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잔소리)

2020.04.19 15:53

안유미 조회 수:446


 1.살아온 인생을 분기별로 복기해 보면 실수가 너무 많아요. 20대 초반에 해야 했던 것, 20대 후반에 시도해야 했던 것, 30대 초반에 달성해야 했던 것...이런 것들을 단계별로 해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인생이 rpg게임도 아니고...공략본을 미리 들여다보고 공략본대로 플레이할 수는 없는 거죠. 설령 공략본을 누가 주려고 해도 무시하게 되고요. 잠재력만 있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동기부여가 안 되어 있다면 그냥 젊음을 허비하며 하루하루 노는 인생을 살아버리게 되니까요.



 2.그리고 인생이란 건 나이를 먹으면 매우 팍팍해져 버려요. 무언가를 경험해야 하는 시기...무언가를 시도해야 하는 시기를 넘어서면 그때부터는 무언가를 달성하는 것만이 삶의 목적이 되니까요. 문제는 그것이 매우 반복적인 인플레라는 거죠. 무언가를 달성하며 살아야 하는 나이가 되어버리면 '얼마나 달성했는지' '얼마나 축적했는지'만이 성공의 기준이 되니까요. 


 남자의 인생이 그 시기가 되면 뭘 달성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달성했으냐가 남들의 관심사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늘상 변화가 없게 되는 거죠.



 3.사실 한 사람이 스스로를 건사하는 건 어떻게든 돼요. 그냥 혼자서, 또는 몇몇 친구들과 먹고...자고...쉬고...뭐 이런 생존인지 생활인지 알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데에는 재화가 별로 필요 없으니까요. 하지만 삶이라는 감옥에서 해방되는 날까지는, 무언가 재미거리가 있어야 하죠. 



 4.휴.



 5.그리고 요전에 썼듯 결국 인생의 가장 큰 재미는 타인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어렸을 때는 남들의 시선따위엔 신경 안쓴다거나...'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거야!'같은 말이 멋져 보이긴 해요. 어렸을 때는 타인들의 잔소리가 듣기 싫을 나이니까요.


 그러나 나이를 먹어보면 알게 돼요. 남자는 완전히 혼자 살지 않는 이상 평생 잔소리를 듣고 산다는 거요. 시기에 따라서 잔소리의 성질이 달라질 뿐이지, 잔소리 자체는 늘 듣고 살죠.


 

 6.어렸을 때 듣던 잔소리는 일종의 걱정이거나, 걱정을 가장한 오지랖이겠죠. 어렸을 때는 장래에 대한 걱정이 담긴 잔소리를 자주 들으니까요.


 그러나 나이가 들면? 이른바 '장래'라는 것이 이미 와버린 상황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 듣는 잔소리는 기대감이나 읍소에 가까운 잔소리가 많아요. 이것 좀 해줄 수 있느냐...저것 좀 베풀어줄 수 있느냐...같은 말들. 나에게 무언가를 '기대하는'종류의 잔소리인 거예요. 그것은 합리적인 바램일 수도 있고, 방향성과 규모가 매우 엉뚱한 것일 수도 있어요. 


 사실 타인이 품는 터무니없는 기대감엔 '저 녀석들 뭔 헛소릴 하는 거야?'라고 하는 게 정상이겠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 다소 터무니없는 기대라도 그것을 실현시켜 주는 게 인생의 재밋거리이기도 해요.



 7.그래서 어렸을 때와 지금은 잔소리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어요. 어렸을 때 듣는 잔소리는 걱정만을 동반한 것이었지만 나이가 들어서 듣는 잔소리는 기대감을 동반한 것이니까요. 


 나이를 더 먹으면 그땐 오히려, 잔소리를 하러 오는 사람이 없으면 불안할 것 같아요. 왜냐면 잔소리를 하러 오는 사람이 없다는 건 뭘 기대하러 오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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