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의 반말 존댓말은 저어어엉말 낭비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대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서로 얼마나 존대하면서 이야기를 해야 할지, 뭐라고 불러야 할지, 저 사람이 나를 뭐라고 불러야 예의바른 것인지, 미리 판단을 해야 하죠. 정말 아무 짝에도 필요 없는 판단인데 말입니다. 끊임없이 그 판단을 하느라 두뇌 용량이 잡아먹혀서 다른 지적인 활동에 필요한 자원을 뺏기는 기분입니다. 


동갑인 사람하고만 친구가 될 수 있도록 사회적 관계의 틀을  좁혀 놓죠. 정확히 말하면 동갑도 아니에요. 같은 학년이랑만 말을 놓죠. 동갑이랑 말을 놓는다고 하면, 내 생일부터 +-6개월에 태어난 사람들과 말을 놓아야 할 텐데, 어디 그런가요? 12월 31일에 태어난 아이는 다음 날인 1월 1일에 태어난 아이에게 형 소리를 듣잖아요.


자기가 여자인지 남자인지에 따라 쓰는 단어가 아예 달라지는 일본어를 생각하면... 더 암담하고요.


(물론 한국어도 발전한 면이 있죠. 일단 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로 넘어간 것, 그리고 띄어쓰기 도입한 것, 그리고 한자 병기하지 않고 한글로만 쓰기. 두뇌의 쓸모없는 자원 낭비를 막고 입체적이고 빠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변화들이죠. 물론 한자 공부는 중요하고 의미가 있습니다만.)


영어는 관계성 측면에서는 평등한 편이지만 그놈의 관사!!!를 생각하면 울분이 치밀어오릅니다. 관사 없이도 잘 살 수 있는데 대체 왜 그딴 게 있는 거죠!!!


불어를 생각하면 더 화가 납니다. 관사에 젠더와 축약과 연음까지 있어서 아주 짧은 문장을 말할 때에도 온통 지뢰밭을 걸어가는 기분입니다. 게다가 발음하지도 않을 자음이 단어 끝에 왜 그리 붙어 있는 겁니까?! 발음 안 할 거면 쓰지도 말라고!! 가장 최악은 젠더. 책상, 의자 같은 것이 왜 남성, 여성이어야 하는데? (중성까지 있는 언어들은 생각도 하기 싫네요.. 하아..)


영어는 덜하지만 역시 영어에도 he/she가 있죠. 화자가 문장 속 주어의 성별을 특정하고 싶지 않을 때에도 피해가는 것이 불가능해요. 그리고 본인의 성별을 남/녀로 특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언어의 장벽에 갇히게 되죠. 그래서 2015년 미국방언학회는 they를 성별 없는 단수 대명사로 쓸 수 있다고 발표합니다. 한편 ze, e, ey, hir, xe, hen, ve,ne, per, thon 등도 제안되었고... Mr. Ms. 대신에 Mx.라고 쓰기 시작했죠. 이미 페이스북에서는 성을 수십 가지 중에 하나로 고를 수 있게 해 놨고요. http://techland.time.com/2014/02/14/a-comprehensive-guide-to-facebooks-new-options-for-gender-identity/  미국에서는 이미 성중립 대명사를 사용한다고 자랑스럽게 내거는 어린이집/유치원들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변화는 느릴 겁니다. Miss, Mrs. 대신에 Ms.가 널리  쓰인 것도 수십 년 걸렸으니까요. 


아무튼 모든 언어의 에스페란토화가 시급합니다!!

어디까지나 불어 공부하다 좌절해서 이러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내가 젠더 맞춰가며 불어를 말하는 날보다 불어의 젠더 철폐 운동을 해서 젠더 없애는 날이 더 빨리 오지 않을까 주판알을 굴려 봅니다. (옆에서 같이 공부하는 친구도 화이팅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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