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17 23:24
주말 저녁이군요.
오늘까지 해야 할 일들이 많았는데, 끝내지 못하고 있어요. 하기는 싫고, 그 김에 잡담.
얼마 전 친구가 안경을 맞추는데 함께 가서 봐달라는 거에요. 남대문 안경 상가엘 갔습니다.
점원이 이런저런 안경테들을 권하겠지요. 권해주는 테들이 어느 국산 브랜드에 치중하는 느낌이었어요.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꽤 괜찮은 물건이라며 제품의 특징을 설명. 연예인 협찬 사진들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그러다 우리는 예기치 않게도 설명 속에서 푸른 지붕의 '그분'을 맞닥뜨립니다.
"처음에 그분이 쓴 안경이 일본 제품이었고, 해외 제품이라고 비판을 받자, 최근에 쓰게 된 국산 제품이 바로 이 브랜드! 이거슨 대통령이 쓰시는 안경! 믿을 수 있는 품질!"
설명의 요지였어요.
설명 속에 그분이 등장하자 우리는 어딘지 근질근질해져 웃는지 마는지 하는 얼굴로 엉거주춤 듣는데, 친구가 작게 중얼거립니다.
"그렇다면, 쓰고 싶지 않은데....."
귀밝은 점원이 이에 반응했습니다.
"네에~! 그분이 쓴다고 하면 안 쓰겠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많아요~! "
우리는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너무나 밝고 태연한 태도, 왠지 모르겠다는 말, 웃지 않고는 못 배기겠더라구요. 점원은 친절로 무장한 태도로 자신은 '구매 거부 현상의 원인'을 모른다, 라고 하는데 그게 왜 그렇게 웃기던지. 시치미를 떼는 듯 웃는 눈에 장난끼도 느껴지고 여튼, 우리 셋은 이심전심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무언의 폭소만 길게 터뜨렸다는.
'그분'은 어쩌다 이렇게 비호감이 되었을까 ( 아, 이유를 알고 있지~)
비호감의 정도가 높구나 ( 아, 이것도 알고 있었지~)
최고의 품질을 자랑해도, 그분이 쓰시는 걸 나도 쓰고 싶지는 않구나 ( 뭐ㅡ, 그 회사는 그래도 흥했겠지? )
이 점원은 이 제품을 권할 때 매번 '그분' 얘기를 할까? ( 복불복으로 할 거 같긴 한데? )
등등의 생각을 했네요.
+
요즘 나온 제품들 안경다리가 중국 기예단의 몸처럼 유연하게 휘어지더군요. 잘하면 안경다릴 말아접을 수도 있겠던데요. 아기 젖병? 만드는 소재, 뭐 그런 거라고 하는데, 무게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었어요.
저도 하나 장만하고팠지만, 참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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