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08 15:27
모기 : 자?
사람 : 어떻게 왔어. 전자 모기향도 새 걸로 바꿨는데.
모기 : 처음엔 모기향 때문에 못 살 줄 알았는데. 모기도 계속 살라고 그런지.. 적응이 되더라... 흐흐
사람 : 안 왔으면 좋겠다. 내일 출근 해야 해.
모기 : 그냥 또 여름이라. 어떻게 사나 이야기나 하려고.
사람 : 이야기가 아니라 피 때문이겠지.
모기 : 또 빈정거린다.
사람 : 빈정? 작년 여름에 너한테 물린 자리 창피해서 반바지도 못 입었어. 노숙하냬 나보고.
모기 : 반바지 못 입는 게 대수야? 난 하루 종일 빈 방에서 밤만 되기 기다렸는데. 너는 니 할 일 다 하고 오자마자 홈메트나 켜고.
사람 : 누가 나만 기다리래. 자기 생활을 누가 만들어줘?
모기 : 내가 하루살이야? 조용히 와서 형광등이나 노닥거리다 가라고?
아냐 너 내 생각하면서 밤새 괴로웠으면 좋겠어. 긁다 긁다 다리가 피떡이 됐으면 좋겠어.
사람 : 그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자다가도 너 앵앵 거리는 날개짓 소리 한 번들으면 밤새 뒤척여.
어떤 날은 불을 번쩍 켜고는 너 어디있나 흰 벽이며 아무것도 없는 방안 공기며 미친 사람처럼 훑어.
그러다 넌가 싶어 숨 죽이고 다가서면 작년 여름에 너랑 툭닥거리다 말라붙은 핏자국이더라.
아, 작년 여름에도 이 모양이었지 우리. 어쩜 그렇게 똑같니. 한 치도 발전이 없어.
모기 : 사람과 모기는 원래 그렇게 사는거야. 너는 도망친 거고.
사람 : 사라져. 내 몸에 흐르는 피에 독을 타고 싶어.
모기 : 비장한 척 하지마. 너한테는 짜증의 문제였지만 나는 매일 밤 니 독한 손 짓 한 번에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래도 견뎠어.
사람 : ...... 괴롭히러 온 거야?
모기: 아냐... 갈거야.... 그런데 모기 잘 물리는 사람은 다른 게 아니야. 달콤한 피라도 흐르는 냥 숨을 내뱉지 마.
진짜 싫으면 침대에 따로 모기장이라도 쳐. 그런데 넌 아마 안 그럴걸? 낮엔 덥다고 창문도 열어 놓을걸? 넌... 아니다, 안녕. (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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