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리 결론부터 적고 시작하자면, 뺄 살이 넉넉하게 많을 수록 당연히 그걸 줄이기도 쉽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살을 뺀 후에 그걸 꾸준히 관리를 안 하면 다시 뺄 살이 많아지겠죠. 그러면 다시 또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고 이걸 반복하면 다이어트에 열 번도 넘게 성공하는 습관성 프로 다이어터가 될 수 있겠죠. 이것이 비결입니다!!!



 - 음... 그러니까 지금껏 살면서 다이어트라는 걸 세 번 정도 해봤습니다. 지금은 네 번째.


 20대까지는 먹어도 먹어도 살이 안 찌는 마른 체형이었어요. 하루 세 끼 다 챙겨 먹고 저녁에 술 먹고 안주 먹고 집에 들어와서 속푼다고 라면 끓여먹고 자는 짓을 주 6회 반복을 해도 살이 전혀 안 쪘죠. 별로 좋을 건 없었습니다. 그 시절엔 남자가 많이 마르면 없어보인다고 불쌍히 여기던 시절이라... 억울하네요. ㅋㅋ

 그러다 취업 후로 살이 좍좍 붙기 시작했었죠. 역시 규칙적인 생활과 보람찬 업무란 인간의 건강에 해로운 겁니다.



 1.

 첫번째 다이어트는 서른 갓 넘었을 때였는데요. '다이어트'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집 근처에 헬스장이 새로 생겼는데 되게 삐까번쩍해서 오고 가다 계속 눈에 띄더라구요. 그래서 어느 날 쌩뚱맞게 '나도 난생 첨으로 저런 데서 운동이란 걸 해 볼까' 라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할인에 낚여 6개월 등록을 했고. 등록한 김에 다녀봤는데 어이 없게도 운동에 빠져 버려서(...) 거의 매일 두 세시간씩 운동을 하다 보니 살이 빠졌고. 살이 빠지니 갑자기 그걸 의식하게 되면서 '운동한 것도 아까운데 당분 높고 칼로리 많은 건 좀 덜 먹어볼까' 라는 식으로 행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이어트가 되어 버렸던 거죠.

 그땐 그렇게 살이 찐 때도 아니었는데도 두 달 만에 거의 7킬로가 빠졌고 체력도 좋아지고 우왕굿 라랄랄라...... 하던 그 시절은 어처구니 없이 끝이 났는데요.

 직장에서 되게 무거운 거 옮기라고 젊은 남자들을 부르길래 달려갔는데. 저랑 같이 들던 분이 그걸 놓치시는 바람에 그 여파로 제 허리가 와그작.


 난생 처음 다쳐본 허리였는데 꽤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한 달 넘게 겔겔거리며 살았고, 당연히 운동을 못 갔고, 허리가 다 나은 후엔 다시 다니기 시작할 엄두가 안 났고, 그대로 헬스와 빠이빠이하면서 다시 음식도... 뭐 그랬네요.



 2.

 두 번째 다이어트는 그로부터 대략 4~5년 후였죠. 

 이땐 정말 살이 많이 쪄서 애초에 '다이어트를 하자'고 맘 먹고 노력을 했습니다.

 그럴 필요까지도 없었지만 기왕 하는 김에 결심을 다져보겠다고 세간에서 합리적이라는 평을 받던 다이어트 겸 운동 책도 한 권 사서 거기에서 시키는대로 열심히 했죠.

 운동은 거들 뿐, 식단부터 조절하고 와라(...)라는 그 책의 가르침(치곤 너무나 소박하지만)대로 달고 짠 거 멀리하고 단백질이랑 채소 많이 섭취하면서 집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맨손 스쿼트나 체조 틈틈이 하고... 하다 보니 이번엔 세 달만에 9킬로가 빠졌습니다. 

 근데 이때 알게 된 슬픈 사실. 나이를 먹고 살을 빼니 사람들이 '어디 아프냐?'고 물어보더군요. 얼굴이 삭은 게 리얼하게 드러나서... 참 보람 없더라구요. ㅋㅋㅋㅋㅋ


 문제는, 사실은 문제는 아니고 그냥 '핑계'는 이번에도 직장에서 찾아왔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무진장 스트레스를 받으며 남들 몇 배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서 맨날 기분도 더럽고 운동할 짬도 안 나고 그러면서 맨날 새벽까지 일을 하고, 에라 모르겠다 하고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고... 결국 반년도 안 되어서 원상태로 돌아왔죠.


 웃기는 건, 그랬더니 사람들이 얼굴 좋아졌다고 반가워하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다시는 다이어트 같은 거 하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3.

 하지만 뜻하지 않게 세 번째 다이어트를 하게 되었는데, 제가 육아 휴직으로 한 학기를 쉬었을 때의 일입니다.

 사실 제가 육아 휴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여유롭지가 못하거든요. 정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내린 결정이었는데, 휴직 전에 이렇게 저렇게 열심히 계산을 해 보니 뭐 그럭저럭 반년은 버틸 수 있겠다... 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쉬어 보니 돈이 모자란 겁니다. 그래서 강제로 하루 세끼 모두 집밥을 (그것도 제가 직접 지어서 ㅋㅋ) 먹고. 가끔 특별식이라고 해봐야 라면이나 하나 끓여먹고... 이렇게 된 거죠. 

 결과적으로 그 반년 동안 외식도 거의 안 하고 배달 음식 전혀 안 먹고 간식도 안 먹고 음료는 물만 마시며 (솔직히 커피는 사마셨습니다. 왠지 그마저도 포기하면 너무 사람 사는 게 아닌 기분이 들 것 같아서 ㅋㅋ) 본의 아닌 절식 & 건강식 생활을 하며 살다 보니 아무 운동도 안 하고 아무 노력도 안 했는데도 반년동안 9킬로가 빠졌습니다.

 휴직 끝나고 직장에 돌아오니 절 보는 사람들이 모두 놀라며 비결을 물어보는데 대답하면서 참 웃기더라구요. "돈이 없어서 살이 빠졌어요" 라니.


 그리고 복직하자마자 깨달았습니다. 제가 살이 찌는 건 야식이나 콜라를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학교 급식이란 게 살이 찌는 음식이더라구요. 그냥 직장 생활 다시 시작하니 아주 스무스하게 야금야금 살이 돌아오기 시작해서 한 달에 1킬로 이상씩 늘어서 한 학기를 다니고 방학 한 번 지내고 나니 그냥 컴백. ㅋㅋㅋ


 아. 물론 복직 후엔 다시 월급을 받게 된 기쁨으로 야식도 종종 먹었습니다. 하하하하하하. 뭐 애초에 살을 빼려고 의도 했던 게 아니니까요. 정말입니다. 제가 의지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니...;;



 4.

 마지막 네 번째 다이어트는 지금 진행 중입니다.

 이번엔 제가 필요를 느껴서 하는 다이어트이고... 따져보면 진짜 '다이어트다!'라고 외치며 하는 두 번째 다이어트네요.

 필요를 느끼게 된 이유는 궁상맞게도 늘금입니다. 작년부터 갑자기 관절이 이곳저곳이 안 좋은데 뭐 작년에 사고로 다쳤던 것의 여파도 있긴 하지만 하도 자주 그러니 이게 그냥 내가 운동도 전혀 안 하는 주제에 너무 무거워져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실제로 인생 최고 체중을 기록 중이기도 했구요.

 그래도 귀찮아서 그냥 버티고 버티다가 2월 초부터 '그래 뭐 개학 전까지 딱 한 달만, 조금이라도 체중을 좀 줄여보자'고 결심을 하게 됐죠.


 애초에 관절이 안 좋은 상태인지라 걷기보다 힘든 격한 운동은 거의 못 할 처지였고 그래서 식단 조절만 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탄수화물, 그러니까 밥과 쌀, 빵류는 거의 섭취를 안 하구요. 단 거 먹으면 안 되니까 탄산음료도 끊고 과일도 달콤한 것들은 거의 피하구요. 고기와 채소 위주로 식사를 하고 배고플 땐 상추랑 토마토를 우적우적(...) 다행히도 방학 중이어서 맘대로 식사 조절이 가능하니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식사 조절로 스트레스 받으면 짜증나니까 일주일에 두 끼 정도는 걍 먹고 싶은 떡볶이니 딸기빙수니 이런 거 사먹구요. 그랬더니 한 달만에 4킬로 정도가 빠지더군요. 그래서 뭐 이 정도면 급한 불은 껐네... 라고 자축하며 개학을 맞으려 했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개학이 계속 미뤄집니다.


 '개학 때까지만 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개학이 계속 도망을 가요.


 그래서 다이어트 식단은 계속 연장이 되고.


 그 와중에 아들, 딸이 모두 학교, 어린이집을 못 가고 집구석에만 처박혀 있으니 하루에 한 번씩 데리고서 자전거 태우고 근처 운동장에서 공놀이하고 이러다 보니 매일 최소 한 시간에서 길면 두 세시간씩 강제로 운동까지 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오늘 드디어 또 감량 7킬로그램을 돌파해버렸네요. 허허. 다이어트 정말 쉽네요...



 5. 결론입니다.


 1) 여러분. 다이어트는 일단 젊을 때 하세요. 나이 먹고 살 빼면 나는 기분 좋은데 주변 사람들이 걱정합니다. ㅋㅋㅋ


 2) 술을 잘 끊는 사람이 되려면 일단 술을 마시는 사람이 되어야죠. 다이어트에 자신감을 갖고 싶으시면 일단 살을 찌우십...


 3) 짭짤이 토마토 되게 맛있네요. 이거 당분도 꽤 되는데 살 빼려고 산 놈을 너무 많이 먹고 있습니다. 모두들 짭짤이 대저 토마토 드세요~



끝입니다.




 + 혹시나 제 막가파식 다이어트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덧붙이는데, 사실 전 식사 조절이 딱히 어렵거나 많이 고통스럽지가 않습니다.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어쩌다 본의가 아니게 끼니를 걸러도 '배 고프다'는 느낌을 거의 못 받는 사람이라서요. 맛있는 거 먹는 건 좋아하지만 포만감에는 별 관심이 없다 보니 뭐... 그리고 글만 보면 대충 막 먹는 것 같아도 나름 칼로리는 충분히 계산해서 먹고 있어요. 절대로 굶지 않구요. ㅋㅋ



++ 얼떨결에 이 뻘글을 끝까지 다 읽어버리신 분들에게 드리는 사과의 의미로 



사과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시절의 걸스데이는 반짝반짝 참 예쁘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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