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과 매매춘 합법화

저도 얼치기 기독교인입니다만, 종교 신앙이 한 개인의 실제 의식과 행동으로 체현되는 부분은 서로 제각기입니다.
기독교적 신앙에 의거해서 성매매를 반대하는 미국의 보수적인 기독교인들도 막상 구약 예언자서에 나오는 선지자들의 평등과 공의에 관한 외침에 대해서는 무관심할 겁니다.
소망교회와 순복음교회의 성직자들이 부자를 향해 저주를 퍼붓는 아모스서 2장과 3장 말씀을 주의깊게 읽을 것같습니까?
소망교회와 순복음교회에 모피코트와 명품백을 걸치고 인품좋은 미소를 띄우면서 나오시는 사모님들께서 아모스서 4장의 '바산의 암소들아'라는 부잣집 마나님들에 대한 경멸이 담긴 귀절을 새겨들을 것 같나요?

또다른 한편으로는 동성애에 관대한 자유주의적 개신교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동성애에 관대하고 동성애자 성직자까지 두기위해서 반드시 레위기 18장 22절과 20장 13절의 反동성애 발언에 관한 문장은 어떻게해서든지 해결하고 가야합니다. 그 구절을 아예 무시하든가, 아니면 동성애에 유리하게 재해석을 하든가 해야합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또 유명한 성경 구절이 바로 겨자님이 인용하신 고린도 전서에 나옵니다.

불의한 자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할 줄을 알지 못하느냐
미혹을 받지 말라 음행하는 자나 우상숭배하는
자나 간음하는 자나 탐색하는 자나 남색하는 자나
도적이나 탐욕을 부리는 자나 술 취하는 자나
모욕하는 자나 속여 빼앗는 자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하리라

고린도전서 6장9~10절

만약, hubris님이나 제가 이 고린도전서 6장 9-10절을 근거로 들면서 동성애를 반대하거나 혐오하는 태도를 취한다면 겨자님은 좋아하실 겁니까?
물론, hubris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기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이 고린도전서 6장 9-10절을 캐무시합니다
게다가, 저 개인적으로는 이 고린도전서를 쓴 사도 바울에 대해서도 그렇게 대단하게 보지 않습니다.

겨자님이 고린도전서의 한 구절을 이용해서 기독교도인 상대방의 성매매에 대한 입장을 비판하는 것은 그래서 별로 영양가있는 비판이 못됩니다.
일종의 트집잡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도 상대방이 '나는 그 구절을 안믿어'라고 선언해버리면 성경의 권위에 근거한 공격도 쉽게 무력화됩니다.

성경의 권위에 근거한 비판이 모두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성경이라는 텍스트에서 어떤 컨텍스트를 끄집어내느냐라는 해석에 대한 싸움이 바로 기독교 2천년동안 벌어진 갈등의 역사였던 점을 떠올리면, 성경 구절의 권위를 타자에 대한 공격으로 인용하는 것은 매우 성급하고 과격합니다.

겨자/
저는 겨자님이 일부 성경 구절을 근거로 성매매에 대한 저의 입장을 비판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겨자님의 이 글에서도 그렇게 느꼈고, 지금까지 접해온 겨자님의 글로 보아 충분히 그렇게 짐작됩니다. 겨자님께서는 기독교인으로써 충분히 해볼만한 고민에 대해서 질문하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주제지만, 크게 두 가지만 말씀드릴께요.

우선, 성경을 구절대로 믿는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라고 해도, 정책을 펼 때의 기독교인은 종교적 신념을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던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에 파병하는 결정을 내린 것을 예로 들지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것은 노무현의 도덕적 판단입니다. 그것이 옳다고 믿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라크 파병은 국가의 이익에 부합합니다. 노무현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나의 도덕적 신념에 반하지만,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내가 대표해야 하는 국민의 이익에 맞고 그것이 대통령으로서는 윤리요 도덕입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힘든 윤리적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고, 그런 의미에서 그를 존경합니다.

만약, 정책적 결정을 해야 하는 기독교인이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기독교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성매매를 하지 않는 것이 옳습니다. 그게 1조든 아님 지구 전체의 돈이든 그렇습니다. 하지 말라는 계시는 어기지 않는 것이 신과의 나와의 관계에서의 약속이니까요.

둘째, 성경을 저처럼 구절대로 믿지 않는 기독교인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시 가격을 불문하고 성매매를 하지 않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제가 농담처럼 하는 이야기이지만, 저는 원 나잇 스탠드가 가격이 0인 성매매와 같다고 보고 있고, 혼전 성관계도 편익보다 비용이 높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물론 사람들의 관념은 거기에 맞지 않고, 사람들은 미래의 편익보다는 당장의 즐거움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원 나잇 스탠드에 대한 죄책감은 거의 없고, 혼전 성관계는 막을 수도 없고, 자제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가격이 1조인 성매매에 와이낫?, 이라고 말한 이유는 뭘까요. 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격이 1조이면서 아무도 알 수 없는 성매매에 응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저라고 해도 예외이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제가 성경을 구절 그대로 믿는 타입의 기독교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가격이 1조인 성매매는 일종의 시장의 왜곡이기 때문에, 그런 돈은 받아서는 여러 일에 쓰고 싶은 마음을 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그렇다면 복음주의 기독교가 아니더라도, 옳지 않은 일일까?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그런 마음은 대부분의 경우 타협이고 자신과 하는 거짓말이니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존경하는 몇몇 극소수의 인물들은 어떠한 선택을 할까? 논란이 될만한 이야기지만, 저는 그 분들의 경우 결국은, 긴 명상과 고뇌와 기도 끝에, 그 거래에 응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돈을 그들이 의도했던 방식으로 쓸 것이라고 봅니다. 1조라는 돈은 나의 성매매로 인해서 내가 볼 밖에 없는 기독교인으로서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수 만 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돈이니까요. 물론 그런 일은 현실세계에서 생기지 않을 것이고, 과연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예외 없는 완전한 도덕성이란 건 예외가 존재하는 불완전한 도덕성보다 때로는 저차원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제 생각이 다 옳을 수는 없고, 더 생각할 여지도 많을 겁니다.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어쨌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는 기독교인도 성매매를 한다는 현실에 놀랍지는 않지만, 다른 조건이 같다면, 분명히 기독교인 남/여성이 성매매를 덜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도덕적 부담이 분명한 비용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근데 하마터면 이 글은 못 보고 지나칠 뻔 했네요.

그러니까...1조원을 준다면 성매매 할 수 있다는 가정을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남자라는게 문제죠. 여자
뭐 현실적으로 이 돈을 걸고 성매매를 요구할 수 있는 여성을 상상하기가 힘들거든요. 동성애자는 말할것도 없고.
그러니 이렇게 끝도없는 얘기가 나오는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