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입장에서 바라본 메갈리안

2019.01.10 10:50

onymous 조회 수:1434

0. 메갈의 의의는 최초로 한국의 대중에게 페미니즘이 무엇인가 폭발적으로 알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학도와 지식인, 리버럴힙스터의 전유물이었던 것이 진정 평범한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잡은 것이죠.


1. 반면 그 특유의 과격함 때문에 단점이 따라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미러링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언어폭력을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갈 수 있을만큼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 있는 한편 크게 상처받는 사람도 있을 수 밖에 없죠. 한남충이라고 싸잡아 비난받는 그들의 이면에는 개개인이 가진 다양성이 있음을 누가 고려하고 있습니까? 사회운동은 피를 흘리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내 피는 아닌 것 같군. 인걸까요?


2. 같은 이야기로 misandry 때문에 상처받는 남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습니다. 여성들과 똑같은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희생자들인데요. 남성성이 사회가 제시하는 일정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 이미 낙오자로 좌절감을 느끼고 있을텐데 거기에 미러링이란 이름하에 접하게되는 언어폭력은 아마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느낌일 겁니다.


3. 위와 같은 이유로 메갈은 남성들의 공감과 이해를 얻을 수 없습니다. 그나마 이성의 끄트머리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 넷상에 만연한 여성혐오에 대한 부채감 때문에 고통받으면서도 동의하는 것이죠. 이런 아슬아슬한 동의는 투쟁이 과격화 될수록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F. 메갈의 에너지는 남성을 적으로 상정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죠. 혐오와 복수, 일탈의 쾌감을 동력삼고 지금까지는 꽤 잘해왔지만... 함께 사회를 바꿔나가야 할 파트너를 적으로 돌리고 여성들끼리의 투쟁만을 부르짖어서 과연 사회가 변할까요? 절반을 규합시키는데 성공해도 절반이 적으로 돌변해버린다면 그 미래는 뻔하다고 생각합니다.





5. 라는 글이 저장되어 있었네요

17년인지?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글쓰기 버튼 안누른지 언제적인지 기억도 안나거든요. 메갈리안이라고 지칭되어 있는걸로 보아 워마드 생기기전 인 것 같기도 하고. 여튼 뭐가 중요하겠어요? 예전에는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구하기 위해 넷상에 글도 올리고 그랬는데 지금은 별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 이렇게 꼰대가 되어가는건지. 현실에 치여서 그외의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는건지. 왜 다들 떠나는건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아직 등록 버튼을 누르기 전입니다만 누르게 될 지 안누르고 말 지 알 수 없네요. 사실 다른 글을 올리려고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가 발견한거라서.


6. 사실 요즘 페미니즘 이슈는 신경 안쓰고 있습니다. 이슈 외곽에 위치한 개인의 입장에서 가타부타 한다고 바뀔 것도 없고 어떤식으로든 정반합이 이루어지겠죠. 20대들은 정말로 전쟁중이라고 하던데.. 예전에 뻔하다고 생각했던 미래가 어떻게 될 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7. 지도자는 힘들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야 한명의 사회구성원으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그만이지만 그들은 책임이 훨씬 과중하잖아요? 이야기도 많이 들어야 할테고 그 지위에 올라가는 동안 뇌도 많이 굳었을테고..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신념을 관철시켜야 한다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야 할까요. 누가 그러던데.. 질서 선 이라고.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웃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3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8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43
125028 에피소드 #68 [2] Lunagazer 2023.12.19 69
125027 프레임드 #648 Lunagazer 2023.12.19 80
125026 서경식 작가가 돌아가셨네요. [6] thoma 2023.12.19 551
125025 [괴물] 감상 [2] 영화처럼 2023.12.19 350
125024 미래의 범죄들 Sonny 2023.12.19 248
125023 잡담 - 리젠을 생각하다, 연말 새해맞이 추천 노래들(캐럴 포함), 40까지 못쏠인 남자 상수 2023.12.19 158
125022 배우 조나단 메이저스 유죄판결, 마블 스튜디오의 해고와 어벤져스 5 부제 캉 다이너스티 삭제 [4] 상수 2023.12.19 451
125021 [속보] 교황 '동성커플 축복' 공식승인…"하느님은 모두를 환영" [4] 상수 2023.12.19 445
125020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4] 조성용 2023.12.19 443
125019 장문상이 마신이를 칼로 찌른 사건 [1] 돌도끼 2023.12.18 290
125018 드라마 두 편 봅니다 잡담. [4] thoma 2023.12.18 354
125017 프레임드 #647 Lunagazer 2023.12.18 52
125016 듄 화면은 참 복잡하군요 [5] 돌도끼 2023.12.18 427
125015 울티마 6 음악 [2] 돌도끼 2023.12.18 83
125014 돌아오는 베버리힐스 캅! [2] theforce 2023.12.18 227
125013 AI가 온다 : 당신의 밥벌이는 안녕하십니까? (국민은행 콜센터 직원 240여명 이달 말 해고 통보) [14] eltee 2023.12.17 718
125012 국회의원 선거법 관련 (민주당,,,준 연동형 비례제도라도 유지하시라) [5] 왜냐하면 2023.12.17 278
125011 경복궁 담벼락 낙서 훼손, 강추위(고양이가 한강 위를 걸어다닙니다), 4:1이 아닌 4:0 상수 2023.12.17 271
125010 프레임드 #646 [2] Lunagazer 2023.12.17 57
125009 매직 포켓 음악 돌도끼 2023.12.17 6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