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조언 부탁드립니다

2011.07.10 21:31

frolic welcome 조회 수:2413

일요일 저녁,복잡한 생각 최대한 안하셔야겠습니다만,
염치불구하고 다소 무거운 글 올려봅니다
꼭좀 읽어주시고 제게 지혜를 나눠주세요

 


오늘부로 주말포함 총 6일간의 여름휴가가 끝났습니다.많이 이른 휴가…
더 덥고 더 견디기 힘들 날씨에 쉬었으면 좋았겠지만,휴식이 급했습니다.

휴가후유증이 좀 있네요.내일부터 또 그 짓(네,먹고살기 위한 일이요)을
해야한다니 싶고.

 


전 올해 스물여섯살 총각으로,부모님과 열살배기 동생을 부양하며
학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주경야독 생활도 어느덧 삼년차,힘든 만큼
보람있었지만 보람 이상으로 힘들었어요.제가 벌지 않으면 가족들 전부
나앉는 상황.아주 많은 것들을 희생해왔지만 어느 순간 내가 가져다주는
월급봉투가 덤덤한 가족들.마치 전통적인 한국 사십대 오십대 남자들의
푸념같죠.이십대 중반이란 시기를 그렇게 버텨왔고 내일부터 또 그렇게
버텨가야합니다.

 

하지만 이제 더는 안 하고 싶어요.내 가족 내가 먹여살린다는 자부심,
주경야독 생활의 즐거움,다 좋습니다.심지어 먹고 살기 위해 꾸미고
옷 사입고 연애하고,이런 사치들을 못하는 것 까지도 수용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십대 후반을 향하고 있는 지금 제 나이,아직 젊다고 하시겠지만
고졸학력에 나중에 써봤자 득도 안될 이력만 부풀리고 있을 나인 아니에요

게다가 전 제 장래희망과 미래의 목표 따위가 매우 분명한 사람입니다
원하는 바가 흐릿하다면 하는 일이나 열심히 하며 좀 더 고민해보겠지만
단 하루라도 빨리 전 제 꿈을 이루고싶고 그러기 위해선 이 생활을 그만
두어야 합니다.저 자신만을 위해 돈을 써야해요.

 


하지만 그러기엔 가족들이 또 밟힙니다


아버지는 솔직히 안타까울 것 없어요
본인 무능이고,저한테 지은 죄도 많은 양반이고.

 

하지만 제가 일을 그만둘경우 경제적 책임을 비롯한 수많은 짐들 중
상당부분은 저희 어머니,심지어 열살배기 동생에게도 돌아갑니다

 

얘길 안 해 본 것은 아니에요

나 공부하고싶다.집에 생활비를 보탤 순 없겠지만 식대 교통비 통신비
포함 십원 한 푼 집에 요구하지 않겠다.학비며 뭐며 전부 내가 벌겠다
그러니 지금처럼 공장에서 하루 열두시간 생활은 그만하게 해 달라
시급제 비정규직으로 어디든 전배받으면 내 생활할 만큼은 벌면서 학업
및 기타 내 자신을 위한 여러가지 투자에 전력할 수 있다

이기적이라더군요.비난도 나오고.

 


그래서 ‘여지껏 수고했다’까진 아니어도 어떻게 너만 아느냔 식의
반응은 너무한 것 아니냐며 진짜로 안하겠다고 선언해버린 게 지난 4월입니다
결국 이번 여름까지만 돈 부치는것으로 합의봤습니다만…
문제는 글 서두에 밝힌대로 오늘이 여름휴가 마지막날이란 겁니다

칠월 지나 팔월 지나고 추석이 되어,부모님쪽에서 먼저,
약속한 시기까지 잘 버텨주어 고맙다.네 앞가림 하거라.해 준다면
좋겠지만 사실 그럴 일은 없어보여요.여름까지만 이라는 약속이
이행되려면 그냥 제가 지원을 끊어야합니다,저 스스로.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당장 제가 가져다주는 돈에서
백만원돈만 빠져도 길바닥에 나앉아 뒹굴 것이 뻔한 양반들인데
제가 제 꿈 이루겠답시고 집 나가면,그래서 정말 길바닥 신세라도 되면,
그때 제가 제 어머니와 동생 다시 볼 수 있을까요

하지만 염치 챙기자고 이 생활 버티기엔 이미 3년이 지났고
어떻게든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앞으로 얼마나 더 갈지 알 수 없습니다

 


어떤 결단을 내리든 제 선택이고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란 걸 알아요
하지만 정말 너무 고민됩니다

제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여기계신분들께 조언을 좀 구해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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