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래 게시글의 헬스클럽 꼴불견 그림 중에 저도 하나 해당되는 게 있을 수 있겠군요. 

 

    꼴불견이 되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타인들에겐 눈꼴 사나운 모습일 수도 있는 헬스장 패션리더(그런데 저 그림의 의미가 제가 생각하는 것과 상통하는지는 확신이 없지만). 저는 헬스장 단체운동복 안 입고 늘 제 운동복을 따로 입거든요. 운동 오래 하다보니 갖고 있는 운동복도 많고 예쁜 운동복 있으면 종종 새로 구입도 합니다. 가장 최근엔 색상이 너무 예쁜데다 세일까지 하는 SHOCK ABSORBER 브라탑을 2개 구입했어요(자랑!). 제가 주로 입는 운동복 차림은 저런 브라탑에 하반신을 바짝 조여주는 고탄력의 운동 전용 레깅스를 입지요. 아, 물론 그 위에 몸에 붙는 나시 하나쯤은 입어줍니다. 요즘 처럼 추운 날씨엔 운동용 점퍼를 걸쳐주기도 하고요.

 

     저런 차림으로 운동한 지 오래 됐고 저는 너무 편합니다. 어차피 운동가서 저는 누구와도 말섞는 일이 없기 때문에, 입을 한일자로 굳게 다문 채 운동에만 집중하는 저에게 그날 무슨 운동복을 입을까 하는 건 조금 즐거운 고민이지요. 그리고 라인을 살피며 스스로 운동량을 조절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처음엔 여자 라커룸에서부터 '얘 뭐야?' 라는 듯한 다소간의 시선집중을 받기도 했지만, 그것은 그것을 의식하고자 하는 기분탓이라고 치부했을 뿐, 뭐 아무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는 편하고 좋다지만 혹여 남이 봐서 민망할 만한 신체부위까지 신경쓰고 있고요. 요즘엔 한국의 헬스클럽에서 이런 운동복차림 그닥 튀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저를 꼴불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듯 저도 꼴불견이라고 생각하는 헬스장내 회원들이 몇 종류 있지요.

 

   1. 왜  트레드밀 끝내고 보고있던 텔레비전을 끄지 않는 걸까요? 뒤에 누군가가 바짝 붙어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해도 일단 끄는 게 좋은 거 아닌지),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그런 물건은 첨부터 아예 거기에 없었다는 것처럼 방금 전까지 낄낄대며 보던 테레비를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냥 갑니다... 도대체 왜 그런지 이유를 아시는 분?

 

   2. 헬스클럽은 다양한 신체의 부위와 기구들의 쓰임새 등등을 고려한 운동 영역이 엄연히 나뉘어 있습니다. 그렇게 구획정리가 된 이유는 전문적인 운동영역 분류에 기초한 것일 수도 있고, 무엇보다 자칫 운동기구나 소품들의 위험성 때문이 아닐까요. 제가 다니는 곳은 파워렉존에서는 덤벨이나 그 밖의 기구를 들고 들어오지 못하게 되어 있음에도 기어이 덤벨을 들고 들어와 보는 사람도 아슬아슬하게 만드는 분들 계십니다. 것도 너무나 진지한 모습으로.

 

   3. 읽고 난 신문이나 잡지를 비치대의 제자리에 두는 것은 엄청난 기대치이니 크게 바라지도 않지만, 왜 열두 폭으로 펼쳐 읽던 신문조차  접어놓고 가지 않을까요? 그것도 땀에 젖어 있어 다른 사람이 차마 만지지도 못할 정도로 난감하게.

 

  4. 라커룸에서 느끼는 불만과 짜증은 천일야화지만 그 중 몇 가지만 하자면,

 

  4-1.운동 끝나고 샤워하기 전 화장실 한 번 다녀오는 게 그렇게 어려운 지 샤워장 들어가면 이건 뭐;;;

  4-2. 왜 자기 젖은 몸 닦은 수건을 수거함에 넣지 않는 걸까요? 수거함이 차고 넘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그 위에 던져만 놔도 될 텐데 몸 구석구석 닦은 젖은 수건을 쓰던 자리 아무데나 그냥 놓고 곱게 화장하고 가는 분들 보면, 그래 네 남자에겐 깔끔하고 살뜰하겠지 싶은 못마땅한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듭니다. 물론 라커룸을 청소하는 것도 직원들의 몫이라 생각해서 그렇겠지만 남이 쓰고 방치한 젖은 수건 밟거나 걸리적거릴 때마다 불쾌합니다. 수거함에 그냥 휙 한 번 던지고 가면 될 텐데요...

  4-3. 헤어드라이어로는 진짜 머리카락만 말렸으면 좋겠습니다. 헤어라고 다 같은 헤어가 아니;;;

  

  5. 민감한 얘기일 수 있는데, 운동하면서 특히(어떤 남자분들) 근력을 쓰느라 호흡이 가빠지고 그러다보면 비명 비슷한 소리가 나오는 건 알겠는데, 그것과는 좀 다른 느낌의 소리를 내뱉는 분들이 많다는 것. 특히 한 두 명의 여성회원들이 섞여 있는 벌크존에서는 일부러 저러는 건가 싶을 정도로 거북한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어떤 여성분들도 그러하다는 것을 알고는, 그 모든 것을 방지하느라 저는 역시 입을 한일자로 굳게 다물고 화난 사람처럼 운동만 합니다.

  

  5-1. 이거 개인적으로는 정말 예민한 건데, 많은 남성회원들에게선 왜 그렇게 냄새가 날까요?
헬스장에서 운동 열심히 하니까 땀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 라는 기본 전제 말고, 진짜 이상한 냄새요. 술냄새 담배냄새 또는 뭐 남자남새(응?) 라고 할 만한 거 말고... 악취라고 밖엔 표현 못할... 제 후각이 그렇게 예민한 편은 아닌데 정말 괴로울 때 많아요. 그 냄새의 정체가 뭘까요. 그냥 제 각각의 체취들이 뒤섞여 공기중을 맴도는 것도 아니고 개별적인 냄새들입니다. 이건 꼴불견의 영역보다는 제 괴로움의 영역이군요.

   

  6. 가끔 아주아주 이상한 폼으로 헬스장을 휘젓고 다니며 운동하는 분들 계십니다(셔플댄스는 아직 못봤다는 게 다행인가). 사실 조금 웃기고 어떨 땐 방해가 되어 짜증나지요...

  

    막 써놓고보니 뭔가 적나라하면서 살짝 꼰대스럽고 그렇지만 속이 후련한데, 결론은 그렇다고 해서 내가 헬스장을 전세낸 것도 아니고 저 회원들이 나를 때린 것도 갈군 것도 아니니 내 윤동이나 열심히 하자며 그냥 넘어 갑니다. 늘 이맘때면 새해가 시작되어 그런 지 신입회원들이 대거 늘어나서 늘 가던 시간이면 운동을 할 만한 공간과 기구에 여유가 없는 요즘, 아마도 이 여파는 설이 지나면 더 가중되겠지요. 그렇지만 1년간 헬스장 회원의 증가와 감소 추세 싸이클을 익히 아는 저로서는 그냥 다시 입을 굳게 다물고 운동에 전념하는 예전과 같은 삶을 살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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