에 찬성할 수 있는 논리가 없진 않습니다만,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영리병원 등장 덕분에 의술이 발달할 수는 있겠으나, 그렇게 발전한 최첨단 의술은 결국 많은 돈을 가진 일부만 누리게 될거고, 대신 최첨단, 최고급은 아니어도 적당히 치료받고 살 수 있을 정도의 의료환경이 사라져버릴 테니까요. "의료관광"으로 "외화"를 벌 수 있는데 각종 규제가 많아서 못한다는 징징거림도 많이 보이는데 그놈의 '외화획득'으로 반대 논리를 깔아뭉게는 걸(흡사 '북한의 소행'처럼) 언제까지 봐야하는지...

 

찬성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편으로는 부러워요. 저같으면 제가 지금 의료혜택에 비해 많은 건보료를 내고 있고, 건강보험 그까이꺼 붕괴된다고 해도 사보험 가입해서 지금처럼 병원 다닐 수 있는 재력이 있다고 해도...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영리병원을 불러오고 건강보험을 붕괴시키는 선택은 못할 것 같은데 말이죠. 막말로 부자 망해도 3대는 간다지만 그럼 4대는? 영리병원에 적극 찬성하는 사람들은 결국 본인은 물론 본인의 후손들도, 절대로 삐끗해서 저~ 아래로 떨어질 일이 없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말인데 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지... 잘나가던 재벌 그룹도 삐끗하면 한 순간에 날아갈 수 있는게 지금 세상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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