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에 관한 몇 가지 기억

2011.07.14 10:04

DH 조회 수:1807

개인적으로는 채식보다는 육식을 좋아하긴 하는데... 하도 육식이 건강악화의 원인으로 많이 지적되니 이제 좀 바꿔야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채식은 배고프고.. 맛도 없고.. ㅠㅠ 전에 육식 이슈가 한참 시끄러울 때 육식에 관한 몇몇 기억을 정리했던 것들입니다.. 뭐 딱히 결론이 있는 글은 아니고 그냥 그런게 있었다는 이야기..

 

1.

 

보스턴리갈 시즌 4에서 새로운 인물인 칼 색 이사가 등장합니다. 데니 크레인 이사와는 견원지간. 칼 이사는 업무 회의에서 "법원에서 강제로 맡긴 형사사건"을 떠맡을 사람을 구하는데 이 사건이 알고보니 닭싸움을 시킨 닭 주인 사건입니다. 동물학대로 기소되었는데, 결국 칼이 이 사건을 맡아 이길 수 있는지를 두고 데니와 내기를 걸고 치열한 변론을 합니다.

 

(보스턴리갈에 보면 내기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닭싸움 사건은 20만달러를 걸었죠. 달러로 말하니 별로 감이 안왔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이거 2억이잖아요????)

 

그 사건에서 최종변론에 나선 칼의 이야기.

 

닭으로 사는 건 행복한 일이 아니다. 서로 쪼지 못하게 부리는 자르고, 빨리 자라도록 각종 약물을 투여받고, 좁은 곳에 갖혀 살고, 그러다가 얼마 살지도 못하고 도축된다. 그런데 이 싸움닭은 어떤가? 이 싸움닭은 진짜 음식을 먹는다. 충분히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지고, 첫 싸움에 나서기까지 2년 이상 살게된다. 어찌보면 이 닭싸움꾼이야말로, 닭에게 정말 닭다운 삶을 살게 해준 것 아닌가?

 

오... 그럴듯한데?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결국 닭이 선택할 수 있는건 나름 행복하게 살다가 죽어라 닭싸움하다 피흘리고 죽는거랑, 한 번도 행복하게 못살다가 도축당하는 거 두 개밖에 없는건가 하는 생각이... 닭답게 살다가 늙어죽는건 애초에 없는 옵션 ㅠㅠ

 

2.

 

한편 영화 날아라펭귄에 보면 채식주의자라서 살기 힘든 청년이 나오죠.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냐고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언젠가 바지락을 요리하려고 사왔다가 냉장고에 넣는 걸 잊고 그냥 두고 잤다. 그런데 자는데 밖에서 계속 바스락 바스락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 너무 무서워서 나와보니, 그 바지락들이 내는 소리더라. 아... 저것들도 살려고 저렇게 움직이는구나. 생명이 있는 거구나... 그 이후에 이런 데에 관심이 생겨 동물 도축하는 것도 보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육식을 못하게 됐다."

 

3.

 

예전에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트위터에 "잔치날에나 먹던 고기를 매일 먹을 수 있게 된 건 공장식으로 동물들을 키우게 된 것 덕분이다. 이렇게까지 육식을 많이 해야하나 생각해봐야 한다"고 한 게 생각나네요.

 

4.

 

전에 본 동자승 관련 다큐 프로에서 동자승들을 키우는 스님이 무려 고기를 주면서 "나중에 본인의 삶을 어떻게 선택할지 모르는데(아마 스스로, 혹은 부모가 선택한 게 아니라 키워줄 사람이 없는 아이를 절에서 자연스럽게 동자승으로 키운 경우였던 걸로 기억)... 성장기에 고기도 안주고 정말 절 식으로만 먹이면 키 안클까봐... 어쩔 수 없이 주면서 나중에 계속 절에 살고 싶으면 먹으면 안된다고 가르친다"고 한 걸 보니 육식을 마냥 포기하기도 그렇고... 아 난 다 컸으니까 괜찮나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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