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요즘도 바쁘냐'라거나 '아직도 바쁘냐'라는 톡을 받곤 해요. 그런 톡을 보내오는 사람들은 대개 몇달 전쯤 '바쁘니 다음에 보자'고 해둔 사람들이죠. 어쨌든 이제는 안 바쁘냐는 톡을 보면 여자들도 입장이 뒤바뀌면 상황파악이 잘 안되는건가 싶어요. 


 여자들이 말하는 '바쁘니까 다음에 보자'는 말은 영원히 안 보겠다는 말을 제법 매너있게 하는 말이잖아요? 여자들은 그런 말을 자주 쓰면서 왜 본인이 들으면 해석을 못하는걸까 궁금해요.



 2.어쨌든 그런 톡이 오면 이번엔 좀더 잘 알아들을 수 있게 대답해 주죠. '이봐, 나는 백수잖아. 그리고 백수가 바빠봐야 바쁜 백수일 뿐이잖아.'라고 말이죠. 아무리 바쁜 백수여봤자 아무리 한가한 회사원보다도 널널한 법이잖아요? 회사원도 아니고 백수가 바쁘니까 못 만난다고 말하면 그건 영원히 볼일이 없단 뜻인데 말이죠.


 왜냐면 그렇거든요. 사실 인간들은 바쁘지 않아요! 누군가가 만나자고 했을때 바쁘다고 말하는 건 '너를 위해서는 바쁘고 싶지 않아.'라는 뜻이니까요. 마음에 드는 상대가 만나자고 하면 다른 모든 스케줄을 제쳐두고 나오는 게 사람이죠. 사실 이세상에 진정한 의미로 바쁜 사람같은 건 거의 없어요. 정말 말도 안되게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절대 대체될 수 없는 롤을 맡은 사람이 아니고서는요. 여러 사람 밥줄이 걸린 프로젝트를 혼자서 이끌어 나가는 사람 정도 말고는 아무도 안 바빠요.


 바쁘다는 말은 '너 따위는 내 스케줄의 일부가 될 수 없어.'라는 말과 같은 거죠.



 3.던바의 법칙이라는 개념이 있죠. 내가 좋아하는 개념들 중 하나예요. 인간의 인지 자원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옛날에는 인맥이 적어서 사람에게 연락이 오면 기뻤지만 이제는 짜증나요. '거절해야 하는 사람이 연락오면'말이죠. 왜냐면 거절이라는 것 자체가 미안한 일이고, 상대에게 미안한 일을 하는 건 스트레스니까요. 다들 알겠지만 나는 착하니까요. 거절을 하기가 힘들어요.


 던바의 법칙은 사실 옷이나 술집에도 해당돼요. 예전에는 옷이 많아지면 그 옷들을 계속 바꿔가면서 입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군요. 결국은 늘 입게 되는 5~7개 정도의 옷을 돌아가면서 세탁하며 입게 되지, 그 이상으로 옷이 많아져도 그 옷들을 다 입게 되지 않아요. 심지어는 한 계절동안에 단 한번도 꺼내지 않게 되는 옷들도 생기죠. 2년 전에 샀는데 아직도 비닐포장 안에 들어있는 옷들도 있고요.


 의복을 다루는 데 제일 귀찮은 게 세탁이거든요. 그런데 옷을 많이 사도 새옷을 입느니 그냥 마음에 드는 더러워진 옷을 세탁해서 입게 되더라고요.



 4.휴.



 5.술집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아는 서울의 술집이 30개가 넘는다...고 말하곤 하는데 이건 사실이기도 하고 사실이 아니기도 해요.


 술집을 많이 간다고 해봐야 결국 5개 정도의 술집을 로테이션하면서 다니게 되거든요. 나머지는 알긴 알지만 인식 밖으로 사라져 있으니까요. 물론 그러다가 다시 친해져서 발을 끊었던 가게에 다시 가게 되기도 해요. 그런데 그럴 땐 반드시, 이미 다니던 술집 중 하나가 소홀해지게 되는 거죠.


 예전에는 뭐든 선택권이 많아지는 건 좋은 일이다...라고 생각했는데 글쎄요. 인간은 아무리 선택권이 많아봐야 테이블에 바로 올려놓은 5~7개의 패들 중에서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모든 선택권을 고려해서 가장 좋은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 늘 하던 선택들 중에서 그때 최선이라고 여겨지는 선택을 하는 거죠.


 

 6.예전에는 예쁜 여자들이 거절을 싸가지없이 하는 걸 이해 못했어요. 


 '아니 저것들은 지들이 잘나서 저런 줄 아나. 어딜 얼굴이 반반한 것 하나가지고 유세를 떠는 거야!'


 ...라고 생각하곤 했죠. 하지만 요즘은 나름대로 이해해요. 왜냐면 수많은 수컷들이 그녀들의 '던바의 수'중 하나가 되려고 엄청나게 들이대 오니까요. 남자들은 예쁜 여자에게 연락할 때 '그냥저냥 알고 지내자'식으로 부담없이 연락해오지 않거든요. 위에 쓴것처럼 여러 카드들 중 제일 중요한 손패들 중 하나가 되어보려고 연락을 하는 거죠. 예쁜 여자...특히 아주 예쁘지 않고 적당히 예쁜 여자들은 그런 접근을 어렸을 때부터 쉬지 않고 받아오고 있고요.


 

 7.한데 그들이 그녀가 가진 기존의 던바의 수들 중 하나를 확실히 밀어낼 정도로 뛰어나다면 모르겠지만...사실 그렇지는 않거든요. 왜냐면 누군가가 가진 던바의 수들 중 하나를 휙 밀어낼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사람들은 연락이 먼저 오지 연락을 먼저 하지 않으니까요. 


 어쨌든 그냥 연락해오는 게 아니라 '너의 던바의 수들 중 하나가 되고 싶어.'라고 먼저 연락해오는 사람들은 매우 성가신 법이예요. 그게 여자든 남자든 말이죠. 하나하나 친절하게 거절하더라도 결국 그것조차 지쳐버리면 싸가지없이 거절하게 되는 거죠.


 '거절을 해도 왜 이렇게 싸가지없이 거절을 하나. 지가 뭐라고 사람을 저렇게 후벼파는 거야?'라고 고까운 마음이 들더라도...역지사지해볼 수 있게 되면 그것도 나름 이해되는 일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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