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아쿠아맨은 괜찮게 만든 영화 같아요. 뭐랄까...만화적인 영화라고나 할까요? 나는 다크나이트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좋은 배트맨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다크나이트는 단점들을 배트맨이라는 스킨으로 절묘하게 가린 눈속임이 꽤나 있는 영화라고 여겨서 말이죠. 하지만 아쿠아맨은 만화 원작을 기반으로 재밌게 만든 영화라고 여겨져요.



 2.다만 하나의 영화에 너무 많은 다른 영화가 들어가있는 것 같아요. 갑자기 신밧드가 됐다가 본 시리즈 같은 리얼액션을 보이다가 페르시아의 왕자가 됐다가 스타워즈가 됐다가 언더더씨가 됐다가 쥬라기공원이 됐다가...이런 분위기의 전환은 다른 영화들에도 흔히 있지만 아쿠아맨은 중간에 휙휙 다른 영화가 되어버리는 기분이예요.


 다만 우주전처럼 느껴지는 건 물속도 우주처럼 전후좌우위아래가 딱히 없으니 그럴지도.



 3.한데 이 영화는 보다보면 뭔가 약간씩 이상해요. 오히려 그런 면이 만화적이기도 하지만. 한번 캐릭터별로 이상했던 점을 써볼께요.


 a.주인공 엄마-눈 너무 낮음. 젊었을 때야 머슴스타일을 좋아할 수도 있다고 쳐도 20년후의 남편은 술에 쩌든 할배인데 기뻐하며 재회를 한다...? 잘 이해안돼요. 개인적으로 마지막 신은 이런 시퀀스였으면 어땠을까 해요. 주인공 엄마와 주인공 아빠가 마주치는 장면부터요.


 주인공 엄마 : 저기요 할아버지 뭐좀 물어볼께요! 여기 매일 아침마다 나온다는 머슴이랑 훈남 사이의 어딘가쯤에 있는 남자, 오늘은 안 나왔나 봐요?


 주인공 아빠 : ......아 그 양반...몇년전부터 안 보이더구먼. 만나러 와봤자 헛수고일 거요. (눈물을 훔치며 돌아선다.) 


  

 b.이웃나라 왕-이 사람 태세전환을 너무 잘해요. 이 영화에는 왕국이 7개 나오는데(그중 몇개는 망했고) 바다의 크기를 생각해보면, 왕국이 7개밖에 없다는 건 하나하나가 거대한 왕국이라는 뜻이예요. 그렇게 큰 왕국의 왕을 해먹는다면 백수보다는 통찰력이 나아야죠. 지상을 박살내자는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잠수함이 미사일을 쏴대며 돌격해오는 거? 이보다 자작나무 타는 냄새가 더 짙게 날 수가 있나요? 차라리 미사일에 당하고 나서 옴의 뒷목을 잡고 썩소를 지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면 나았겠죠.


 '고마워 애송아. 나도 마침 지상을 쓸어버리고 싶었는데 명분이 없었거든. 지금 네가 그 명분을 줬어.'


 나중에 흘러가는 분위기를 보면 이 인간도 지상 침공을 하고 싶었던 거 같긴 한데...그게 잘 묘사되지 않고, 코앞에서 타들어가는 자작나무 냄새조차 못 맡는 노망난 늙은이처럼 보인다는 게 문제예요. 그리고 마지막에 주인공이 에픽템을 주워서 돌아오자 손바닥을 뒤집는 속도보다도 빠르게 또다시 태세전환을 시전하죠.


 잘만 묘사했으면 그때그때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노회한 흑막처럼 보일 수도 있었을텐데 아까워요. 실리주의자도 아니고 그냥 비겁자처럼 보여서.



 c.신 박사-태어났을 시점에서의 아이큐를 절반 정도 알콜에 헌납했을 것 같은 동네 술꾼들도 쉽게 만나는 아쿠아맨을, 아직도 힘들게 찾아다니는 불쌍한 인간. 이래서는 그가 이대팔 가르마를 하든, 방송에서 아틀란티스 이론을 부르짖든 전혀 엘리트같아 보이지 않죠. 아쿠아맨이 딱히 얼굴을 숨기고 다니는 사람도 아니고 동네 술꾼들은 셀카를 분명 sns에 올려놨을텐데. 생명의 은인이긴 하지만 블랙만타는 그냥 금화 몇 닢 쥐어주고 신박사를 손절하는 게 나을듯.



 d.벨코-이 녀석 사실은 악당 아닌가요? 분위기를 보면 초반의 잠수함 자작질에 벨코도 한몫한 게 분명하고, 지상 침공을 관두자는 안건을 한번도 내지 않은 것 같은데. 아서 커리에게 붙은 것 자체는 맞는 것 같은데 지상을 쓸어버리려는 어두운 욕망은 이놈에게도 분명 있는 것처럼 묘사돼요.


 그리고 이 녀석도 손바닥 뒤집기가 좀 심해요. 마지막에 옴은 딱히 왕위를 양도한 것도 갑자기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예요. 옴이 잘못한 거라면 주인공에게 일기토로 털린 거 하나뿐인데 갑자기 연행하라고 하는 이유는 뭐죠? 왕은 여전히 옴인데.


 그리고 주인공엄마가 돌아온 건 감동적이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죽은 줄 알았던 사형수가 돌아온 상황이잖아요? 다시 처형시키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단은 감금부터 해야 하는데 갑자기 충성을 맹세하는 이유는 뭐죠? 



 e.패트릭 윌슨-옴 왕자 말고 패트릭 윌슨이요. 내가 몇년 전부터 궁금하던 게 있어요. 이렇게 말하면 완감독에게 모욕일 수도 있겠지만, 패트릭 윌슨은 제임스 완의 어떤 약점을 잡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자꾸만 들어서요. 그동안은 패트릭 윌슨이 제임스 완의 영화에 주연급으로 꾸준히 출연하는 걸 보면서도 간신히 납득은 할 수 있었죠. 그냥 미국 하우스호러물에서 소시민적인 가장 역할에 어울리는 배우니까 쓰나보다 했죠.


 한데 잠깐...패트릭 윌슨이 옴 왕자를 맡는다? 이렇게 큰 프로젝트에서 주인공의 1티어 라이벌이 될 캐릭터를? 옴 왕자라는 배역은 캐스팅이 쩔어줘야 하는 배역이예요. 토르의 로키처럼 말이죠. 저렇게 평면적이고 심리묘사에 할애할 시간이 없는 악역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그렇다고요. 별거 아닌 표정연기나 대사에서도 페이소스가 줄줄 흐르는 잘생기고 젊은 배우를 캐스팅해야 한단 말이죠. 그런데 지금까지 맨날 약해빠진 가장으로 나온, 머리숱이 미묘하게 모자라 보이는 아저씨가 옴 왕자를 맡는다? 주인공 아빠면 몰라도 주인공 동생을?


 글쎄요. 지금 내가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을 펴는 건가? 옴 왕자는 93년생이 맡아도 모자랄 판인데 73년생이 맡는다니 누가 봐도 이상하잖아요.



 f.블랙만타-이 녀석 1편에서 노템 아쿠아맨에게도 졌는데 다음 편에선 풀템 아쿠아맨에게 뭘 어쩌려고 이러죠? 블랙만타가 문제가 아니라 이젠 아쿠아맨 솔로영화에서 주인공에게 덤빌 만한 놈이 없어 보인다는 게 문제.



 4.휴.



 5.스파이더맨 평도 쓰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네요. 나중에 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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