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몇 분 전에 제 방 방바닥을 가로질러 가는
엄청난 돈벌레 (대략 검지보다 좀 짧은 크기였어요 모델도 아닌 주제에
그 많은 다리들은 어찌나 기시던지. 이렇게 묘사하는 동안에도 소름끼치네요)를 목격,
방구석으로 빠르게 자취를 감추길래 패닉 상태로 3초간 있다가 화장실엘 갔다왔어요.
그리고 내 눈에 '뛰'지마라 제발 하는 심정으로 다시 컴터를 하고 있는데
컴터 뒤에 벽을 타고!! 이번엔 아주 여유롭게!! 저를 비웃듯이!! (그놈이 눈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그 순간 왠지 저랑 눈이 마주쳤단 느낌이 강하게 들더군요.) 문쪽으로
사라지더라고요... 본의 아니게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보니 몸에 마디(?)도 있고...
왜 그런거 있잖아요. 뭔가 봐서는 안될것같은데 시선을 돌릴 수가 없는 거..
벌레가 문쪽으로 사라진 것만 알고 방안에 있는지 나갔는지도 몰라서
문열고 (제가) 도망치지도 못하고 침대위에 피난민 자세로 쪼그려앉아 폰으로
글 작성중입니다 ㅜㅜ 목격 직후에는 어찌나 놀랐는지 그대로 굳어서 갑자기 울린
푸시(스마트폰) 소리에도 놀라고 눈 비볐는데 제 속눈썹이 그놈 다리같아 놀라고
가장 두려운 것은 이놈이 어디 숨어있다가 어느 방향에서 나타날지 모른다는
거네요 ㅜㅜ
물론 벌레보다야 제 몸의 부피가 몇 천 배 크다는 건 이성적으로는 알지만, 저는
일단 제 상식선의 돈벌레 크기를 가볍게 뛰어넘은 그 벌레의 포스에 이미
압도당한듯 합니다.. 그 녀석이 언제 뭘 먹고 그리 커져서 감히 방 주인이 불 켜고
앉아있는데 간도 크게 나타나냐 가 아니라, 벌레님 활동하실 때까지 잠 안 자고
인터넷 쇼핑몰 구경을 밤늦게까지 한 이 우매한 인간의 잘못입니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ㅠㅠ...


앗 -헌데 겁에 질려 이 글을 작성하는 사이 문이 우연히도 살짝 열렸네요.
아무래도 오늘은 제 방 말고 다른 데서 자야될 성 싶습니다
벌레님 잘못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제발 플리즈 제 눈 앞에 나타나지 말아주셔요.....)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