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박탈감의 덫 "나는 결코 사랑받을 수 없을 거야"

 

스스로에 대해 느끼는 공허감, 정서적 따스함의 부족에 대해 잘 묘사하고 있는 '덫'인 것 같아서 발췌해봅니다. 사실 '결함의 덫' (나는 쓸모없는 존재야!)을 옮기려고 했는데, 어찌 하다 보니 이것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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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E. 영 지금, 최영민 등 옮김 <새로운 나를 여는 열쇠> 열음사, 2003 ]의 146~176pp 에서 옮깁니다.

 

제프리영은 인지치료 창시자인 아론 벡과 초기부터 일해 왔고, 인지치료 강사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뉴욕 인지치료센터를 설립, 운영중이라네요. 현재 콜롬비아 대학 정신과의 교수 요원이랍니다. 이 책은 그가 창시한 인지치료요법인'스키마치료'관련 서적이고요. 보통의 인지치료로는 쉽게 고치기 힘든,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고 인생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고통스러운 삶의 패턴을 '덫'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했어요. 정서적 박탈감의 덫..은 '나는 결코 사랑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방치된 아이가 느끼는 인생 전반에 깔린 공허감을 이야기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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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eck List..  각 문항별로 점수를 매겨서, 합산해보세요.

 6. 완전일치 5. 대부분 일치 4. 어느 정도 일치 3. 일치하는 면이 다른 면보다는 좀 많음 2. 대부분 나와 다름 1. 완전 나와 다름

 

1) 나는 더 많이 사랑받고 싶다.

2) 누구도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은 없다.

3 나는 차가운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4)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결속되어 있지 못하다고 느낀다.

5) 내 주변에는 서로 공유하길 원하고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없다.

6) 나에게 따뜻한 애정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7) 내 요구와 감정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을 가져본 적이 없다.

8) 다른 사람이 나를 보호해 주고 안내해 주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 힘들다.

9)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10) 나는 많은 시간 혼자였다.

 

50~60 점 : 인생의 핵심 덫!

40~50 점 : 높음. 인생의 중요한 덫 [전 요기네요ㅋ]

30~40 점 : 중간. 당신 인생에 문젯거리 정도

20~30점 : 꽤 낮음. 덫은 가끔씩만 활성화

10~19점 : 이 덫은 당신에게 적용이 안 됨

 

 

정서적 박탈감의 경험을 정의하기란...쉽지 않다. 아주 어린 시절에 형성되기 때문이다...뭔가 빠진 듯한, 바로 공허한 느낌. 아마 이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단적인 예는 방치된 아이의 이미지... 정서적 박탈감은 방치당한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다. 외로움이며 아무도 없는 그런 느낌, 당신이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느끼는 것...

 

...이 덫에 걸린 사람들은 대인관계에서 요구가 많다...아무리 많은 것을 (애정, 사랑) 주어도 만족할 줄을 모른다.... 사람들은 당신을 실망시킨다. 단지 한 번의 실망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경험의 패턴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저는 대인관계 자체를 아예 회피해버린 타입이어서, 요구 자체를 할 기회가 없네요.]

 

정서적 박탈감의 기원은 어린 시절 어머니 역할을 한 사람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어떤 가정에서는 이 역할을 아버지(나 혹은 할머니나..)가 할 수도 있다...태어난 첫 해에 아이의 세계를 형성해주는 사람...생애 이후의 관계에서 가장 기본...정서적 박탈감을 가진 아이는 평균 이하의 양육을 받는다.

 

<정서적 박탈감의 기원>

 

-어머니는 차갑고 애정이 없고, 보듬어주고 붙잡아주지 않는다.

-아이는 자신이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다는 느낌, 자신이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느낌이 없다.

-어머니는 아이에게 충분한 관심을 쏟지 않고, 아이와 진정으로 동조되어 있지 않으며, 아이 세계로의 감정이입이 어려우며 아이와 진정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어머니에가 아이를 적절하게 달래주지 못해 아이 스스로가 진정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부모는 아이를 적절하게 안내해 주지 못하거나 방향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아이가 의지할 만한 사람이 없다...

 

.유년기로 돌아가서..어머니에게 친밀감을 느꼈는가? 어머니가 나를 이해한다고 느꼈는가? 내가 사랑받고 있는가, 나는 어머니를 사랑했는가? 어머니는 충분히 따뜻하고 애정 어린 분이었는가? 내 감정을 어머니에게 말할 수 있었는가, 어머니는 내가 원하는 것을 주었는가.

 

정서적 박탈감의 덫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모두 '나는 정상적인 유년을 보냈어요. 어머니는 항상 내 곁에 있었다.'고 말을 한다....하지만 이 덫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면 분명 과거와 최근의 대인관계 사이에서는 무언가 잘못된 점이 있다. 고통스러운 패턴 혹은 단절된 느낌이 있다. 박탈에 대해 예민하거나 만성적으로 화가 나 있을 수도 있다. 그 근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나온 과거를 돌이켜 보아야 한다...

 

우리의 문화에서 이성 관계라는 것은 가장 친근한 관계이다. 이런 이유로 정서적 박탈감의 덫을 가진 사람들은 이성 관계를 전적으로 회피하거나, 짧은 기간 동안만 유지한다. 이것은 회피라는 대처 방식의 전형이다 [그래요. 저는 회피의 여왕..]......사람들과 어느 정도 가까워지고 나서 관계가 깨지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그럴 듯한 이유를 댈 것이다..혹은..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연인으로 선택함으로써 친밀감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혹은 엘리자베스처럼 곁에 있지만 차갑고 정을 주지 않는 사람을 선택할 수도 있다. 어떤 길을 택하든 도착지점은 같다. 정서적으로 박탈된 상황에 휘말려 들어감으로써 어린 시절의 박탈감을 재현하는 것이다.

 

(...생략...)

 

대인관계를 소홀히 함으로써 정서적 박탈감을 강화할 수도 있다 [그런 듯?]....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고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한다, 자신의 느낌을 상대방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상대방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실망한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상대방이 당신을 보호하거나 이끌도록 만든다, 박탈감을 느끼지만 아무것도 말하지 못한 채 속으로 분노를 쌓아간다, 화가 나고 요구하게 된다, 당신은 사람들과 소원해지고 닿을 수가 없게 된다....[저는...한 번 정도는 제가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은 채 실망했고 분노했고, 대부분은 사람들과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둔 상태의 대인관계를 맺는 걸로 깊은 친밀감을 회피했어요. 그러다보면 사람들과 어떻게 친밀해지는지도 모르게 되지요 z]

 

일부는...반격을 한다. 그들은 박탈감을 보상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많은 요구를 하게 된다...자기애적인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 정서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것에 대해 다른 표면적인 욕구들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태도로 박탈감에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각종 물리적) 과한 요구..하지만 진정한 사랑과 이해를 대체하기에는 부족.. 자기애적인 사람과의 관계는 진실성이 없다. 친밀한 만남, 심지어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만남마저도 표면적인 수준에 머물게 된다.

 

어떤 아이들은 정서적, 물질적 영역 모두에서 박탈당하는데 이런 아이들은 대부분 단지 포기하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것을 배우게 된다. (굴복)

 

[회피 예시는 없군요. 대부분의 심리적 문제에 대해 3가지 반응을 이야기합니다. 반격, 굴복, 혹은 회피. 저는 모든 문제에 있어 ‘회피’가 강한 타입.]

 

 

정서적 박탈감을 변화시키기..

 

1) 어린 시절의 박탈을 이해하라. 내면이 결핍된 아이를 느껴라.

이해하는 것이 항상 첫 단계이다. 어린 시절에 당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 한다.

 

제드는..자신이 박탈당했음을 알고 있었다...박탈감으로 인한 분노를 쉽게 인식할 수 있었으나 박탈감으로 인한 고통은 인식하지 못했다. 반격하는 유형은 대개 이런 식이다. 반면 엘리자베스는 고통을 쉽게 느낄 수 있지만 자신의 분노를 쉽게 인식하지 못했다. 굴복하는 유형에서 전형적으로 관찰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두 유형 모두 박탈에 대한 분노와 슬픔 모두를 가지고 있다. [저는 분노도 슬픔도 잘 못 느꼈어요. 감정 자체를 회피하다 보니 그랬겠지만..]

 

실질적으로 정서적 박탈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1) 보살핌의 박탈 2) 공감의 박탈 3) 보호의 박탈..

 

보살핌은 따뜻함, 관심, 그리고 신체적 애정을 나타낸다. 부모님은 당신을 안아주고 기분 좋게 흔들어 주었는가? 당신을 편안하게 해주고 안심시켜 주었는가? 함께 시간을 보냈는가? 당신이 부모님을 쳐다보았을 때 꼭 껴안고 입 맞춰 주었는가? 공감은 당신의 세계를 이해하고 당신의 감정을 인정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님은 당신을 이해하였는가? 당신의 감정에 동조했는가? 문제가 생겼을 때 부모님이 도와주리라 확신할 수 있었는가? 부모님이 당신의 말을 관심 있게 들어주었는가? 당신은 부모님과 언제든 대화할 수 있었는가? 마지막으로 보호는 힘과 방향, 그리고 안내를 제공한다. 어린 시절 충고가 필요할 때 달려갈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는가? 또한 피난처를 제공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었는가? 당신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안전하게 보살피는 누군가가 있었는가?  [저는 세 측면 모두 다 박탈 된 듯. 지금은 스스로 노력을 통해, 또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아 상당히 채워가기 시작했지만요.]

 

....어린 시절의 박탈을 이해하는 첫 단계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다. 조용한 공간에서 당신 마음의 표면에 어린 시절의 이미를 떠오르게 하라. 모든 기억들을 떠올리고 그 기억과 동반된 모든 감정을 경험하라.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를 모두 떠올려 보라....가족 구성원 모두를 포함시켜보라...[이거 잘못 하다 보면 펑펑 울며 통곡하게 됨-_-;]

 

 

2. 현재 대인관계에서의 박탈감을 살펴보라.

보살핌, 감정이입, 방향 제시에 대한 욕구를 느껴보라. 현재 삶에서의 박탈의 느낌을 보다 많이 알아보도록 하라. ..모욕 받았다고 느낄 때..외롭거나 공허하다고, 혹은 그 누구도 당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일 수도 있다. 당신의 연인이 도움이 되지 않거나 차갑고 인색해서 슬퍼할 수도 있다. 당신이 항상 강한 사람이어야 하고 연인을 항상 돌봐야만 해서 분노를 느낄 수도 있다. 어떤 것이든 강렬한 박탈의 느낌...

 

덫이 작동하면서 자극되는 모든 감정을 자신이 느낄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느낌도 막지 않도록 하라. 일어나는 모든 감정을 탐구하라......현재 생활상의 어떤 사건이 강한 박탈감을 유발할 때 이미지를 통해 그 경험을 되새겨보라. 감정이 터져 나올 수 있게 하라. 보살핌, 공감, 그리고 보호에 대한 욕구를 느껴보도록 하라. 그리고 과거 어린 시절에 같은 방식으로 느꼈던 때의 이미지를 떠올려보라. 이러한 방법으로 과거와 현재 사이를 반복적으로 오가다 보면 어린 시절의 박탈감이 현재에 재현되는 방식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하 3~6번은 저는 거의 흥미가 없습니다. 연인관계, 배우자관계에서 크게 중요한 내용들이거든요. 하지만 관심이 있으신 분도 계실 것 같아 그냥 쭉...]

 

3. 과거의 관계들을 되새겨보고 반복되는 패턴들을 명백히 하라.

지금부터 피해야 할 함정을 열거하라. ... 삶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 목록을 만들어라....각 관계에서 잘못된 점들을 생각해 보라. 사람들은 당신의 욕구를 들어주지 않으려 했던가, 아니면 들어줄 능력이 없는 건가? 당신이 채워 봤자 별다를 게 없는 끊임없는 요구로 그들을 멀리 쫒아버리지는 않았는가? 사실 당시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상대로부터 얻어내지 않았는가?

 

4. 강한 매력을 느끼는 냉정한 이성을 피하라.

이것은 간단한 원리지만 따르기 힘들다. ‘당신에게 박탈감을 주는 파트너에게 얽히지 말라. 바로 이런 유형의 파트너에게 가장 매력을 느끼기 때문에 이 원리를 따르기가 어렵다.’

 

5. 감정적으로 관대한 연인을 만났을 때 그 관계를 지속시켜라.

당신이 원하는 것을 요청하라. [말로, 명시적으로 말하라.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기 바라는 (바보)짓은 하지 말라.] 당신이 건강한 관계에 접어들고자 할 때 기회를 주어라. 이 덫에 걸린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관계를 지루해하고 불만을 느껴 떠나려 한다. 관계가 흥미롭지 않더라도 그렇게 빨리 떠나지 말라. 단지 감정적 욕구가 충족되는 낯선 느낌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고 자신의 약점을 노출시켜 당신이 원하는 바를 요청할 수 있게 하자.....원하는 것을 비밀로 해둔 채 그것을 얻지 못할 때 화를 내는 것...덫에 굴복하는 것..연인이 따뜻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여전히 자신의 욕구가 만족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만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면 원하는 것을 말하라. 상대방이 당신을 돌보고 보호하고 이해하는 것을 허락하라. 이것은 무서울 수도 있다. 이것은 당신이 연인 앞에서 약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물어보라. 지금은 다른가? 내가 이 사람을 믿을 수 있는가? 만일 그 대답이 ‘예’라면 아마도 당신은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다.

 

6. 배우자를 비난하고 당신의 욕구를 채워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그만 두라.

분노를 쌓아두지 말라. 당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직접 표현하라. 화가 났을 때 상대방에게 당신의 느낌을 말하라. 상대를 비난하지 말고 침착하게 말하라. 분노의 저변에는 사처와 취약함의 느낌이 있다. 그 느낌을 연인과 나누라. [말로, 대화로, 침착하게..] 우리가 말하고 있는 것의 대부분은 대화로 귀결된다. 만일 관계가 제대로 이루어지길 원한다면 연인에게 당신의 생각과 느낌에 대해 얘기해야한다. 자신을 나누어야 하며 상대방에게 연결되어야 한다.

 

변화는 쉬운 일이 아니다...당신의 손에 달려 있다...얼마나 변하는가는 얼마나 노력하고 참아내느냐에 달려 있다....어린 시절 많은 상처를 받았을수록 해결하기는 더 어렵다...상처가 깊으면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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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심층 심리 쪽 임상심리이론을 접하다 보면 대강 두 가지를 느낍니다. 

 

1. 분석은 참 정확하고 증상에 대한 나열도 ‘내 이야기인가?’싶어 가슴에 와 닿는 경우가 많은데 (저 같은 경우는 <정서적 박탈감의 덫>은 제 인생의 핵심 덫은 아니기 때문에, 증상의 나열을 보고 ‘내 이야기!!’ 하는 경우는 좀 덜하긴 했습니다만..), 해결방법은 의외로 두루뭉실하며 그나마도 각고의 인내와 노력과 장기간의 ‘원래 자신과는 다르게 행동하기’를 지속해야 되는 형태의 것이라는 것. 그래요. 결국 모든 것은 훈련인겁니다.

 

2. 이런 이야기에서는 꼭 십중팔구 부모님을 비판하는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는 것. 정서의 덫 부분도 유독 심한 것 같아요. (저 위에 ‘정서의 덫의 근원’에 엄마엄마엄마 도배된 것 보세요-_-) 읽다 보면 저 같은 경우는 ‘음..맞는 듯?’ 하는 생각과 동시에, ‘우리 엄마가 왜! 엄마는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보살핌을 주셨는데!’ 방어도 하게 되더군요. 적어도 제가 상담할 당시에는 그런 반응을 보였어요. 그리고 여자 입장에서 약간 화가 나는 부분도 있었어요. 왜 여자-엄마-가 한 인간이 평생 누리게 될 정서적 충족의 핵심과, 대인관계의 기초가 될 인간에 대한 신뢰 -Basic Trust-를 모조리 담당해야 하는 건데. 아빠는 어디 갔는데. 아빠는 애들 인생에 아무 것도 아닌 거야? 할머니는. 할아버지는. 삼촌들은. 누나나 동생들은. 아이와 엄마 주변의 그 많은 ‘인간’들은 뭐 하는데. 왜 엄마 혼자만 다... 왜 아이가 이상하면, 왜 내가 이상하면, 엄마가 욕을 먹는 건데!! 이런 식으로 반응이 나가더라고요. 지금도 약간 그렇고요. 내가 엄마가 된다고 해도, 내 아이에게 정말 훌륭한 엄마가 될 자신이 없거든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서적 박탈감, 정서적 불안정함, 대인관계의 문제들의 상당수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싹튼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아요. 물론, 지금 이 나이 먹도록 엄마 탓을 하면 안 되고, 할 생각도 전혀 없기 때문에...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것은, 제가 저 스스로에게, 어릴 때 받았어야 할 따뜻한 보살핌을 제공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친절해지기로 했습니다. 상처를 많이 입은 어린 아이 대하듯.(내면의 아이 치유인가..) 어처구니없는 자기무절제나 무책임한 큰 잘못 따위를 무조건 방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특별히 가혹하고 비열하고 냉랭하게 대하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제가 ‘친절하기’를 실천할 대상 1호가 ‘저 자신’이 되게끔 하겠다는 다짐입니다. 그런데, 이게 참 쉽지 않더군요. 나에게 따스하고 친절하고 사랑스럽게 대한다는게 참..쉽지 않더라고요. 사실 그게 뭔지도 전혀 모르겠고요. 그런 대접을 받아 본 적이 없어서. 그래서 저희 집 강아지(-_-)에게 우쭈쭈하는 느낌을 빌어와 저 자신에게도 해보려고 하는데..대강 어떤 느낌인지 알기는 하겠는데 잘 안되기는 매한가지.. 하지만 하나 둘 노력해보려 해요. 저에게 보살핌, 공감, 보호를 저 스스로 제공할 수 있도록. 저 자신에게 감정적 물질적 포근함, 따스함을 의식적으로 제공하고, 스스로의 감정과 욕구를 억압하지 않고 충분히 공명해주며, 저에게 힘과, 방향과 가이드라인을 적극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것. 이게 제가 이 글을 위해 책을 옮겨치면서 한 생각입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친절해지는 것에 대해서. 위니코트는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명상은 ‘아주 훌륭한 어머니’가 아이에게 해주는 역할을 명상자에게 제공한다고. 굉장히 짧은 경험이긴 하지만, 제 경험으로도 ‘동감!’이라 외치고 싶어요. 그러니까 명상을 좀 더 열심히 하고..

 

또 <붓다 브레인>의 마지막 챕터인 ‘Ch. 13 자아 내려놓기’에도 보면, ‘사실상 존재하지 않음에도, 우리가 존재한다고 착각하기에 모든 고통의 근원이 되는 가현적 자아를 내려놓기’ 위해, 오히려 스스로에게 친절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나에게 친절한 것과 일맥상통한 것 같고, 읽으면서도 ‘오..나도 저렇게 할래!’ 감명 받았던 부분이에요. 그 부분 옮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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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 핸슨 지음, 장현갑 등 옮김, <붓다 브레인> 불광출판사. 2010. Ch. 13 중..

 

모순처럼 들리지만, 자신을 잘 보살펴야 겸손할 수 있다. 우리 뇌 속의 자아 네트워크는 위협을 느끼거나 지지를 얻지 못한다고 느낄 때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근본적 필요를 이해하고 잘 돌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누구나 소중하게 여겨지기를 원한다. 타인의 공감, 칭찬, 사랑 - 특히 어린시절-은 자신감과 가치를 형성하는 신경 네트워크 속에 내면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충분히 사랑과 지지를 받지 못하였다면, 마음에 공허한 구멍이 나고 말 것이다.

 

자아는 그 구멍 주위에 바쁘게 활동한다. 허세를 부리고 일시적인 위안에 집착함으로써 구멍에 뚜껑을 덮으려 한다. 남들에게 짜증나게 할 뿐 아니라 - 그리고 그로 인해 공감과 칭찬과 사랑을 오히려 더 못 받게 되고 - 이런 방법은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이런 방법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좋은 것을 취함으로써 마음의 구멍을 조금씩 메워가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붓다브레인>의 ‘Ch.4. 좋은 것을 취하기’ 하나가 통으로 배정되어 있습니다-_- 언제 기회가 되면 요약해보고, 이번에는 핵심 방법 중 하나만 간략하게 아래에 정리하는걸로..] 어릴 적 내 마음의 구멍은 [<붓다 브레인>의 저자 릭 핸슨] 마천루의 기초공사 터만큼이나 거대했었다. 그 구멍을 메워야 하고 메울 수도 있다고 깨달은 이래, 나는 의도적으로 나의 가치에 대한 증거들, 즉 타인의 사랑이나 존경을 찾았고, 내가 가진 좋은 자질과 성취를 생각했다. 그리고 나서는 몇 초간 그 경험 속에 침잠되려고 했다. 몇 주가 지난 다음, 벽돌들이 늘어나자, 내 마음은 조금씩 나아져 갔다. 몇 달이 지나자 확실히 더 나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여려 해가 지나 무수히 많은 벽돌이 메워진 지금, 내 마음의 구멍은 거의 가득 차 있다.

 

우리 마음속의 구멍이 얼마나 크든 간에, 매일 스스로에게 벽돌 몇 장이라도 건네주라. 자신의 좋은 점을 생각하고 타인의 친절이나 감사를 생각하라. 그리고 그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이자. 벽돌 한 장으로는 구멍을 없앨 수 없지만, 계속 이와 같이 해 나간다면, 매일 매일 벽돌 한 장 한 장이 모여 마음의 구멍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많은 수련가 마찬가지로, 스스로에게 친절하기도 부처님께서 비유 하셨듯, 우리로 하여금 고통의 강을 건너게 하는 뗏목과도 같다. 강 건너에 다다르면 더 이상 뗏목을 끌고 갈 필요가 없다. 스스로 내면이 풍성해지면 의식적으로 자신의 가치에 대한 증거를 찾을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붓다 브레인> Ch.4 좋은 것을 취하기 중 ‘긍정적 경험 받아들이기’

 

1. 긍정적인 사실을 긍정적인 경험으로 바꾸라. 좋은 일은 우리 주변에서 항상 일어나지만, 대부분 우리는 의식조차 못한다...그 어떤 긍정적인 사실들이라도 ‘주의를 집중하여’ 받아들이고, 그것이 영향을 미치게 하라.

 

2. 경험을 음미하라. (Savoring) 달콤한 기억을 흘려보내지 말고 5초, 10초, 20초 동안 주의를 분산시키지 말고 달콤한 경험에 집중한다. 어떤 일에 주의를 오래 기울일수록 정서적 자극을 더욱 받게 되고, 더 많은 뉴런이 작동하고 연결되어, 기억의 흔적은 강화된다. 암묵기억의 핵심이 되는, 감정과 몸의 감각에 집중하라.누군가 당신에게 친절했다면, 보살핌을 받는 느낌을 통해 가슴 가득 따스함을 채워라. 사랑하는 사람이 꼭 안아줄 때의 행복처럼 만족스럽고 보람있었던 경험에 특히 주의를 집중한다.  

 

3. 햇살의 따스함이 웃옷을 통과하여 피부에 스며들 듯, 우리의 몸과 마음속으로 (긍정적인) 경험이 스며드는 모습을 상상하여, 그것을 내면화하라. 몸을 이완하고 경험에 대한 감정, 감각, 그리고 사고를 흡수한다. (그래서 고통스러운 때 그 긍정적 경험을 다시 꺼내어 느낄 수 있도록. 그 경험이 내 속에 완전히 하나가 되도록.)

 

이것은 (긍정적인 경험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다. 집착은 궁극적으로 괴로움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행복감과 만족을 우리 속으로 받아들여 마음속에 지니고 다니게 함으로써 헛되이 바깥 세계에서 구하지 않을 수 있게 한다.

 

좋은 것을 취할 때마다 우리는 조금씩 신경 구조를 형성한다. 이를 매일 몇 번씩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반복한다면 우리의 뇌는 점진적으로 변화하며, 우리가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 역시 훨씬 더 나아질 것이다. ...좋은 것을 취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영적이거나 긴장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또한 동기와 신념, 그리고 전심전력을 다할 힘을 제공함으로써 영적인 수련에도 크나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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