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놀라실지도 모르겠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저는 김말이를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먹어 봤어요.

학교 근처에 아주 작은 분식집이 있었는데 떡볶이보다 김말이가 더 많이 팔리는 집이었어요.

그 집에서 떡볶이 시키는 애들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의 애들이 그 뚱뚱한 김말이를 시켜 먹었죠.

김말이용 특제 소스가 케첩통에 따로 담겨 있었기 때문에 떡볶이 국물도 필요 없었거든요.

떡볶이 가게가 아니라 김말이 가게라고 해도 좋았죠, 뭐.

토요일이면 붐비다 못해 미어터질 지경으로, 뭐 초큼 과장해서 거의 압사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애들이 몰렸어요.

처음 먹었던 김말이라 맛있었을지도 모르긴 한데 저와 달리 평생 김말이를 먹어 온;; 다른 애들도

입에 거품 물고 그 김말이를 찬양했던 걸 생각하면, 그리고 주변에 있었던 다른 분식집 김말이를 먹었을 때는

"아.. 이거 아닌데. 이건 김말이가 아닌데." 했었던 걸 생각하면 확실히 단순히 '처음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졸업한 이후 지금까지... 10년은 안 지났지만 어쨌든 참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도 그 집처럼 맛있게 김말이를 하는 집은 못 봤어요.

약간 집착인가 싶을 정도로 길거리든 체인 분식집이든 김말이가 있는 곳에 가게 되면 꼭 김말이는 먹어보는데 항상 실망해요. 

결국 나중에 졸업한 고등학교 찾아갔을 때 선생님들한테 여쭤보니 없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어이구우. ㅠㅠ

평생 그 김말이 다신 못 먹고 죽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다고 큰 미련으로 남지는 않겠지만 혹시 또 모르죠.

죽을 때 김말이 타령을 할지도.

혹시 김말이로 유명한 그런 분식집 없나요?

블로그 같은 걸 봐도 삭이니 미미네니 분식집에 대한 포스팅은 꽤 많은 것 같은데 특별히 김말이만으로 유명한 듯한 집은 안 보이더라고요.

로열 패밀리라는 드라마를 제대로 보진 않고 그냥 집안 사람들이 틀어놓는 걸 배경 음악처럼 자주 들었었는데

'김마리? 김마리가? 김마리가 누구야' 뭐 이럴 때마다 저는 마냥

아아 김말이...

했을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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