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은 목격했다.

2011.03.30 03:41

코기토 조회 수:1454

2010년 어떤 여름의 실화.


어느 여름밤,
사람도 없고 차도 다니지 않는 한적한 시골길.
40대의 중년 부부가 사이좋게 길가를 걷고 있다,
부인은 유치원 원장.
남편은 헬스클럽 관장이다.

둘다 술이 거나하게 되었다,
20미터쯤 앞서 걷고 있는 부인 뒤로
남편이 술에 취해 노래를 흥얼거리며 비틀대며 걷는다.

갑자기 이들 뒤에서 다가오던 승합차가
남편을 그대로 치었다
남편은 논가 저수지로 굴러 떨어졌다
사고를 낸 승합차는 현장에서 도주했다.
20미터 앞에서 걷고 있던 부인은 현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지나가는 사람도, 차도 없었다.

5분 가량이 지났다
마침 지나가는 차량 운전자가
땅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부인을 발견하고
차를 세우고 경찰과 119에 전화를 하여 현장 조치를 한다.
저수지에 빠진 남편의 사체는 즉시 인양되었다. 물론 즉사.

경찰은 난감해졌다. 답이 안나오는 도주 사건.
목격자도 없고, 시골길이라 CCTV 도 없다.
오직 망자의 부인만이 모든 것을 목격했다.
미궁에 빠진 전형적인 뺑소니다.
담당 경찰은 부인의 진술을 받았다.

- 사고 경위가요?
- 이러저러하고 그러저러해요

- 사고차량은요?
- 봉고차였어요(원래는 그레이스 차량이었지만 통상 일반인들은 '봉고'라 한다)

- 사고차 색깔은 뭐던가요?
- 기억 안나요. 너무 어두운 밤이라서.


거짓말이다.

거짓말이다.

경찰은 직감했다,
사고 당일 밤은 보름이었다.
시골길이지만 가로수도 없고 CCTV도 없고 목격자도 없지만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사고를 목격하고 있었다.

사고가 일어난 시각과 동일하게 맞춰
보름달이 뜰때, 사고현장에 가본다.
사고를 재현해본다,
남편보다 20미터 앞에서 걷고 있었다는 여자인데
장님이 아닌한 차량 색깔을 알수 있을 정도로
보름달은 밝다.
이런 밝기에 봉고차인지는 알면서 차량색깔은 못봤다니.

부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사고현장으로 이어지는 차량 동선에 설치된
사고당일 인근의 모든 CCTV 를 확인해본다.
사고 발생 2시간전, 사고현장에서 15km 정도 떨어진 시내에서
이 부인은 파란색 그레이스 차량에
남편이 아닌 남자와 함께 타고 있다.

그레이스 차량을 수배한다,
사고 차량 운전자인 남자의 신분을 확인한다,
부인의 핸드폰 통화/문자 내역을 추적한다.
부인과 그레이스 차량 운전자는
1년전 나이트 클럽에서 만난 불륜남녀였다.
둘이 작당하여
부인이 현 남편에게 술을 먹여 사고장소로 유인하면
그레이스 차량 운전자가 남편을 차로 밀어버리는 작전이었다,
눈에 거슬리는 현 남편도 없애고
남편의 사망 보험금도 타먹고.

둘은 즉시 살인죄로 검거되었다.

아무도 없어도
보름달이 보고 있었다.


출처:김대리의 아무뜻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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