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끔 회사에서 뭘 나눠줄 때가 있습니다. "인터넷 이벤트 페이지를 통해 신청하신 분들 중 100분을 추첨하여 책을 드립니다" 뭐 이런거요. 근데 이런 이벤트를 하다보면 가끔 난감한 전화를 받습니다.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께서 전화하셔서 "거 이번에 무슨 책 준다며? 나도 하나 받고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 하시는 거죠. "네.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www..." 라는 설명을 하려하면 "아니 난 컴퓨터 할줄 모르고. 주변에 부탁할 사람도 없는데. 그냥 한 권 보내주면 안되나?" 하시면 이걸 어째야 하나 난감합니다. 그냥 드리자니 애초에 공포해놓은 약속을 어기는거고, 무조건 안된다고 하자니 '소외계층'을 만드는 데 일조한 것 같은 죄책감이 들고요.

 

2.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고 일이 쉬워지는 건 또 아니더군요. 모든 사람이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눈높이 시스템은 정말 만들 수 없는 걸까요. ㅠㅠ 방금 받은 전화.

 

"가입을 했는데, 로그인이 안되요."

 - 그래요? 가입 잘 되셨나 확인해볼게요. 아이디가 어떻게 되세요?

"모르겠어요."

 

응?

 

"아니 계속 비밀번호 틀리다고 나오고. 모르겠어요. 그래서 새로 가입하려고 했는데 주민번호가 겹친다고 가입 안된데요. 거기서 뭔가 잘못한 거 같아요. 제 가입내역 삭제해주세요."

 - 말씀이 맞다면 시스템에서 뭔가 제대로 꼬였다는 뜻인데요. 그건 저도 손을 못대니 시스템 담당이랑 통화 해보시겠어요?

"아 전화하기도 피곤해요. 그냥 그쪽에서 업체에 설명하시고 저한테 전화하라고 하세요."

 

네... 해드리죠... 저희 잘못이라 하시니...

 

그러나... 확인해보니 멀쩡히 가입이 되어있고, 그냥 본인이 아이디를 까먹은 거. ㅡㅡ; 아이디/비밀번호 찾기 기능도 있는데 뭘 어떻게 한건지 못찾겠다고 하고...

 

 - 확인해보니 aaaaaa 라는 아이디로 가입이 되어 있으시네요.

"아 그래요? bbbbb 아니었어요?"

 - 보니까 그건 가입할 때 적으신 이메일 아이디 이신데요.

 

3.

 

지금 나의 상황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가보다 하는 점을 매일 느끼고 있습니다.

 

이거 안되는데요? - 어떻게 안되시는데요? - 아 하여간 안되요 - ㅠㅠ     패턴의 통화를 하루에도 몇번씩 하니... ㅠㅠ 또 그러면서도 제가 어찌 해주지 못하고 있으면 "아 똑바로 만들어야지 이게 뭡니까. 안되잖아요. 월급 받고 하는 일이 뭐야. 노는거야?" 등등의 폭언도 같이 따라오고요. 정말 저희 시스템이 완벽하지 못한 경우도 있지만, 알고보면 2.의 경우처럼 본인이 가입한 아이디를 본인이 모른다거나.. 아니 뭐 그건 술먹고 가입했으면 모를 수 있다고 치고... 뻔히 화면에 한가운데에 있는 클릭 버튼을 죽어라 없다고 우기는 건 무슨 경우인지.. 버튼을 숨은그림찾기처럼 숨긴 것도 아니고 그 정도면 상식적인 위치에 뒀다고 생각하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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