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가난한 동네의 도서관

2019.08.10 04:04

applegreent 조회 수:1230

집에 있으면 자꾸 강아지들이랑 놀게 되서 오늘은 동네의 도서관에 왔습니다. 

올해 초에 이 동네로 이사왔는데, 지난 5년 사이에 집 값이 두배 정도로 뛴 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아직도 집 값이 많이 오르지 않은 지역이예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게토 거든요. 

몇년 전만해도 이 동네의 대로에는 저녁이 되면 손님을 찾아 서성이는 여자들이 많이 보였다고 해요.

제가 사는 미국의 도시는 1960년대만 해도 고속도로를 기준으로 서쪽으로는 유색 인종이 살 수 없었던 도시라, 리버럴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인종 간의 경계가 좀 확연히 드러나는 그런 도시입니다. 멕시코에 가깝다보니 멕시코계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지만, 이들의 대부분은 고속도로의 동쪽이나, 아주 남쪽에 살고 있어요. 흑인들은 역시 고속도로의 동쪽이나 북쪽에 살고 있고요. 

이 동네는 고속도로의 서쪽이지만 고속도로에 아주 가깝고, 북쪽에 좀 더 가까워요. 그래서 그런지, 그 전 동네에서는 전혀 볼 수 없던 흑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요.


도서관 입구에는 안전 요원이 앉아 있습니다. 도서관에 총을 찬 안전 요원이 있는 것은 이 도시의 도서관들 중에서는 처음 본 것 같아요. 

요즘 날씨가 너무나 더워서 40도를 오르내리는데 그래서 그런지 에어콘 바람을 쐬러 온 것 같은 사람들도 많이 있네요.

저는 전원을 꽂을 수 있는 테이블에 자리잡고 앉았는데, 좀 더러운 옷차림에 냄새가 심하게 나는 중년의 백인 남성이 들어와서 맞은 편에 앉았어요. 한 30분간 앉아서 전화기를 충전하고 나가셨어요. 아마도 홈리스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뒤로는 관리가 잘 된 가발을 쓴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흑인 여성이 들어와서 앉았어요. 역시 전화기를 충전하면서 인터넷을 보는 듯 하더니 지금은 고개를 내려뜨리고 졸고 있어요. 

12시 정도에 왔을 때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2시, 더위가 한참이라 그런지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맞은편 옆자리에도 젊은 흑인 남성이 들어왔는데, 역시 전화기 충전과 더위 피함이 목적인 듯 합니다. 머리를 책상에 묻고 자고 있어요. 그런데 마리화나 냄새가 이 남자랑 1미터 정도 떨어진 저한테도 심하게 나네요. 


전에 살던 동네는 전통적으로 백인들이 많이 살던 동네였는데, 최근에 인도와 중국계 이민자들이 많이 늘어났고 새로 이사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인도 사람인 것 같아보였어요. 학군이 좋은 동네는 다 그렇듯이. 그래서 주말이 되면 동네 학교 운동장에서 크리켓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동네 공원에서는 일요일 아침마다 중국 할머니들이 모여서 태극권을 하고요. 


지금 도서관 옆에 큰 길이 있는데, 예전에는 매춘부들이 서있던 이 길에 이제는  밤이 되면 음식 트럭들이 알록달록한 전구 불을 달고 영업을 시작합니다. 타코 트럭들인데 영어는 하나도 안 써있는, 메뉴가 전부 스페인어예요. 

전에 친구랑 갔다가 뭔가 뭔지 몰라서 메뉴에 있는 걸 한 개씩 다 시켰는데, 곱창과 위? 간으로 만든 타코가 나와서 특이했었어요.

곱창을 좋아하는 친구 말에 따르면 매우 맛있었다고 해요. 


글을 쓰고 있는데 안전 요원이 와서 자고 있는 맞은 편의 젊은 남자에게 여기서 자면 안된다고 경고를 주고 가네요. 

그럼에도 아랑곳 없이 이 남자는 자고 있지만요 ㅎㅎㅎ


저도 이제 미루기는 그만두고, 제 글로 다시 돌아가야 겠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79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5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699
125080 프레임드 #656 [4] Lunagazer 2023.12.27 86
125079 이선균씨를 비판한 걸 후회합니다 [2] Sonny 2023.12.27 1261
125078 訃告 - 이선균 (1975-2023) [24] 상수 2023.12.27 2070
125077 연말결산 - CGV아트하우스 영화흥행 Top5, izm올해의 싱글, 앨범(국내, 팝) [2] 상수 2023.12.26 355
125076 에피소드 #69 [2] Lunagazer 2023.12.26 66
125075 프레임드 #655 [4] Lunagazer 2023.12.26 64
125074 백만년만에 뽄드칠을 해봤어요 [7] 돌도끼 2023.12.26 258
125073 킹스 퀘스트 4 음악 [2] 돌도끼 2023.12.26 81
125072 [디즈니플러스] 아직은 크리스마스니까! 시즌 무비 '솔드 아웃'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3.12.25 350
125071 프레임드 #654 [4] Lunagazer 2023.12.25 78
125070 [아마존프라임] 코엔 형제 '스타일'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블로 더 맨 다운'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3.12.25 274
125069 최근 본 드라마와 잡담 [6] thoma 2023.12.25 454
125068 기형도, 성탄목 - 겨울 판화 3 중 [7] jeremy 2023.12.25 280
125067 [강력비추] 레벨 문;;; [14] LadyBird 2023.12.25 607
125066 캐롤 앨범 중에는 이게 부동의 1위여요. [7] jeremy 2023.12.25 505
125065 [핵바낭] 일 다 끝냈습니다 & 일상 바낭 & 메리 크리스마스 [14] 로이배티 2023.12.25 406
125064 이런저런 잡담...(어른들의 말) 여은성 2023.12.25 226
125063 송창식-밤눈 [2] jeremy 2023.12.24 153
125062 프레임드 #653 [4] Lunagazer 2023.12.24 64
125061 Ocn 나홀로집에 1편 지금 해요 [1] 가끔영화 2023.12.24 11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