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9 10:46
1.
가계부 잘 쓰시나요?
열심히 쓰고는 있는데 항상 금액이 안 맞습니다.
대부분의 소비 통로인 카드는 괜찮아요. 빼먹어도 나중에 청구서 날아오면 뭘 뺴먹었는지 알 수 있으니까.
그런데, 가끔 쿠팡이라고 적혀 있는데 쿠팡에서 뭘 샀는지 기억이 안나면 쿠팡 들어가서 그날짜에 뭘 샀나 확인해야 합니다.
문제는 현금이죠. 분명 지갑에 10만원을 넣어놨는데 지금 지갑이 텅...
그리고 가계부에는 2만원만 적혀 있습니다.
8만원은 어디다 쓴걸까요..?
이런식으로 자잘하게 현금 나가고 어디다 썼는지 기억이 안나서 월말에 '현금정산'이라고 적는게 매달 반복됩니다.
가끔 내가 적은 카드 사용 금액보다 청구서가 덜 나올때가 있는데, 그럼 뭘 잘못 적었는지 찾아야 합니다.
빼먹은거 보다 더 골치아픔... ㅋㅋㅋ
가계부 쓰는 것의 목적은 얼마나 들어오고 나가는지 파악해서 '계획적 소비/저축'을 하는 거라는데..
가계부를 쓰기만 하고 계획을 안세우니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합니다.
2.
개인 돈도 이렇게 복잡한데 회사돈은 더 복잡하겠죠.
예전에도 한번 쓴적이 있는데, 예전 회장 있을때는 '대놓고 구멍'이 있었습니다. 회장 비자금 통로였죠.
사내 네트워크 없는 말단 대리인 제가 알 정도로 소문이 파다했지만 회장 쫒겨나기 전에는 한번도 문제가 된적이 없었습니다.
대체 회계법인들은 어딜 보고 감사를 한건지... ㅋㅋㅋ
그외에도 크고 작은 구멍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저희 팀은 접대비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 접대비를 우리끼리 회식할때도 썼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접대비를 우리끼리 쓰지.. 하는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팀 회식비 얼마에 접대비 얼마해서 다른 팀보다 회식비가 풍족(?)했는데...저는 회식을 안 좋아하거든요.
하여튼 접대비는 남기면 내년 예산 편성때 안주거나 줄어드니까 다 쓰라고 해서 외부손님 만날 일이 없을때도 꼬박꼬박 썼네요.
지금은 접대비가 없어졌습니다. 새 회장이 오면서 접대비 다 없애고 접대를 하면 사후 품의를 받으라고 했거든요.
이러니 회식비로 쓸수가 없죠.
과연 회계팀에서 접대비를 회식비로 쓴다는 것을 몰랐을까요? 그럴리가... 그냥 관례였던거고 '필요한 구멍'을 유지하기 위해 눈감은거였겠죠.
새 회장 오고나서 돈 소문에는 전임 CEO 법카는 제한이 없었는데 나가는 걸로 결정나고 남은 2개월동안 3천 긁고 나가셨다고..(....)
두달동안 어디가서 긁으면 3천이 긁어지는지...
CEO 랑 COO, CFO 법카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처리해주는게 관례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접대비 법카 긁으면 가끔 연락옵니다. 왜 쓴거냐고... 만약 반려 당하면 사비로... (...)
3.
지금 다니는 회사를 얼마나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반기에 조직개편(또?!) 하면서 물갈이가 있을거라고 하는데...
저도 이제 팀장을 달았으니, 어디 갈데 없으면 나가야 하거든요. (...)
회장 아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내보낼려면 일찍 내보내야 자기 인생을 새로 시작하지 나이 먹어서 40대 후반, 50대에 나가면 뭐하고 사냐.. 빨리 내보내는게 낫다'
그래서 다른 계열사는 팀장/임원들이 젊답니다.
저희는 부장 달려면 40대는 되어야 하고 임원은 50 전후나 되어야 달거든요.
나갈때 나가더라도 남이 잘못한거 옴팡 뒤집어 쓰고 쫒겨나지나 말았으면 하네요.
몇년전에 퇴직한 부장님이 중국쪽에 3년 계약으로 6억 받기로 하고 갔다가 2년 못 채우고 돌아왔다던데.. 그래도 몇억 받으셨으니 만족하신답니다.
부럽네요...
2020.05.19 12:37
2020.05.19 13:02
다른 '멀쩡한 대기업'들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보통 회계팀에서 관리하는건 나갈 돈 나가고 들어올 돈 들어왔는가. 나갈 돈은 계획대로 나갔는가 정도라서요.
예를 들어 개인이 인터넷 최저가로 노트북PC를 100만원에 산다고 치면, 법인이 구매할때는 영수증 처리 되어야 하고, 3개월 어음으로 나가고, 또 구매처로 등록된 업체여야 하기 때문에 120~130만원 주고 삽니다.
여기서 발주자가 공급업체랑 짜고서 백마진 녹여서 뒤로 받아 먹어도 회계팀에서는 모르죠. 회계팀 담당자가 '이거 인터넷 검색해보니까 비슷한게 100만원이던데 우리는 왜 130만원주고 사요?' 라고 태클 걸면 담당자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핑계 댈 수 있어요. '어 네가 잘 모르나 본데, 그건 인터넷 최저가야. 법인 영수증 처리가 안돼.' '네가 잘 모르나 본데, 거기 들어가는 세부 부품이 달라. 우리는 그 부품이 들어간 모델이 필요해',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 우린 어음 나가잖아.', '네가 초짜라 잘 모르나 본데, 거기 윗쪽이랑 연결된 회사야' 라던가....
대부분의 조직이 그렇듯, 회계 담당자가 처리하는 건이 한두건이 아닌데 이런걸로 욕 먹어가면서 태클 안걸거든요.
PC 10대 1300만원으로 예산 승인났고, 10대 나가는데 1300만원 이하로 나가기만 하면 OK 인거죠. 그 30만원중 얼마가 정상(?)적인 금액이고 얼마가 담당자가 뒤로 받아 먹기로 한건지까지는 신경을 못 쓸겁니다.
2020.05.19 13:18
회사 돈이라는 게 어느 정도 선을 정해 놓고 각각의 양심에 따라 사용하게 되는 게 현실이지요. 그물을 너무 촘촘하게 만들어서 집행을 하면 결과적으로는 총비용(특히 기회비용, 인력 낭비)을 따져서 별 이득이 없는 게 현실이니. 어려운 문제입니다. 일을 쾌적하게 하게 하려면 어느 정도의 구멍은 시시콜콜 따지지 않는 게 좋기는 한데... 종종 숨어서 본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살아가는 망할 것들 몇몇이 문제이지요. 어쩌겠어요. 모든 구성원들이 하나 같이 도덕군자일 수는 없으니.
전에 왕창 해드시고 퇴사했다던 그 분때문인가요?
가계부 현금 지급 기억 안나는 것과는 달리 회사에서 사실 떼어먹기는 훨씬 더 어렵지 않나요? 돈 쓸 때 일일이 예산 계획 올려야 되고 사용할 때 증거 남고 현금지급은 거의 없을 뿐더러 있더라도 보통 아주 작은 금액만 가능하거나 그렇잖아요. 경험상 말단이나 하위직 직원들이 (돈을 다루는 부서가 아니라면) 회사돈을 유용/전용해서 쓰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고위급 임원들은 가능하더군요. 그런데 그런 비리를 보통 직급으로 덮어버리기 때문에 작정하고 터는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문제가 되지 않죠. 대부분의 회사들 털어보면 안 걸리는 곳이 없을 겁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손봐줄 때 세무조사를 하는 것 아닌가요? 안 걸리는 곳이 하나도 없으니까.
예전에 이름 대면 누구나 아는 큰 기업에서 회사돈 전용등을 아무리 소액이라도 엄격하게 다루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이런 회사 조차도 임원들의 법인카드 개인용도 사용 등을 평소에는 모두 눈감아주다가 그 사람을 자르고 싶을 때 구실로 이용한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사실인지는 모릅니다. 그냥 소문으로 들은 건데 그럴 듯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