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당에게

2011.03.31 04:00

허튼가락 조회 수:1678

나의 당에게

파블로 네루다

그대 덕분에 나는
낯선 사람들과 형제가 되었다.

그대 덕분에 나는
살아 뻗어가는 모든 세력에 가담했다.

그대 덕분에 나는
다시 태어나 조국을 되찾았다.

그대는 나에게 주었다.
외로운 사람들이 알지 못한 자유를

그대는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친절이 불처럼 타오르는 것을

그대는 똑바로 서게 해주었다
똑바로 뻗어가는 나무처럼

그대 덕분에 나는 배웠다
사람들 사이의 일치점과 상이점을 분별하는 기술을

그대 덕분에 나는 알았다. 한 사람의 고통이
어떻게 하여 만인의 승리 속에서 사라지는가를

그대 덕분에 나는 배웠다
형제들의 딱딱한 침대에서 자는 기술을

그대는 현실 위에 나를 붙박아주었다
꿋꿋하게 바위 위에 서 있는 것처럼

그대 덕분에 나는 악당들의 적이 되고
분노한 사람들을 지켜주는 벽이 되었다

그대는 내가 보도록 해주었다
빛으로 가득 찬 밝은 세계와 커져가는 기쁨을

그대는 내가 사멸하지 않도록 해주었다
왜냐하면 그대 속에서 나는 이미
나 혼자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뱀다리 0. 블러그에 쓴 글이라 조금 어색할 지도 모릅니다. 수정없이 올립니다.

뱀다리 1. 아래 글들은 정치 이야기입니다. 조금 길고, 꽤나 지루합니다.

뱀다리 2. 1969년 리차드 닉슨이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합니다. 그 후 지미 카터의 단임(1977-1981)을 빼어놓고는 1993년 빌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에 취임할 때까지 미국은 공화당 대통령의 독주가 계속됩니다.

뱀다리 3. 정당을 보통 “공개된 정책을 가지고 대중의 지지를 모아 정권을 획득하려는 집단체”라고 정의합니다. 이 정의에 의한다면 제가 보기에 현재 가장 정당스러운 당은 한나라당입니다. (아마도 1년쯤 지나면, 다음 집권을 위해 한나라당이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모습을 보게 되겠지요. 하지만 몇몇 야당쪽 정당들이 대선 후보를 내는 모습을 볼거라 저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때즘 그 정당들이 존재할 지도 의문이 드는군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정책의 호불호를 떠나서 지금 가장 정당스러운 정당은 한나라당입니다.)

뱀다리 4. 월드컵 시즌마다 모든 스포츠 기자들과 축구 팬들은 확률 계산에 여념이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느팀이 어느팀을 잡아주고 우리가 어떻게 하면…’ 운운의 계산말입니다. 선거철만 돌아오면 이런 계산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느당과 어느당이 합치고, 또 거기에 어느당과 연합공천을 하면…’ 운운하는 이런 계산을 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뱀다리 5. 한동안 이 땅에서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사조가 유행을 휩쓸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와중 어떤 작가들은 다른작가 작품의 뼈대에 또 다른 작품의 에피소드를 뒤섞으며 작품을 만들어내고 그걸 포스트 모더니즘에서 말하는 혼성모방(Pastiche)이라 주장했습니다. 그런 경우에 쓰는 적절한 용어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짜집기>라는 말입니다.

뱀다리 6. 선거철 마다 정당을 만들고, 쪼개고, 합치고를 반복하는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공학’이나 ’선거공학’이라는 말입니다. 이 경우에도 적절한 용어는 따로 있습니다.  <협잡질>이나 <양아치짓>이라는 말입니다.

뱀다리 7. 현재 이 나라에는 과거 10년동안 국정을 운영했던 전(前)집권당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정치인들은 넘쳐남니다. 바꾸어 말하면, 국민들이 책임을 물을 곳은 없어졌지만, 뭔지도 모를 유산을 받겠다는 인간들만 버글댄다는 거지요.

뱀다리 8. 어떤 사람들은 무조건 합치라 이야기합니다. 거악(巨惡)에 대항하기 위해, 일단 따지지 말고 뭉치라 합니다. 정책, 이념, 이런 것들은 잠시 미루어 놓자고 이야기 합니다. 참 익숙한 이야깁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항상 들어왔던 이야기죠.

뱀다리 9. 북한이라는 거악이 있습니다. 거기에 대항하기 위해 일단 뭉쳐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민주, 자유, 이런 것들은 잠시 미루어 놓자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두 이야기가 어떻게 다른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뱀다리 10. “또한 선거연대이든 단일정당이든 그 어느 쪽 좌표가 현실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되든 간에 시민사회 진영은 공동 집권을 향한 모든 노력을 쏟아나가야 한다.” – 어느 한 정당이 당대회에서 통합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 후, 김민웅씨가 쓴 프레시안의 컬럼 중 일부입니다. 강도는 조금 다르지만 소위 진보(좌파) 지식인이라 칭해지는 많은 사람들이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글을 읽으며 막막함을 느낍니다.

뱀다리 11. 말장난을 한번 해볼까요. “시민사회는 절대 (공동)집권을 향해 노력하면 안됩니다.”

뱀다리 12. 아까도 이야기했지요. 집권을 하고 싶다면 정당을 만들거나, 만들어진 정당에 가입해야 합니다. 또, 수많은 지식인(글쟁이)들도 어느 특정세력의 집권을 원한다면 그 정당에 가입하여 활동하면 됩니다. 당신들이 이 나라의 국민인 한에서는 당신은 이 경기에서 선수이지, 결코 심판이나 해설가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시민사회가 원하다”는 말이나, 역대 대통령들이 말했던 “국민이 원해서”라는 말이나 참~. 아님, 지금 정권(이명박정부)을 지지한 사람들은 시민사회의 일원이 아니라는 말인지.)

뱀다리 13. 저의 아둔한 머리로 결론을 내릴 수도 없지만, 제가 생각했던 결론도 적지 않으려 합니다.

뱀다리 14. 대신, 저는 그들의 집권을 못보아도, 제 조카들이나 그의 자식들이 그 당의 집권을 위해 노력 할 수 있는 그런 당이 이어질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뱀다리 15. 폭풍이 몰아치던 그 곳에서 우린 뭘 해야 할지 알았어. 우리가 최대한… (We found things to do in stormy weather, Long may you run.) - 음악속으로 사라집니다.


Neil Young - Long May You Run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