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어떤 팬질의 기억

2020.04.17 16:14

로이배티 조회 수:1120

 - 일단 여유 되시면 기타 연주나 하나 들어보시죠.



 본문이랑도 연관이 있는 곡입니다만. 이 곡만 듣고 그걸(?) 떠올리실 분이... 있으시면 정말 반갑겠네요. ㅋㅋㅋ



 - 제가 태생이 무덤덤해서 '팬질'이라는 걸 잘 못 하는 사람입니다만. 음... 누가 물어봤을 때 뭐라도 대답을 하고 싶으면 보통 위노나 라이더 얘기를 하죠. 10대 때 로드쇼, 스크린으로 접한 사진들과 영화 몇 편(쌩뚱맞지만 저는 '루카스'라는 어린이 영화에서의 위노나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춘기의 불타는 피로 인해 로드쇼, 스크린에 실리던 팬레터 주소(!)를 보며 편지를 써볼까 말까 고민했던 그 시절. ㅋㅋㅋ

 하지만 결국 안 썼습니다. 그냥 사진이나 보고 영화로 보는 게 좋은 거지 거 미국까지 편지를 써서 뭐하나요.


 그리고 대략 10년 전엔 이 게시판에다 매주 아이돌 글을 올리며 부업으로 카덕질을 좀 했습니다만. 역시 보통 생각하시는 그런 '팬질'과는 거리가 멀었죠. 팬사인회나 공방은 간 적도 없고 가보려고 해 본 적도 없고 그냥 떡밥 있을 때 관련 영상이나 챙겨 보는 검소한 랜선 덕질 정도?


 며칠 전에 직장 점심 시간에 동료들이랑 밥 먹으며 그런 얘길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 버린 게.

 스스로도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제가 유명인에게 팬레터(??)를 보낸 적이 있는 것 같은 겁니다. 오마이갓. ㅋㅋㅋㅋㅋ

 근데 하도 오래 전이라 기억이 희미해요. 그래서 그 당시에 사용하던 유일한 이메일 주소에 오랜만에 접속해서 팬레터를 보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보니... 있더군요. ㅋㅋㅋ 심지어 답장도 받았어요!!!


 그래서 그 분이 누구인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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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입니다. 이주연 아나운서요.


 아무래도 듀게는 게시판 특성상 '이주연의 영화음악'으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제가 이 분을 알게된 건 '모두가 사랑이에요'였습니다.

 새벽 두 시부터 네 시까지 하는 라디오 방송이었는데... 뭐 그냥 평범하게 사연 소개하고 대본대로 이야기 전달하며 새벽에 맞는 잔잔하고 갬성 터지는 음악들 트는 그런 프로그램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이 시각에 하는 라디오에 꽂힌 이유는 당시 군생활 중이었기 때문에(...) 제 일이 주로 심야 경비 근무라서 짬밥 좀 찬 후로 소형 라디오를 들고 랄라라 아무도 없는 근무지를 헤매며 보내다가 찾아낸 방송이었죠.


 위에서도 말 했듯이 참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방송이었는데, 이 분의 편안 소탈하면서 차분한 목소리가 당시 새벽 갬성에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제가 확인할 길이 없는 소소한 개인 일상 얘기 듣는 것도 재밌었구요. 그냥 왠지 허튼 소리하며 약 팔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뭐 그랬네요. ㅋㅋㅋ



 - 그래서 군생활 내내 잘 듣다가 제대 후론 잘 안 듣게 되었겠죠? 뭐 그 때까진 이름만 알고 얼굴이나 경력 같은 것도 몰랐구요.

 그러다 어느 날 인터넷이라는 문명의 이기로 찾아볼 수 있겠네? 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이메일 주소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그 링크를 누지르고 편지를 썼던 것인데... 지금 시점에선 편지를 보낸 것도 가물가물하고 답장 여부는 더더욱 기억이 안 났었지만, 위에 이미 적었듯이 답장이 있더라구요. 하하.


 보낸 편지의 내용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결국 뭐 '안녕하시냐. 팬이다. 군생활하면서 열심히 들었다. 당신 방송이 참 많이 힘이 되고 좋아서 고맙다는 말씀 드리고 싶었다.' 이런 거였을 거고, 그에 대한 답장 역시 평범하게 '고맙다. 이런 편지 받으면 보람차고 힘이 난다. 힘들겠지만 그래도 지나고 나면 좋은 시절일 테니 잘 생활하길 바란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 답장 받았던 걸 확인해 놓고선 왜 답장 내용을 정확히 모르냐... 는 의문이 생기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그게 어이 없게도 이메일이 깨져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20년을 묵은 이메일이라 그새 다음 메일이 사용하는 한글 코드가 바뀌기라도 한 건지. 가끔 오래된 hwp 파일을 불러왔을 때 손상된 파일이라며 뜨는 그런 깨진 글자들로 뜨는데, 인터넷을 검색해봐서 이 방법 저 방법 시도해서 변환해봐도 해결이 안 되네요.

 다시 그 메일을 읽을 수 없다는 게 참 아쉽긴 한데, 또 어떻게 보면 그것 덕분에 뭔가 더 아련한 느낌이 들기도 하구요. 그래서 아쉽지만 안타깝지는 않네요.



 - 그냥 그랬다구요. 큰 의미는 없는 뻘글이었습니다. 하하.




 + 이런 글을 적다 보니 당시 라디오 프로그램들 생각나네요. 새벽 2~4시는 늘 이 프로그램으로 고정이었지만 다른 시간대엔 뭘 들었냐면... 배두나랑 김승현이 진행하는 10대들 위한 방송이 있었구요. (텐텐 클럽이었나?) 지금 생각하면 배두나와 10대 라디오라니 참 어색하네요. ㅋㅋ 김승현씨는 이때 한창 잘 나가다가 나중에 군대 가고 자식 있는 것 밝히고 어쩌고 하다가 꽤 오랫동안 안 보였던 기억. 요즘엔 예능도 나오고 연기도 다시 하고 계시더군요.

 그리고 김창완이 진행하던 프로그램도 취향 맞는 노래들 많이 틀어줘서 종종 들었었고. 경기 방송에선 심야 시간대에 무슨 인디 뮤지션 같은 분들이 DJ 하면서 도무지 라디오로 들을 일이 없을 것 같은 매니악한 음악들 줄줄이 틀어주던 기억이 납니다. 무려 프로그레시브 락 같은 걸 컨셉으로 한 번에 15분짜리 곡들 연달아 틀어주기도 하고. 산울림 특집이라면서 산울림 노래들만 두 시간 내내 틀기도 하고. ㅋㅋㅋ

 sbs 아나운서 정지영씨도 이 때 인기였죠. 목소리와 말투가 거의 요즘 말로 '꿀 떨어진다' 수준이어서 인기였는데... 전 꿀을 별로 안 좋아해서 잘 안 들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이 분은 대필 파동으로 이미지가... 

 그리고 아마도 제가 듣던 '모두가 사랑이에요'가 끝난 후 새벽 네 시부터 이어지던 mbc 라디오 진행을 김주하가 했던 기억입니다. 그 때는 이제 새벽부터 하루 일 시작하시는 어르신들을 고려했는지 팝은 아주 올드팝이 나오고 트로트라든가, 좀 어르신스런 음악들을 자주 틀어서 저는 안 들었죠. 쌩뚱맞게 Puff the magic dragon이 흘러나와서 웃었던 기억 정도만 남아 있네요.


 ++ 아. 적고 보니 또 탑골이네요. 요즘 제 글들은 정말 적었다 하면 바로 기승전탑......;;


 +++ 또 검색을 하다보니 벅스 뮤직의 '뮤직캐스트'라는 카테고리에서 이주연의 영화음악을 이어가는 모양이네요?? 벅스 뮤직 마지막으로 로그인한 게 10년도 넘었는데 어딜 가서 어떻게 들을 수 있나 찾아봐야겠습니다. ㅋㅋㅋㅋ


 ++++ 아. 설명을 깜빡했는데, 글 첫머리의 기타 연주곡은 '이주연의 모두가 사랑이에요'의 시그널 뮤직이었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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