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트 인 바이에른 여공작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헝가리 여왕으로 대관식을 치른 날인 오스트리아의 엘리자베트 황후 (1837 ~ 1898)  사진 , 에밀 레밴딩의 사진, 1867년








....그런데 말입니다. 씨시황후 피살사건은 역사적인 측면 이외에 의학적으로도 한번 되짚어 볼 만합니다. 씨시황후가 사망한 다음날 부분적으로 부검이 이뤄졌는데요. 부검에서는 범인 루케니의 얼음송곳 같은 날카로운 흉기가 씨시의 왼쪽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그 밑으로 무려 8.5cm의 깊이로 찔러 폐를 통해 심장을 관통해 치명적인 내출혈을 일으켜 쇼크로 사망했다는 소견을 냅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들어가 보면 이렇습니다. 내출혈로 인해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막 사이에 혈액이 고여 심장을 누르고 압박을 가한 결과 혈액을 펌프질하는 심장에 심각한 장애가 일어나 사망했다고 볼 수 있지요. 이것을 심장눌림증이라고 합니다. 단순한 출혈로 인한 쇼크가 아닌 거지요. 범인 루케니는 얼음송곳 같은 생활도구로도 순간적인 치명상을 입힐 만큼 고도의 암살 훈련을 받은 전문 테러리스트였습니다. 씨시는 흉기에 찔리고도 상체를 꽉 조인 코르셋에 의한 지혈작용으로 겉옷에 피가 스미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심장눌림증은 의학적으로 초응급 상태에 해당합니다. 의사는 심장 주변에서 혈액이나 체액을 제거하는 바늘을 이용해 심낭에 구멍을 내야 합니다.(심낭천자) 그러지 않을 경우 대부분의 환자는 사망합니다. 그런데 심낭천자가 그렇게 간단한 시술이 아니어서 대개 가슴을 열어 심장이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하지요.(개흉술) 환자가 의식을 잃을 경우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는데, 심폐소생술을 한다고 하더라도 심장눌림증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심폐소생술 과정에 뇌로 가는 혈액의 양이 감소해 저산소성 뇌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응급처치에 각별한 주의를 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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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전날 스위스 테리 테트에서 찍힌 엘리자베트 황후 (1837-1898)의 마지막 사진. 제네바 신문 1898년 9월 9일자


 

씨시는 가슴을 찔린 뒤 바로 실신한 게 아니라 한참을 걸어 배에 올라선 뒤 의식을 잃습니다. 혈압이 급작스럽게 감소하는 쇼크가 원인이었지요. 혈압이 떨어지면 첫 번째로 영향을 받는 장기가 산소를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뇌입니다. 그래서 의식을 잃게 되는 거지요. 씨시의 경우 과다 출혈에 의한 저혈량 쇼크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흉기가 가슴 깊이 들어와 심장막에 구멍을 내어 그 사이로 심낭에 혈액이 고여 발생한 심장눌림증에 의한 심장성 쇼크로 보는 것이 합당합니다.


그런데, 씨시가 날카로운 흉기로 심장까지 깊게 찔렸는데도 어떻게 한참을 걷고 대화도 나눌 수 있었던 걸까요? 그건 바로 코르셋 때문입니다. 씨시는 몸을 꽉 조이는 코르셋 덕분에 흉기에 질리고도 바로 통증을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다 서서히 고통을 호소하면서 호흡이 가빠오고 의식이 혼미해지자 옆에 있던 시녀가 응급조치의 일환으로 코르셋을 풀어 제친 거지요. 그러자 코르셋의 압박으로 지혈되었던 혈액이 상처 밖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만일 씨시가 코르셋을 풀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병원으로 이송되어 응급처치를 받았다면 살 수 있었을까요? 코르셋의 지혈 효과로 과다 출혈이 없다면 쇼크가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 말입니다. 그렇게 했더라도 씨시를 살리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 당시의 의학 수준으로는 심장 눌림증에 제대로 대처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라는 어떻게 망하는가 -3

 당시 사건을 그린 신문삽화


 

이 사건을 두고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과다출혈을 막은 코르셋 덕분에 응급처치만 제때 이뤄졌어도 씨시를 살릴 수 있었다고 말입니다. 틀린 얘기가 아니지요. 다만 단서가 붙어야 합니다. 의사들 사이에서 심장눌림증을 대처할 수 있는 의술이 충분히 숙지가 되어있어야만 한다는 조건 말입니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심장 수술을 하는 것조차 금기시 될 정도로 의학 수준이 일천했습니다. 이후 의학이 발전을 거듭해 씨시황후처럼 가슴을 칼로 찔려 심장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환자를 개흉수술로 봉합해낸 의사가 등장합니다. 독일의 루드비히 렌(1849~1930)입니다. 하지만 심장 수술이 보편화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려야 했습니다.

 

씨시황후의 피격 사건을 다루면서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바로 코르셋입니다. 흉기에 찔리고도 한동안 통증을 느끼지 못할 만큼 씨시황후가 착용했던 코르셋의 위력은 대단했던 모양입니다. 호사가들의 이야기처럼 어쩌면 씨시황후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는데 말이지요. 흥미로운 사실은, 코르셋의 효시가 된 건 전쟁터에서 기병이 입었던 흉갑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심장을 향하는 날카로운 칼끝을 무디게 했던 게 바로 흉갑이었던 거지요. 그런데 흉갑에는 칼과 창을 막는 것 이외에 새로운 효용성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바로 군인들이 역삼각형 몸매 관리를 위해 흉갑을 애용했다는 겁니다. 기병이 배불뚝이가 된다는 건 자기 관리에 소홀했음을 의미했기에, 평상시에도 흉갑을 착용한 군인들이 적지 않았답니다. 말은 쉽지만 무거운 흉갑을 입고 생활하는 게 보통 고역이 아니었을 텐데 말입니다. 미용의 목적으로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을 정도로 코르셋을 심하게 조여 입었던 여인들과 다르지 않았던 셈입니다....


 

<히포크라테스 미술관> 그녀의 가는 허리가 슬픈 이유, 박광혁 지음, 2020




히포크라테스 미술관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황후 엘리자베트(1837~1898), 애칭 씨시황후의 죽음에 대한 의학적인 이야기가 있어서 가져왔습니다. 제가 뮤지컬 <엘리자벳>에 빠진 이후 이 황후에게 관심이 많아져서 틈나는 대로 이런 저런 자료들을 찾아보고 있는데, 그녀의 죽음에 이런 사연이 있었군요. 사실 암살로 생을 마감한 인물이라, 그냥 그렇게 죽었구나 싶었었는데 황후가 죽을 당시 칼에 찔리고도 몇 시간을 모른 채 있다가 갑자기 사망했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었죠. 어떻게, 칼에 맞고도 그걸 모를 수가 있지? 그런데 진짜로 그랬답니다. 범인 루케니가 황후를 찌르고 달아난 순간에도 주변의 시녀나 경호원이나 황후 본인조차도 소매치기가 그녀를 치고 간 줄 알았다네요. 그래서 자기가 칼에 찔린 지도 모른 채 항구까지 걸어가서 배를 타고 몇 시간을 지나서야...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며 황후는 쓰러졌고 의사가 달려와서 황급히 응급조치를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죠. 과다출혈로 결국 씨시황후는 죽게 됩니다.

 

뮤지컬에서는 이 사건을 황후가 칼에 맞으면서 그대로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묘사했기 때문에 이 사건이 그렇게 제게 남지는 않았었는데, 이렇게 상세히 설명된 글을 읽으니 세상엔 참 신기한 일이 다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그러니까 의학적 관점으로 보면 역사적으로나 예술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사건들이 보이게 된다는 얘깁니다.)

 

이 사건을 모델로 셜록 홈즈 시리즈에도 에피소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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