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연간 행사로 있는 지갑을 줍는 날입니다.

 

버스 좌석 바닥에서 우연치 않게 여성용 장지갑을 발견했는데

연락처가 없을까 지갑 안을 뒤져보다가 학생증을 발견했어요.

 

머리가 긴 청순한 스타일의 학생인지라 무심결에 아 미인이다라고 내뱉었는데

그 소리에 옆에서 잠들고 있던 남자분의 눈이 번쩍!!! 0.0

 

제가 손에 쥔 학생증을 유심히 보더니

 

제가 그 학교에 다녀요. 제가 그 지갑 주인 분을 찾아 드릴께요.” 라고 제안을 합니다.

 

그 간곡하고도 이글이글 초롱초롱한 눈빛에 감화되어 그 분께 지갑을 맡기고 말았어요.

 

그 분은 오늘 여자분의 지갑을 찾아 드리겠죠? 어떤 사례를 받고 싶었던 걸까요?

소개팅이랄지 소개팅이랄까 소개팅 같은 것은 아무리 바래도 안될 텐데.

 

지갑남의 하루가 문득 궁금해 집니다.

 

 

그런데 오늘 겪은 에피소드 때문에 그 동안의 미미했던 제 삶의 미스테리 들이 떠오릅니다.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볼께요.

 

 

2. 중고거래를 즐겨하는 편입니다. 어느날은 레어한 컴퓨터 부품을 팔려 했어요.

 

커피샵 앞에서 보기로 문자로 주고 받고는 당일 약속에 나섭니다.

그런데 나타난 분이 의외로 샤방한 여자분이었어요.

보통은 이런 컴퓨터 거래는 남자분이었거든요.

 

까다로운 부품인지라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다음 약속시간이 2시간 정도

남았길래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따라 들어오시더니 커피를 시키고 제 앞에 털썩 앉는 거예요.

 

무슨 문제 있는 거냐고 물어 보니까 자신도 약속시간이 남아서 커피를 시키는 거라고

무심한 억양으로 답변을 하십니다. 괜시리 그 자리가 어색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냈는데

재밌는 공연이나 맛집 같은. 그 분의 대답은 한결같이 시크한 단답형이더라고요.

 

그래서 그 어색함에 제가 먼저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그 분이 시간 남았으면 좀 더 같이

있어달라고 해서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래서 케익이라도 시킬까요? “ 라고 물으니 그제서야 환한 표정으로 !”라고 대답하시더라고요.

하지만 그때뿐 케익만 깨작깨작 드시고는 다시 시크한 도시녀 컨셉으로.

 

서로 약속시간이 다 되어서 같이 자리를 뜨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몇 시간 후

 

이모티콘과 하트로 점철된 오늘 케익 맛있었어요. 감사합니다.”라고 그 분에게서 문자가 옵니다.

 

전 그분의 이미지와 쉽게 연상이 되지 않아서 흠칫 놀라며

 

이상 없이 물건 구입하셨다니 다행이네요. 문제 생기면 연락주세요.” 라고 답문을 주었습니다.

 

그 뒤로는 한번도 연락이 되지 않았죠.

 

중고거래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케익녀였습니다.

그 분은 지금도 간혹 모르는 사람과 케익을 드시고 있는 걸까요?

 

 

3. 이번에도 카페에서의 에피소드 입니다.

 

사실 주의가 산만한 편이라 주변 사람들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우연치 않게 보게되는 미인을 보는 경우가 남들 보다 늦는 편인데

어느날은 커피를 마시다 우연치 않게 창가에 앉아 있는 모델 포스를 뽐내는 미녀를 발견했어요.

 

검은색 자켓에 검은색 미니스커트, 검은색 스타킹까지 올 블랙의 시크한 도시녀는

늘씬한 다리를 뽐내며 책을 읽는 자세를 취했는데 불편해 보이는 자세와 미녀의 이미지가 조합되어

마치 마네킹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아무리 이목을 끄는 미인이라지만 그 자태를

계속 쳐다보는 것은 실례라 생각하고 책으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그리 두껍지 않은 일러스트집이었는데 나무 그림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어쨌든 커피를 다 마시고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하였습니다. 거기서 볼일을 다 마치고

한 시간 반 정도 후에 다시 그 카페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 여자분이 여전히 창가에 앉아 있는 거예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한시간 반 전과 똑같이 불편해 보이는 그 자세로 똑 같은 페이지의 책을

펼쳐 놓고 계셨던 거예요.

 

순간 제가 꿈 속에 있는 건지 아니면 한 시간 반 이전의 사차원 세계에 빠진 것인지

혼란스러워 하며 마구 달려나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 분은 진짜 마네킹이었을지도 몰라요. 피팅 모델이었다면 사진사라도 있어야

할 텐데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으니.

 

한 시간 반 동안 굉장한 미인이 불편한 똑같은 자세로 혼자 앉아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정말 궁금해 집니다. 아니 그 미녀 분은 그 시간 동안 헌팅도 한 번 안 당했던 걸까요?

 

 

4. 헌팅하니까 중국에 출장나가서 한국인이 경영하는 퓨전 중식당에 간 날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꽤 큰 식당이라 메뉴가 참 많았는데 맛나 보이는 메뉴가 많을지 언정

혼자 왔기 때문에 볶음밥인가 국수인가 이 정도로만 고심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옆자리에서 모녀분이 메뉴를 주문하셨는데

웨이터 분께서 이 것은 여자 분 두 분이서 드시기에는 양이 많을거다 라면서

다른 것을 권고하시더라고요.

 

전 그 소리를 듣고 그 메뉴를 찾아 봤는데 정말 맛나 보이는 요리더라고요.

사이드 메뉴도 푸짐한데 가격도 저렴해 보이고. 그래서 혼잣말로

 

아 나도 누군가하고 같이 왔으면 이 메뉴 시키는 건데 라고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조용한 식당에 제 목소리가 컸는지 이 소리를 들은 아주머니께서

 

혼자 왔으면 같이 식사하자고 제안을 하시더라고요.

 

전 음식에 이끌려 냉큼 네!라고 하고 염치 없이 합석을 했습니다.

 

관광으로 오셨다 길래 모녀분이 같이 다니는 것이 보기 좋다고 따님분이 아주머니를 닮아서

미인이라고 이런 저런 칭찬을 해 주었어요.

 

어쨌든 식사를 다 마치고 인사를 나누는데 아주머니께서

 

아 중국에 놀러와서 우리 딸 헌팅도 다 당해보네라고 한마디 하십니다.

 

아니 아주머니!! 헌팅이라니요!!!!! 식사제안은 아주머니께서 하신 거잖아요!!!

마음 속으로만 항변을 하며 웃는 표정으로 헤어짐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것 제가 헌팅한 것 아니죠? 헌팅이라면 아주머니께서 하신 거죠?

제 헌팅의 첫경험이 이런 것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T.T

 

 

5. 아주머니 하니까 생각나는 미장원 아주머니 이야기.

 

원래 머리 모양을 크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닙니다. 그냥 머리가 길면 시간이 날 때

보이는 헤어샵을 주로 이용하는 편인데. 어느 날은 공연을 보기로 하고 시간이 남길래

머리를 자르리라 마음을 먹었어요.

 

그런데 약에 쓰려면 개똥도 없다더니 평소에 그렇게 잘 보이던 헤어샵이 유난히 그 공연장

근처에는 보이지 않는 거예요. 동네어귀로 막 들어와서 찾고 있었는데

 

굉장히 허름해 보이지만 웬지 주인 아주머니의 포스가 마치 방망이 깍는 노인 같은

장인의 포스가 풍겨져 나오길래 동네 미장원을 들어갑니다.

 

역시나 동네 미장원답게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를 사사로운 이야기를 하시는데

아드님 자랑을 특히 많이 하시더라고요. 제가 홍대에 자주 간다고 하니까

자기 아들이 스무살부터 홍대에서 옷 장사를 하는데 이제는 자기 가게를 갖게 되었다고

 

! 아드님이 장하시겠어요.” 라고 맞장구를 쳐주니까 그럼~! 이제 며느리만 있으면 되지

한마디 하십니다.

 

이윽고 머리를 다 깍고 계산을 하려 돈을 내미는데 그 아주머니께서 제 손을 보시더니

한마디 하십니다.

 

아이고! 총각~ 손이 참 곱네. 내 아들하고 사귀었으면 좋겠어~ ^_^”

 

아니!!! 며느리가 급하시다면서 손이 고운 총각을 왜 소개시켜 주고 싶은 건가요!!!!! T.T

 

역시나 마음 속에서만 반문하며 나가는 문을 엽니다.

 

등 뒤로 들려 오는 아주머니의 인사말.

 

다음에 또 와요. 그 때에는 내 아들 소개시켜 줄 테니

 

 

아니 먼 이 곳까지 와서 머리를 단장하고 당신 아들 만나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머리 속은 혼란스러워지며 그 총각 소개시켜 주던 아주머니가 있던 미장원은

영영 머리 속에서 지워지고 말았습니다.

 

 

 

6. 이번에도 찰진 헤어샵의 이야기입니다.

 

평소에 잘 가는 헤어샵이 있었습니다. 특별히 담당 헤어디자이너를 두지 않지만

단정하게 잘라 달라고 하면 머리를 자를 때 졸고 있어도 특별한 요구 사항 없이

머리를 잘 잘라 주시거든요. 그래서 이 헤어샵에 갈 때는 비몽사몽의 정신으로

머리를 자르곤 합니다.

 

머리를 다 자르고 머리를 감아야 하는데 평소에는 여자분이 감겨 주시는데 이 날은

남자분이 머리를 감겨 주시더라고요. 미미한 아쉬움이 들었지만 내색하지는 않고

아직 몽롱한 정신상태에서 머리를 감는 동안 가수면의 상상에 빠져 듭니다.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었나 봐요. 입꼬리가 살짝 올라 갔는지

 

그 남자분이 머리를 감다 말고 한마디 하십니다.

 

 미소를 지으시네요. 느끼셨나 봐요. “

 

아니!!! 제가 느끼긴 뭘 느껴요!!!!

 

순간 제 잠은 확 달아나 벼렸지요.

 

설마 여기가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마음대로가 아닌 그런 곳인가!!

 

머리 속에서 불길한 상상이 뻗어 올랐지만 다행히 잘 계산하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잘 못 들은 거겠죠?

 

늦지 않으셨나 봐요 라던지. 느끼한 것 드셨나 봐요 라던지.

 

그 분은 무슨 의도의 말이 하고 싶었던 걸까요?

 

하지만 그 뒤로 다시 그 곳에 가지는 못했네요. -_-

 

 

7. 마지막으로 사진 하나 올려 놓을께요.

 

전 가끔 냥이가 지구상의 생물체인지 의심할 때가 있어요.

맨인블랙의 팬인지라 냥이가 외계상의 생물체가 아닌지 의심할 때가 있는데

저희집 앞에서 결정적인 사진을 찍고 말았습니다!!! +_+

 

보세요.

 

 

 

이게 지구상의 생명체가 가질 수 있는 눈빛인가요!!??

제가 정신이 깜빡 거릴 때가 있는데 아마 분명히 누군가 제 머리 속을 지우고 있는 거라고요!!!

 

 

번외 :

 

이번 주 일요일에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듀솔클 나는 솔로다 세번째 번개로 브런치 번개가 있어요.

남자회원분들의 고사로 남자회원이 참석비율이 좀 낮은데 참석을 희망하시는 솔로 남성분은 쪽지 주세요.

 

듀솔클은 찰교가 있긴 하지만 들어올 때도 나갈 때도 마음대로 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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