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과 [벌새]

2019.10.15 15:36

룽게 조회 수:662

제목 그대로 두 영화를 지난 주말에 봤습니다.

개봉하는 즉시 보겠다고 별렀지만 여차저차 미루던 와중에 허겁지겁 극장 상영 스케쥴 막바지에 보게되었네요.

[우리집]은 제작소식을 들었을때 부터 기대하고 있던 작품이었습니다. 윤가은 감독의 전작인[우리들]과 제목도 한끗차이고여전히 장기로 인정 받는 아이들이 중심인 이야기로 영화를 끌고 나갈것이라는 정보 때문이었죠.

막상 영화는 [우리들]이 주었던 서늘함이나 조마조마함대신 장르적으로 익숙한 길을 가고 있습니다. 

부언하자면, 이게 나쁘다는 의미로 쓴 표현은 아닙니다.

전작인 [우리들]의 강렬함 때문인지 그 연장선에 있을 줄 알았던 영화는 [우리들] 보다는 [콩나물]에 더 가깝습니다.

주인공인 하나 역시 장르적 모험담의 주인공에 충분히 부합하고요. 하나는 마치 [콩나물]의 주인공 보리 (김수안)가 그대로 컸으면 저랬겠다 싶은 느낌이었습니다.

하나는 반에서 선행상을 받을 정도로 이타적이고 (물론 부모님 조차도 인정안해주는 상이지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주인공으로서의 행동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들]과 비교해 좀 낮은 평가를 받는 것도 오히려 이부분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우리들]의 선은 어딘가 수동적이고 주눅들어 있는 그야말로 흘러다니는 주인공 처럼 보여서 

감정이입이 쉬웠는데 하나는 소년소녀 모험물의 주인공 같으니까요.

어느쪽이 윤가은 감독이 영화속에서  원하는 세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우리집] 쪽이 훨씬 좋았습니다.

[우리들]의 설헤인이 카메오 출연한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나중에 KMDB를 확인해보니 카메오가 아니더라고요. 배역명도 [우리들]과 동일하고요. 게다가 선 역의 최수인과 그 엄마(기생충의 장혜진)아빠도 동일하게 출연합니다. (아마 분식점 장면이었겠죠? 훌쩍 커서 못 알아봤어요)

즉 [우리집]은 [우리들]과 같은 세계관이고 [우리들]의 선과  지아는 잘 자라고 있다는 이야기랍니다. (감독 인터뷰에서 확인한 내용)


특히 어린 배우들의 연기를 통제한다기 보다는 창조해내는 윤가은 감독의 능력은  [우리집]에서도 여전합니다. 

15세 이하의 배우를 출연시키는 영화를 찍는 감독들은 의무적으로 윤가은 감독에게 20시간 정도 '아역배우와 함께 영화만드는 법' 강의를 수강한 다음 연출을 할 수 있도록 나라에서 의무로 지정해야 해요.


여담으로 윤가은감독의 주인공들(김수안-최수인-김나연) 얼굴을 늘어놓고 보니 이 분 배우 취향은 정말 확고하시군요.


[벌새]는 주변 지인들의 칭찬이 극성맞아 보게 되었는데, 극성 부릴만 하더라고요. 

영화에 대한 감상은 듀나님이 이미 적확한 단어들로 잘 요약해놓아서 따로 덧붙일 말은 없을 것 같은데, 저는 그 장엄함이라는 표현이 좋았습니다.

정말로 중딩 여자아이의 한시절을 그리면서 샛길로 안빠지고 상실감이나 소외라는 감정선을  우직하게 끌고 나가는 영화일줄은 몰랐습니다.

그럼에도 흠을 잡자면 주연을 맡은 박지후 배우는 벌써부터 스타의 아우라가 강해서 현실적인 몰입감이 조금 덜했다는 정도?

나도 언젠간 빛날수 있을까요? 라고 물어보는데 저라면 

"너 그 얼굴로 뱅뱅사거리 나가봐라, 바로 기획사 매니저들이 명함들고 달려올거니까 걱정마." 라고 해주고 싶었습니다.



덧붙여, 최진리 배우의 명복을 빕니다.

평안을 찾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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