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캅스 같은 영화를 두고 사람들이 양쪽으로 갈라져서 극단적인 날을 세우는 걸 보면서 비참 비슷한 기분을 느꼈던 경험을 생각하면 감개무량하기까지 합니다.
여성주의 형사물을 만드려면 이정도는 해줘야죠.

이 작품을 굳이 여성주의 틀에 가둘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단순히 여성주의 작품으로서 뿐 아니라 장르물로서도 아주 훌륭해요.
강간 피해자들이 주변 인물들의 선의와 상식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떤 피해와 고통을 겪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한 부분이 가장 두드러지는 점이겠죠.
느껴지지도 않는 감정을 들이밀고 같이 분노하고 울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절제되고 최대한 구체적으로 사태를 보여줘요.
수사와 관련한 인물들도 절대적인 악이나 비상식적인 사고방식과 행동을 보이는 사람도 없고요.
수사는 초인적인 기지와 번뜩이는 지혜보다는 수많은 사람의 협력에 의해서 모래알을 쌓아가는 과정에 가깝게 묘사 되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수는 있을 지언정 서로를 존중하며 기본적인 프로세스를 따르고요.
피해자들은 고통에 몸부림치고 당하기만 하는 약자이자 절대선이 아닌 충격적인 사건의 경험을 안고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용기있고 평범한 사람들이고.
강렬한 감정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차분하게 유지되는 톤이나 논리적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플롯, 사소한 행동이나 슬쩍 던지는 말 한마디로 캐릭터의 성격을 보여주는 묘사 같은 것들도 아주 세련되었어요.
요즘은 여성이 주인공이면 무조건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서도
하루 남은 휴일에 채널 돌리는 거 말고 다른 할 일이 없는 분들께 알차게 보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0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7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15
125969 [KBS1 독립영화관] 교토에서 온 편지 [2] underground 2024.04.12 231
125968 프레임드 #763 [4] Lunagazer 2024.04.12 54
125967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 공식 예고편(이사카 코타로 원작, 안은진 유아인 등 출연) [2] 상수 2024.04.12 298
125966 칼 드레이어의 위대한 걸작 <게르트루드>를 초강추해드려요. ^^ (4월 13일 오후 4시 30분 서울아트시네마 마지막 상영) [2] crumley 2024.04.12 143
125965 '스픽 노 이블' 리메이크 예고편 [4] LadyBird 2024.04.12 201
125964 리플리 4회까지 본 잡담 [3] daviddain 2024.04.12 219
125963 란티모스 신작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 티저,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놀란영화 12편 순위매기기 상수 2024.04.11 189
125962 [왓챠바낭] '디 워'를 보고 싶었는데 없어서 말입니다. '라스트 갓파더' 잡담입니다 [13] 로이배티 2024.04.11 329
125961 프레임드 #762 [4] Lunagazer 2024.04.11 57
125960 스폰지밥 무비: 핑핑이 구출 대작전 (2020) catgotmy 2024.04.11 92
125959 총선 결과 이모저모 [22] Sonny 2024.04.11 1386
125958 오타니 미 연방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9] daviddain 2024.04.11 410
125957 10년 전 야구 광고 [2] daviddain 2024.04.11 132
125956 22대 총선 최종 의석수(업데이트, 21대와 비교) [1] 왜냐하면 2024.04.11 510
125955 [핵바낭] 출구 조사가 많이 빗나갔네요. 별로 안 기쁜 방향으로. [14] 로이배티 2024.04.11 1157
125954 프레임드 #761 [2] Lunagazer 2024.04.10 75
125953 [핵바낭] 아무도 글로 안 적어 주셔서 제가 올려 보는 출구 조사 결과 [22] 로이배티 2024.04.10 1066
125952 [왓챠바낭]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의 영화 만들기 이야기, '영화 너무 좋아 폼포 씨' 잠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4.04.10 179
125951 간지라는 말 [7] 돌도끼 2024.04.10 361
125950 우리말에 완전히 정착한 일본식 영어? [5] 돌도끼 2024.04.10 37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