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없구요. 이것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등록된 작품입니다. 무료 기간 뽕을 뽑기 위해 넷플릭스는 잠시 제쳐두고 아마존 것들로 달리는 중이라서요. ㅋㅋ



 - 제목 '플리백'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 이름입니다만. 사람 이름치곤 어감이 영 이상하다 싶어 사전을 검색해보니 '더러운 몰골을 한 사람'이라는 뜻의 단어네요. 주인공의 처지를 나타내는 말장난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극중에서 주인공의 이름은 불리지를 않습니다. 뭐 어쩌다 한 번 정도 불렸을지도 모르겠는데 암튼 전 기억에 없네요. 한참 보다가 '주인공 이름이 뭐였더라?'하고 엑스레이 기능을 켜서 확인했을 정도. ㅋㅋ



 - 일단 말씀드릴 건 이 시리즈는 보시려면 무조건 끝까지 봐야 하는 시리즈라는 겁니다. 시즌 1, 2까지 나와 있고 한 시즌은 6개의 에피소드로 되어 있으며 각 에피소드의 길이가 25분 내외이니 두 시즌을 다 봐도 다섯 시간 정도 밖에 안 걸립니다. 좀 긴 영화 두 편 내지는 짧은 영화 세 편 정도 분량이죠. 근데 이게 시즌 1에서 차곡차곡 캐릭터를 소개하고 쌓고 드라마를 다진 후에 시즌 2에서 달리는 식으로 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시즌 1은 좀 재미가 덜해요. 그러니 시즌 1만 보고 접거나 하시면 손해라는 거. 아예 안 보셔도 상관 없지만 일단 보기 시작했다면 에라 그깟 내 인생 다섯 시간 정도! 라는 마인드로 끝까지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왜냐면 시즌 2는 그래도 될만큼 재밌거든요.



 - 드라마 제목이 주인공 이름이잖아요. 딱 제목 그대로 '플리백'이라는 인물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깁니다. 

 런던에서 영세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30대 초반 스트레이트 백인 싱글 여성이구요. 술 담배 좋아하고 섹스 좋아합니다. 거의 정신질환급으로 충동적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유아적으로 굴며 민폐력이 AAA급으로 만렙 중 만렙. 대신 드립력이 출중하고 결정적으로 아주 예쁘게 생겼습니... (쿨럭;;)

 살짝 예전에 봤던 넷플릭스 드라마 '러시아 인형처럼'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거기 주인공의 영국맛 버전 캐릭터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드라마에서 보면 매력 뿜뿜이지만 현실에서 친분 관계로는 절대 얽히고 싶지 않은, 플리백씨는 뭐 그런 사람입니다. 사실 이야기도 비슷한 면이 꽤 있구요.

 다만 '러시아 인형처럼'에서의 타임 루프 같은 축복은 플리백씨에겐 주어지지 않기에 이 분은 현실에서 구르고 깨져가며 변하고 깨닫고 성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그러한 과정에 대한 이야기에요.



 - 보면서 어렸을 때 분명히 여럿 읽었는데 하나도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 어떤 이야기 패턴의 소설들이 떠올랐습니다. 음... 홍당무? 하도 오래 전에 읽어서 그게 이런 얘기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암튼, 본인은 나름 순수하고 큰 악의는 없는데 환경이 거지 같아서 뿔난 캐릭터로 살아가며 주변을 쿡쿡 찔러대는 10대들 이야기 있잖아요. 주인공 플리백이 사는 모습이 딱 이렇습니다. 자기 인생이 꼬였다고 생각할만한 이유는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그걸 극복 못 하고 주변에 민폐로 발산해대는 행동들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죠. 뭣보다 플리백은 이미 한참 전에 다 큰 성인이니까요. 그리고 플리백 본인도 자기가 하고 다니는 짓들이 절대 쉴드 받을 일들이 아니라는 것을 사실은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게 도저히 고쳐지지가 않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그래서 사는 게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의 굴레가 되어 몸부림칩니다.

 ...라지만 결국 드라마니까요. 완벽한 해피 엔딩과 몰라보게 달라지는 성장까진 아니어도 결말에서는 나름 달라지고 한결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과정을 짧게 짧게 단타로 치고 빠지는 웃기는 장면들과 함께 꽤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감동도 있고 여운도 있고 그래요.



 - 근데 미국 드라마와 영국 드라마를 섞어서 보다보면 드는 생각인데... '막 사는 청춘'을 묘사하는 작품들을 보면 대체로 영국쪽 막 사는 청춘들이 훨씬 더 막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이게 실제로도 좀 그런 건지 아님 그냥 영국 사람들 유머 감각이 살벌한 건지 쓸 데 없이 궁금하네요. ㅋㅋ



 - 위랑 비슷한 얘긴데, 영국 쪽 드라마들은 미국쪽 작품들에 비해 PC함을 구현하는데 있어 그리 부담을 갖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앞서 말 했던 '러시아 인형처럼' 같은 경우엔 주인공이 주변 사람들에게 아무 말 대잔치를 하고 다니는 와중에도 인종 차별, 여성 비하로 받아들여질 내용들은 귀신 같이 피해가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 드라마는 뭐 걍 가차없네요. ㅋㅋ 분명히 페미니즘적인 이야기이고 시즌2엔 대놓고 설교하는 장면까지 하나 나오고 그럽니다만. 그래도 드립은 드립인 것이다!!!! 라는 느낌. 전 이 쪽이 훨씬 맘에 들었습니다.



 - 계속해서 주인공이 시청자들에게 말을 걸며 대화하는 식으로 진행을 하는데... 뭐 사실 2019년에 특별히 신선한 형식도 아니라서 그러려니 했습니다만. 시즌2의 어떤 장면들에서 이걸 변형해서 써먹는 걸 보며 작가의 센스에 조금 감탄했습니다. 그게 뭔지는 이야기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구요.



 - 모든 부담스러운 이야기들을 다 드립으로 넘겨버리며 살던 주인공이 어쩌다가 남에게 진심을 토로하는 장면이 두 번 정도 나와요. 시즌1에 한 번, 시즌2에 한 번 정도 나오는데... 시즌1의 그 장면이 참 맘에 들었습니다. 털어놓게 되는 대상과 상황이 참 의외인데 그걸 되게 자연스럽게 풀어내서 감탄했네요. 두 배우 다 연기가 좋았구요.



 - 좋은 배우들이 많이 나오고 크리스틴 스캇 토마스 같은 중량감 있는 게스트도 있고 그렇습니다만, 역시 시즌2의 모리어티 신부님이 인상적이었네요. 여자들이 참 좋아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로 나오는데 자꾸 모리어티 생각이 나서 흠(...) 동생 역할 배우도 너무 좋았어요. 처음엔 주인공이랑 정말 안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보다보니 닮아 보이고 캐릭터도 점점 귀여워지구요. ㅋㅋㅋ



 - 솔직히 시즌2에서 주변 인물들, 특히 가족들이 갑자기 너무 부드러워지는 느낌이 있긴 했습니다. 나름 이야기 흐름 속에 잘 녹여내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첫 등장들의 그 삭막함을 생각하면(...)



 - 시즌3을 만들려면 못 만들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개인적으론 그냥 안 만들어도 될 것 같아요. 시즌2의 결말이 참 완벽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시즌3이 나오면 보긴 하겠죠. 캐릭터들에게 꽤 정이 들었으니까요. ㅋㅋ 동양권에 거주하며 결혼해서 애도 키우는 중인 중년 아저씨(...)보다는 서양에 살거나 그쪽 문화가 익숙한 싱글 여성분들이 훨씬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재밌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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