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수해 입은 동네의 옆동네 정도에 살고 있습니다.(방배동이 5개정도로 나눠져 있는지라..)

저희는 다행히 수해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이웃에서 한명만 건너면 수해 입은 분들을 알고..

제 주변에도 집에 토사가 들어와서 가재도구며 뭐며 싹 다 날리신 분 있습니다. 

(지하실에 물 퍼낸 정도로는 웃으면서 얘기할 무용담이 될 분위기..)

어제 뵈었는데 원래 쾌활하고 명랑하던 분이라 말씀을 평소같이 하시길래 처음엔 별 피해 없으신 줄 알았어요.


집에 아이랑 있었는데 갑자기 하수구로 물이 올라와서 퍼내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지갑 든 가방만 들고 아이 데리고 나오셨답니다.

아이 잃고, 가족 잃은 집 얘기를 들으니 본인 가족이 건강히 있는것만으로도 고맙다 하시더라구요.

자원봉사자들도 그렇게 얘기하고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구요.

아이들은 친척집에서 있고, 학원도 가고 그런대요.

걔들이 충격이 적은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엄마 뭐 없으니까 사야되는데라고 얘기하는 철부지들이라고 그러십니다.


괜찮으시다고 계속 그러시고, 얘기도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하셔서 저도 웃으면서 얘기를 했는데,

만나면 늘 수다로 꽃을 피우시는 분이 제가 하는 질문에만 대답하고 있다는 걸 시간이 좀 지난 다음에야 깨달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너무 두통이 심해 약 먹으면서 집 정리하고 있다고..

물소리, 빗소리에 가슴이 두근두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동네의 누구는 물살이 너무 세서 건져줄 수 없기에 떠내려가는 이웃을 그냥 멍하니 봐야만 했다는 말, 

동네의 누구는 토사가 들어 일곱살 아이를 잃었다라는 말도

제 지인분의 두통도..

생각만 하면 제 맘이 울컥울컥하는데..


네. 자원봉사자들 놔두고 놀러가네하는 글을 기사화한 글을 보고(그 글이 또 여러 커뮤니티에 돌기도 했구요) 거기에 달린 댓글을 보니   

사람을 그룹지어서 이름을 붙이면 미워하기도, 사랑하기도 쉽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착잡했습니다.

저도 세상엔 별별 사람이 다 있다고 생각하는지라.. 일어났다고 해도 놀랍진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뭐가 확실히 파악된 일도 아니고 제가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밖의 도움을 받으면서 원래 생활로 돌아가려고 애쓰고 있는데..

정말 부유해서 집 하나쯤..인 분들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집이나 가게에 물이 들면 여타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렇듯

작지 않은 타격이에요.


서초구의 오세훈 득표율이 59.1%였었더군요. 

그를 찍지 않은 사람이 한 40%가 된다는 얘기인데..

자연재해는 공평해서 다들 비를 맞고, 수해를 당합니다.

사람들의 가시돋힌 말도 '강남은..'이란 말로 공평하게(사실 듣는 사람만 들으니 공평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맞게 되는 것 같네요.


찰리 브라운처럼 'Rain, rain, go away'라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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