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차 알쓸신잡 - 경상도 진주 편이었던가요?

김진애 박사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고 대략 제 후진 기억력으로 옮기자면 

“요즘 젊은 여자애들은 우리 세대가 어쩔 수 없다고 감수하던 일상의 작은 불편함도 지나치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게 참 대단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 혹시라도 원래의 취지와 달리 전달될만한 왜곡이 있으면 지적 환영합니다


인상적이기도 하고 반가웠던 이유는 그 나이대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들에게서 흔히 보여지는

‘그건 어쩔 수 없는거라 견뎌 내야 한다’류가 아니라 자신들의 세대가 갖고 있던 한계를 뛰어 넘는 새로운 세대를 환영하고 반기는

모습이어서에요.  


김진애 박사의 좋은 점은 한 두가지가 아닌데, 유리천정을 뚫은 중장년 세대 여성들 사이에 흔하게 보여지는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불감’을 자랑하기는 커녕 계속해서 자신이 유리천정을 뚫은 선배? 돌격대? 로서의 자각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요즘 젊은 여성들’이 보기에 너무 당연하고 식상할 수도 있는 태도이지만 그걸 그 세대 여성이 실제로 발언하고 행동하는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서

전 흥미롭게 그의 행보를 응원의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어요.

 

반대의 경우로 제가 가장 실망한 케이스가 차이나는 클라스에 최초의 여성 강연자로 나왔던 고미숙씨였는데

홍진경씨가 “최초의 여성 강연자라 반갑다’는 취지의 발언에 ‘난 그런거 별로 의식 안해요’라 잘라버리더군요.

이게 김진애씨와 대비되는 전형적인 그 세대 성공한? 여성들의 모습....

전형적이라 놀랍지도 않을 수 있었으나 그의 탈근대에 대한 그간의 주장들이 무색해지는 ‘생각 없음’에 실망하게 되더군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김진애 박사의 ‘일상에서 부딪히는 소소한 불편함들까지’ 감수하지 않고 지적하고 따지는 ‘요즘 젊은 여자애들’에 대한 응원은...

좀 뚱딴지 같지만; 

제 측근에 대한 존경심과 어머니에 대한 죄송함 그리고 제 자신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집니다.


측근은 결혼후 두번의 명절 제사를 말 없이 치루고 나서는 저의 어머니 즉 측근의 시어머니를 설득해서 제사음식의 외주화를 해버립니다.

특히 손이 많이가는 음식들은 전량 외주화 하고 비교적 간단한 것들 혹은 외주화가 어려운 것들만 직접 준비하게 만든거죠.

시아버지는 혀를 끌끌찼지만 부엌 연합이 그리 하겠다는데 본인이 직접 하지 않는 이상 저항할 도리가 없었죠.


그 일로 측근이 정말 존경 스러웠고 어머니에게 죄송했고 반성을 하게 된건 

이렇게 바꿀 수 있는 일이 있고 그로 인해 명절 기간중 상당한 시간을 어머니도 이제 발 뻗고 편히 쉴 수 있었는데 이걸 왜 여태 못했었나? 하는거였어요.


여하간 그 뒤로 저도 깨달음을 얻어 명절기간중에 외식을 하자고 해서 손에 물기좀 말릴 틈도 드리고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걸 했었던거 같은데

상해에 와보니 이미 다들 그러구 살고 있더군요;  명절은 누군가의 희생, 개고생 덕으로 화목한? 진수성찬을 즐기는 날이 아니라 

그냥 모두 다 함께 나가 좋은 식당에 가서 누구 하나 빠짐 없이 즐기는 날이더라구요.


이걸 중국 미화라고 발끈할 사람이 있을까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상해’라고 했지 ‘중국’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제가 상해로 넘어와 처음 맞는 설날(춘절)에 (상해토박이) 친구로 부터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친구 아버님 혼자서 8명이 둘러 앉는 테이블 가득히 요리를 만들어 올리더군요. 식사가 시작되고 한시간 가까이 계속;

그 사이 친구 어머님은 숟가락 하나 거들지 않고 손님들과 담소만 나누시더군요....

그 때 받은 문화적 충격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해요.  대충 상해는 이렇다는걸 말로는 들었지 막상 눈으로 보고 체험을 하니

제가 그간 살아오면서 당연하진 않지만 원래 그런거여 어쩔 수 없는 뭐 그런 산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뒤로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라는게 얼마나 기만과 거짓 덩어리 쓰레기인가 더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


페미니즘이 추상적 영역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현실, 일상으로 발을 딛으면 수 많은 반동의 혐오와 폭력에 맞부딧히게 되고

시끄러워지게 됩니다.  

만약 오래전에 며느리의 제사음식 외주화 제안에 시어머니께서 호응하지 않았다면 불편함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지속되고 

관계의 갈등까지 덤으로 생겼을거에요. 

지금의 시끄러움,  혐오 총량의 증대? 는 불편함을 없애려는 사람들에 호응은 커녕 넌 불편해도 돼! 맞아도 돼! 하는 반동들에게 있는거지

불편한 것을 불편하다 말하고 고치려는 사람에게 귀책 사유가 있는게 아니라는 소리죠.


그런 의미에서 알쓸신잡 진주편을 강추합니다.  

젠더 이슈에 관한 20여분간의 수다도 좋았지만 국외편에서의 아쉬웠던 부분들이 많이 해소가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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