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

2019.03.17 22:52

안유미 조회 수:1343


 1.빌어먹을...아프네요. 1초도 쉬지 않고 계속 아프단 말이죠. 1초도 쉬지않고말이죠...1초...1초...또다시 1초...1초씩 아픈 시간을 무한히 반복하는 기분이었어요.



 2.오늘은 본죽을 먹으러 갔어요. 가면서 쇠고기야채죽을 먹을까 전복죽을 먹을까 생각해 봤어요. 나는 쇠고기야채죽을 좋아하지만 클리셰도 좋아하거든요. 아플 때는 전복죽을 먹는 게 약속된 클리셰...그러니까 역시 전복죽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데 문득, 마지막으로 본죽을 먹은 게 엄청 오래 전이니까 그 자리에 본죽이 이제 없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도착해 보니 다행히도 본죽은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어요.



 3.메뉴판을 펼쳐 보니 스카이캐슬 마지막화쯤에서 선보인 '그것'이 있었어요. 홍게올린죽 이라는, 말 그대로 게살을 올린 죽 말이죠. 어차피 해물 죽에 도전해볼 거라면 이게 좋겠다 싶어서, 게살을 좀더 고아서 내놓는 홍게 품은 죽을 시켜봤어요.


 그냥저냥 먹을 만했어요.



 4.휴.



 5.가게에서 나오다가 거울을 봤어요. 보려고 본 건 아니고 시선이 머문 곳에 전신거울이 있었는데, 조금 잘생겨진 에드 시런이 거울 안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조금 잘생겨진 에드 시런이라니...정말 상태가 심각하긴 심각하구나라고 혀를 차며 가게를 나왔어요.



 6.이제 조금 더 앉아있다가 타이레놀 두알+병원에서 받은 마지막 감기약을 먹고 보일러를 28도로 올리고 잘거예요. 이렇게까지 하면 내일 아침엔 나아 있겠죠?



 7.수요일...목요일...금요일...토요일...일요일...! 망나니처럼 놀 수 있는 날이 5일이나 있었는데 이 5일을 몽땅 허무하게 날려버렸어요. 내일은 꼭 나아야만 해요. 다시 건강을 되찾아야만 한단 말이죠. 빌어먹을 여자들 좀 보러 가야죠.


 게다가 옥상에 있는 화초에 물도 줘야 해요. 그나마 다행히도 금요일날엔 비가 와서 아픈 몸을 끌고 옥상에 물을 주러 올라갈 필요가 없었어요. 내일은 몸이 나아서 일단 낮에 꽃들에게 물을 많이 먹여주고 싶어요. 물론 그렇게 해줘봐야 걔네들은 내게 감사해할 줄도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뭐, 내게 감사할 줄 모른다고 해서 죽게 내버려두는 건 너무 비정한 일이죠. 나는 착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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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 보니까 꽃은 그래도 짐승이나 인간보다는 낫네요. 먹을 걸 달라고 짖어대거나 돈 좀 쓰러 오라고 전화해대지는 않잖아요. 뭘 해달라고 귀찮게 굴지는 않는다는 점이 품위가 있어요.


 젠장...어떤 사람들은 이러겠죠. '야아 이녀석, 평소에 하던 언설에 다시 시동거는 걸 보니 슬슬 살맛이 나는 모양이네.'라고요. 하지만 아직 아니예요.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정말 컨디션이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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