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로열패밀리에 관한 두서없는 잡담이에요.



염정아를 좋아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요새는 지성이 불편해서 안 보고 있습니다. 

가장 좋았고 전율이 일어났던 장면은 눈썹을 아래로 내리면서 불쌍한 표정 짓던 김인숙이 첫째 며느리 앞에서 사악한 표정 지을 때!!

그때 진짜 속 시원하고 막 통쾌하더라고요. 


염정아씨는 왠지 남 같지가 않아요. 예전에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건강이 갑작스럽게 나빠지고 피부가 안 좋아져서 침체된 시기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김래원과 함께 했던 드라마를 보면 그 시기에 피부 표면이 우둘두툴한 게 보여요. 이유를 모르게 피부가 안 좋아져서 밖에 안 나가게 되고 사람도 피하게 되었다고요.

피부 트러블 때문에 대인기피 증세까지 보인 적이 있는 저로서는 굉장히 공감이 갔습니다. 게다가 이 분은 여배우잖아요. 충격이 컸을 것 같아요. 

요새도 클로즈업을 보면 여느 여배우처럼 표면이 매끄럽고 완벽한 피부상태는 아닌 듯 하지만 저와 같은 고통을 겪었던 사람이라 그런지 왠지 응원하게 됩니다.


지성이 불편해서 안 보고 있는 이유는.. 너무 느끼하고 대놓고 김여사한테 들이대서 보기 싫기 때문입니다.

너!! 김여사를 도울려고 들어온 거면 이상한 의심 안 받게 좀 격식있게 대하라고!! 왜 이렇게 시정잡배처럼 능글능글 대냐? 

여자보다 어린 남자가 능글능글하게 들이대는 게 귀엽다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전 좀 지성 캐릭터가 남들 눈치를 보고 적당히 김여사와의 정분 친분을 과시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입니다. 

게다가 밀폐된 공간에 단 둘이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이 나오고 (극의 전개상 어쩔 수 없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는 때에도 지성이 너무 격의 없이 김여사를 대해서 보기 싫어요. (저는 김여사를 아끼나 봅니다; 괜히 '더' 의심 살까봐 지성 캐릭터가 미운..) 

아마 지금 지나치게 '외출하고 돌아온 주인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애완견'처럼 구는 이유는 나중에 김인숙의 정체를 알게 되고 실망할 지성 캐릭터를 강조하려고 하는 건 알겠지만 말이죠. 


그리고 엄집사 아저씨와 김인숙 사이의 카르텔은 무엇일까 늘 생각해보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은 아닐 것 같고요. 제 추측으로는 엄집사의 복수를 김인숙이 해줬거나, 엄집사가 원수를 갚고 혐의를 받을 때 알리바이를 제공해줬기 때문에 엄집사가 김인숙의 은혜를 갚기 위해 서로 공동운명체가 된 느낌이에요.

김인숙이 엄집사의 생명의 은인이기 때문에 자기가 위험해지는 것도 감수하고 엄집사가 김인숙을 전적으로 돕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요. 

그리고 엄집사는 김인숙이 임의로 정가원에 꽂아넣은 아무나가 아니거든요. 무슨 집사 스쿨(...)을 졸업하고 영국의 귀족 집안에 집사장으로 스카웃까지 받은 집사계의 인재래요. (출처: 드라마 공식홈)


그래서 제가 고안해본 이 둘 사이의 구체적인 내러티브가 몇가지 있는데요.

엄집사의 어린 딸 혹은 여동생을 성폭행한 짐승같은 남자를 김인숙이 죽였거나, 죽도록 방조했거나, 그 남자를 죽인 엄집사의 알리바이를 만들어줬거나 했다는 거에요.

그렇게 한 이유는 엄집사를 자기 사람으로 포섭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김인숙도 그 남자에게 당했기 때문에 일종의 공동 복수였다고 할까요. 


사실 엄집사와 김인숙 간의 공고한 비밀스러운 동맹관계는 연인관계나 혈연관계가 아니라면 발생하기 어려운 타입의 관계로 보이거든요.

그런데 그 두 가지 모두 아니라고 보여요. 

아주 먼 혈연관계지만 복수를 위해 정가원 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였다는 내막은 좀 시시한데다가, 어떻게 또 참 잘 들어맞게 집사학교를 졸업한 먼 친척 아저씨가 계시다는 설정이 억지이고요. 

두번째로 연인관계도 별로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이, 연인관계라면 지성 캐릭터가 김인숙에게 들이댈 때 불편한 기색을 보이거나 지성 캐릭터를 견제하거나 그렇겠쬬. 

그래서 흡사 '친절한 금자씨'처럼 둘 사이의 공동 복수라는 구릿한 비밀이 있기 때문에 공동운명체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엄집사는 큰며느리랑 육체관계 (원나잇스탠드) 를 한 적도 있지 않나요? 큰며느리가 김인숙 도청을 엄집사에게 의뢰할 때 나눈 얘기로는 그런 암시를 한 것 같거든요. 

그 집에서 전적으로 봉사하면서 큰며느리한테 그런 쪽으로도 감정노동까지 해야했던 것일까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꼭 야설에 나오는, 주인집 아가씨를 마음 속으로 흠모하지만 신분의 차이 때문에 감히 어찌 못하는 남자 하인이 요망한 주인집 아가씨의 유혹에 넘어가서 황공해하며 침대에서 봉사를 하는, 그런 것이었을까 하고 음흉한 궁금증을 자극했어요. 



아무튼 배우 염정아와 김인숙이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쏙 들어서 보고 싶은데, 지성의 비주얼과 지성의 느끼 연기, 그리고 지성 캐릭터의 안하무인식 들이대기와 끝간데 모르는 자존감이 거슬려서 보기 싫어졌어요. 

특히 김인숙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연약하고 상처 받은 듯한 표정 연기를 할 때 막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왜냐하면 그건 저도 자주 사용하는 책략법이기 때문입니다. (....)

눈썹을 아래로 내리면서 슬프고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울망울망하면 애인이 참으로 안쓰러워해주거든요. 분위기가 험악해지거나 혹시라도 싸우게 될 때 핏대 세우고 맞서는 것보다 그 표정 짓는 게 훨씬 효과가 좋더라고요. 그리고 4-5세의 남자 아기들이랑 놀 때 장난감 칼을 휘두르며, "I'm gonna hit your eyeball!!!" ("눈깔을 쳐버리겠어!!") 이런 식으로 저를 협박하면서 즐거워하면 그 표정을 지으면서 "I have feelings, too." (이건 어떻게 번역해야할지.. 나도 감정이 있다고오.. 는 좀 이상한데요?) 라고 대사를 쳐주면 급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뉘우치고 폭력적인 행동을 거둡니다. 

사진 찍을 때도 이 표정을 약중 정도로 살짝만 가미하면 되게 아련한 표정이 되어서 사진도 분위기 있어져요.  신세경의 청승맞은 청순을 모방하고 싶을 때 사용하면 효과적입니다. 


참. 또하나 거슬린 것은 지성의 검사 친구와 차예련의 기자 친구, 그리고 이 넷의 어울림이요. 검사 친구가 원치 않은 부서로 좌천되니까 거기서 악질 범죄자를 검거해서 '스타 검사'가 되겠다고 술 마시면서 하소연하는데 검찰청에서는 '스타' 검사가 되어서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이 과연 명예로운 것이고, 그걸 목표로 삼아서 열심히 일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인지 좀 의아하더군요.

게다가 위로한답시고 기자 친구가, "님이 그렇게 범죄 소탕 잘 하면 내가 스타 검사라고 기사 잘 써줄 거임 ㅇㅇ 힘내삼" 하는 것도 좀 웃겼어요. 뇌물로 얼룩져 있지는 않지만 이런 게 바로 언론과 법조계의 유착 아닌가요? @_@ 기자면 공정하게 기자를 써야지 지 친구인 재벌 딸래미가 좋아하는 변호사의 친구인 검사라고 스타 검사 되도록 기사로 팍팍 밀어줄 거라는 말 하는 것이 거북했어요. 그냥 립서비스로 위로하려고 한 차원일지도 모르겠지만 실상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일인 것 같아서 씁쓸한 측면도 있어요. 물론 극전개상 편리하도록 이 스타 검사를 목표로 하는 검사 친구가 사건을 수사하다가 김인숙의 정체를 알게 되고 그걸 지성에게 알려주게 하려고, 그러니까 스타 검사가 되기 위한 목표의식 하에 수사를 열심히 하다가 김인숙 사건을 파헤친다는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 스타 검사 운운을 넣은 작가의 의도는 알겠는데 그게 너무 뻔히 보여서 극 전개 방식이 게을러 보인달까요. 


차예련이 대놓고 지성한테 '나 너 좋음. 난 차가운 얼음공주이지만 너에게만은 관대함요' 이걸 팍팍 날리는데 그래도 차예련 앞에서도 대놓고 김여사 챙기는 것도 보기 싫어요. 지성 캐릭터가 좀더 교묘하고 은근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차예련이 드러내서 자기를 편애하는데 자기는 김여사만 편애하니 그러다가 차예련이 김여사 견제하면 어쩌려고. 


그리고 차예련 캐릭터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라는 설정은 알고 계시나요? 회사 경영에 안목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암시하기 위해 그런 설정을 넣은 건 알겠지만.. 재벌가 딸내미가 경제학과에 있기 보다는 예술 관련이나 인문학 쪽 전공에 있는 걸 더 많이 봤거든요. 굳이 경제학과 안 가더라도 그런 쪽은 빠삭하게 꿰고 있을 수 있으니까 대학 정규 교육으로는 평소에 쉽게 소양을 쌓을 수 없는 예술 쪽을 전공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고고미술사학과라든가, 첼로나 하프를 한다든지, 언어학과나 영문학과 같은 거에요. 참. 같은 예술 쪽이더라고 무용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몸을 사용해야 하고 어찌보면 남의 구경거리가 되어야 하는 전공이라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해봤어요. 



암튼 결론은 구밀복검, 와신상담, 절치부심하는 김인숙 캐릭터가 무지하게 마음에 들어서 계속 보고 싶은 드라마인데 손익대차표;를 만들어보면 스트레스를 주는 캐릭터와 극의 전개가 더 크기 때문에 점차 안 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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