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 어플 권하는 사회

2020.07.26 19:55

분홍돼지 조회 수:881

중요한 미팅은 항상 회의록을 작성을 합니다. 그런데 미팅이 끝나고 작성된 회의록을 회람을 하면 꼭 민감한 부분에서 코멘트들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언제 그랬어?

그 사람이 그렇게 얘기를 했다는 것을 들은 사람도 있고, 합의까지 봤지만, 정작 당사자가 나는 그런 식으로 이야기한 것이 아니고 이런 식으로 이야기 했으니 이건 싸인 못한다고 뒤집어 버리는 것이지요.

이것은 회의 당시에는 쉽게 그렇게 하라고 받아들였는데, 나중에 생각도 더 해보고, 다른 사람하고 이야기 해보니 그렇게 하면 자기가 피곤하고 불리해질 것 같으니, 일단 얼굴에 철판부터 깔아보자는 식의 대처입니다.

그럴 때 들이미는 것이 녹음 어플입니다. 분명히 이렇게 말씀하셨다. 들어봐라. 그 부분만 짤라서 내밀면 정말 빼도 박도 못하거든요.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이 있어서 녹음을 해두어서 도움을 받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였습니다.

전화 통화는 안드로이드의 경우에 자동 녹음이 되어있어서 주기적으로 비워 주는 것이 일이죠. 그런데 가족과의 대화는 차마 지우지를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그냥 놔두고 있어요. 언젠가, 정말 언젠가 하나 하나 다시 들어볼 날이 있을 것 같아서요. 부모님이든 형제자매, 친척 그 사람이 없어진 그 어느 날에 한번쯤은 생각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고 현장은 어떨까요? 차사고 나면 상대방에서 말 바꾸는 것이 다반사죠. 현장에서는 내가 급한 전화가 와서 잘 못봤다고 말하다가도 정작 보험사에서는 저 차가 와서 박았다고 하는 사람들. 흔합니다. 그래서 일단 차에서 내리는 그 순간부터 녹음은 필수입니다. 그 순간부터 말 한마디 하나하나가 다 증거 자료거든요. 요즘은 블박이 있어서 녹음도 다 된다지만, 하필 중요한 순간에 소리 녹음이 고장이 나서 놓치면 그것만큼 억울할 데가 없어요.

이렇게 녹음을 하게 되면 생각보다 유용하게 쓰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모 가수의 경우 성추행 혐의로 피소를 당했다가 녹음 어플을 통해서 누명을 벗은 경우가 있었죠. 요즘같이 여성의 일관된 진술이 법적으로 상당한 효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추세일 때, 그런 상황에 처하면 설사 잘못이 없다고 하더라도 남자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거든요. 그럴 때 그 상황이 녹음이 되어있다면 어떤 상황였는지를 증명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20대 제자를 성폭행한 60대 교수의 범죄 혐의를 증명하는데 녹음 파일이 한 몫을 한 것을 보면 말입니다.

블랙미러의 에피소드들에 종종 등장했던 뇌의 메모리를 탐색하는 장치가 있다면, 좀 더 분명한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우리의 시대는 아직 준비가 덜 되었기에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1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7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21
125946 넷플릭스 찜한 리스트에 대해 catgotmy 2024.04.09 142
125945 스즈키 세이준의 3부작 보고 왔습니다. [6] Sonny 2024.04.09 253
125944 에피소드 #84 [2] Lunagazer 2024.04.09 40
125943 프레임드 #760 [4] Lunagazer 2024.04.09 179
125942 Roger Daltrey - Heaven on their minds daviddain 2024.04.09 55
125941 곰돌이 푸의 모험 (1977) catgotmy 2024.04.09 107
125940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2] 조성용 2024.04.09 333
125939 2024 백상 예술대상 후보 [1] 상수 2024.04.08 357
125938 프레임드 #759 [4] Lunagazer 2024.04.08 46
125937 사전투표하면... 민주당 지지자로 의심받습니다(??), 제 22대 투표용지 길이 상수 2024.04.08 314
125936 요즘 좋았던 예전 노래...들과, 태안여중 밴드부의 커버실력(케이온 실존) [1] 상수 2024.04.08 129
125935 우정과 정치색 [8] Sonny 2024.04.08 483
125934 네메시스 5 신상 돌도끼 2024.04.08 67
125933 [영화바낭] 현시점 기준 아마도 가장 존재감 없을 콩, '킹 콩(1976)'을 봤습니다 [13] 로이배티 2024.04.07 327
125932 프레임드 #758 [4] Lunagazer 2024.04.07 86
125931 한국 정당사에서 ‘국민의 힘’은 역대 최악인듯; [5] soboo 2024.04.07 869
125930 [넷플릭스] '리플리', 와우!! [9] S.S.S. 2024.04.07 494
125929 기동전사 건담 시드 프리덤 (+스포) [1] skelington 2024.04.07 124
125928 커피와 운동 [1] catgotmy 2024.04.07 198
125927 고척은 1회부터 뜨겁군요 [9] daviddain 2024.04.07 15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