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한 상.




언젠가 엄니댁에 갔더니 엄니께서 시장에서 손두부를 두 모 사왔으니 한 모를 가져가 먹으라시더군요.
두부 한 모에 잘 삭은 김장김치 한 양푼 얻어와 그대로 한 상 차렸습니다.


 



한 모에 3천원 하는 시장표 손두부.
모나지 않고 둥근 생김새처럼 맛도 구수~ 합니다.

요즘 두부를 보면 '부드러운 찌개용'이니 '단단한 부침용'이니 따로 포장되어 나오는데
'단단한 부침용'도 그저 연두부마냥 물러터진 게 씹는 맛이라곤 전혀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이게 '응고제'를 화학첨가물로 취급해 메이저 두부 제조업체에서 꺼리다보니 생긴 일이 아닌가 싶은데,
추세가 그렇다보니 동네 두부 공장의 두부마저 다들 맥아리가 없이 물러터지기만 한 양상입니다.

그동안 화학첨가물을 응고제로 썼다면 천연재료를 사용해서 옛맛을 유지하는 것이 맞을진대
단가 차이로 그렇게 못하다보니 두부 맛이 이 지경이 된 것이겠죠.
그런 와중에 단단한 옛날 맛 손두부는 이렇게 시장 한 귀퉁이에서 한 모에 3천원이라는
꽤 비싼 가격으로 팔리는 중입니다. 물론 이 두부가 천연재료로만 만들었다고 장담하지는 않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현대의 식품 첨가물 기준을 준수함과 동시에 옛맛을 지켜가겠다는 의지겠지요.


 



엄니표 김치.
아무리 삭아도 적당히 신 맛에 아삭아삭한 느낌이 그대로인데, 엄니한테 물어보진 않았지만
테레비에선 그걸 국내산 천일염의 효능이라고 하더군요.
옛날 방식 그대로 국내산 천일염에 절여 김장을 담그면 묵은지도 물러지지 않고 아삭아삭하다고.

대충대충 편하게 담가도 될 것 같은데 늘 장볼때부터 꼼꼼히 따지는 엄니표 김치엔 
그런 비법아닌 비법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죠.

 


 



위에서 얘기한 것들이 무색하게 막걸리는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우국생 막걸리입니다.
사실 막걸리도 제대로 정성들여 만드는 것이 훨씬 맛이 좋으리란 것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지만
최근 막걸리 붐이 일기 전까지의 막걸리를 떠올려보면 쌀이 아닌 밀가루 막걸리가 대부분일 정도로
품질에 신경을 안 썼던 게 사실이죠.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막걸리란 술이 900ml 한 병에
채 천원도 안되는 싼 가격인데 품질에 신경 쓸 겨를이나 있었겠어요.
최근들어 주당들과 매스컴의 주목을 받다보니 쌀 막걸리가 나오고 하는 것만해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뭐 다 필요없고.

 

 

 

 

 


엄니표 묵은지에 손두부 한 점.

그리고 막걸리 한 사발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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