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는 가수다&변덕쟁이 팬심

2011.03.14 00:41

아이리스 조회 수:3823

지난주에 자느라 놓친 나는 가수다 본방사수 했어요. 이소라 편을 보는데 그녀는 왠지 카메라를 향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네요.

녹화때문에 찾아온 매니저 이병진을 마지못해 집으로 들이며 그녀는 당황스럽고 불안하고 짜증러운 표정을 지었어요. 아마도 그녀는 중간녹화 사실을 몰랐던 것 같고(누군가의 착오였겠죠) 연습하지도 않은 곡을 들고 카메라앞에 끌려나가기 싫었던 것 같아요.

이쯤되자 저도 슬슬 그녀의 결벽이 참아지지가 않아요. 그녀는 예술을 할지언정 프로답진 못하군. 순간 제가 내린 판단이예요. 그게 설정이든 각본이든 뭐든 말예요. 게다가 중간 녹화에는 결국 불참해버렸죠.에효.

그렇게 김빠지고 약간은 분노도 하면서 벌떡 일어나서 밥도 앉히고 이도 닦고 지나가며 흘끔거리다가 어느 순간 시선이 딱 멈췄어요.

그녀가 무대에 나타난거예요. 근데 근데말예요. 노래부르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경건해서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났어요. 저걸 할려고.. 저것때문에 가수 이소라는 그렇게 예민하고 날카롭게, 발톱을 잔뜩세운 야생의 짐승처럼 주위로부터 온전히 자신을 지키려했던 거군요. 너에게로 또다시 그 무대가 끝나는데 나는 이미 온 마음이 무장해제되어 그저 모니터앞에서 멍하니 있었어요.

관객은 감탄하고 박수치면 그만이지만 무대에 오르기까지 그녀는 얼마나 스스로를 괴롭혔을까요? 손톱자국 하나없는 유리잔처럼 정갈한 무대를 위해 얼마나 스스로를 들볶았을까요? 부디 그녀가 무대위에서든 무대밖에서든 조금은 평온해지고 자유로와지길 바랍니다. 어쩌면 조금씩 자신을 놓아주고 잃어가는 과정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노래를 부르게 될런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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