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즈 스피치, 영국식 영어

2011.03.13 22:03

settler 조회 수:3479

너무 슬픈 영화였지요

 

왜냐면 대사가 안 들렸거든요;

영어를 썩 잘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 티비나 영화 같은 건 선택의 여지 없이

알아 들어야 하는데요 (미국에 있으니까요)

웬만한 건 이제 대강 들리기도 하구요.

 

영국식 영어 그 중에서도 조금 포멀한 영어나 시대극의 영어는

왜 이렇게 미친 듯이 안 들릴까요

 

킹즈 스피치를 보는데 미국에선 이런 약간 묵직한 영화는 관객층의 연령대가 아예 다르더라구요

유령작가를 볼 때는 할아버지 할머니 뻘만 앉아 계셔서 진짜 좀 놀라기도 했어요.

 

여하간 앞자리의 은발 노신사는 작은 농담에도 우허허허 무릎 탁탁 치시며 웃는데

저는 안 들리는 겁니다. 내용이 있는 대화나 호흡이 긴 대사는 그래도 들리는데

짧게 치고 받는 농담은 정말 절망적일 정도로 안 들려요.

남편도 비슷한 처지라 물어도 소용이 없구요. 그래서 묻지도 않아요 아예.

 

집에 와서 죽어도 안 들렸던 대사들의 정체가 궁금해서 구글링을 하다 IMDB에 올라온

quote들을 봤는데 T-T

 

진짜 이렇게 재미 있는 영화였단 말입니까 근데 저는 보고도 보지 못하며 듣고도 듣지 못한 셈이지요

 

간결하고 재기 넘치는 말의 향연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니 영화를 절반도 채 흡수를 못한 거 같더라구요

 

King:I don't know how to thank you.

Lionel:Knighthood?

 

라거나

Lionel: They are idiots.

King:They've all been knighed.

Lionel: Makes it official,then.

 

이런 촌철살인들을 하나도 못 알아듣고 황망히 헤매이다가

저들이 뭔가 재밌는 말을 했구나 라고 쓸쓸한 짐작만 되뇌이다가 극장을 나섰단 말이지요

 

요즘 Downton abbey라는 시리즈를 보는 중인데 비슷한 문제로 고전 중입니다.

영국식 영어 중에서도 현대물은 럭저럭 들려요. 닥터후도 열심히 봤구요. 

 

저 위의 They've all been knighted를 저는 They've all been denied.라고 들었던 것은

knight를 동사로 쓰는 게 귀에 안 익어서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흑.

문제의 근본은 영어실력이라는 걸 압니다.알아요...

 

콜린 퍼스 연기 좋았어요 콜린 퍼스의 매력은 나름 신사적이고 남성적인 외양에도 불구하고

내면이 심약해 보이는 점인 거 같아요 남을 해치는 일은 죽어도 못할 거 같이 생겼고

어쩔 땐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아 보이지만 그럭저럭 의젓함을 잘 유지해 나가는 점이

신사답고 멋지달까요 말코비치의 발몽보다 콜린 퍼스의 발몽이 매력적인 것은 바로 그 지점이었어요.

이 영화에서도 특유의 기품 있는 외모와 좀 깨는 날카로운 목소리까지

핸디캡을 극복해 나가는 왕족으로서 최적이었다고 생각해요.

딸들에게 베드타임 스토리 들려주는 장면의 연기도 참 좋았죠. 이야기 자체도 좋았구요 

 

연약하고 신경질적인 왕자가 스스로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며 왕이 되어가는 과정은

정말 감동적이더군요. 좋았던 그리고 들렸던;;; 명대사는

"Because I have a right to be heard. I have a voice!"입니다;

 

헬레나 본햄카터는 점점 더 우아하다기보다 친숙해지는 거 같아요

 

화려한 왕궁도 좋았지만 안개 낀 거리를 달려 라이오넬을 찾아 가는 왕비의 자동차라거나

왕과 라이오넬의 절교로 치닫는 산책 장면에서 무채색의 런던이 참 멋지구리했구요.

대사의 정체를 확인하고 나니 더욱더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각본상을 수상한 작가가, 내가 아카데미 수상자 중 최고령인 거 같은데 이 기록이

빨리 그리고 자주 깨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힌 게 인상적이었어요.

 

그나저나 Downton abbey 보신 분 있나요 재밌어 보여서 시작했는데

막 마스터피스라고 티비에 로라 리니가 나와서 소개하던데 진짜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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