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다운 일기...(주식과 비유)

2020.03.26 02:15

안유미 조회 수:573


 1.사람들을 만나면 투자 얘기를 하곤 해요. 그리고 그런 대화의 대부분은 '투자에 대해 잘 모르지만 어쨌든 돈을 벌고 싶어하는'사람과의 대화일 때가 많죠. 그러니까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면 사실 거의가 주식에 관한 이야기가 돼요. 부동산은 아무리 작은 부동산이라도 건당 단가가 크고, 부동산에 손댈 정도로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이미 자신의 포지션-입지나 접근성, 타인과의 관계 등에 의해 특정한 부동산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주식의 경우는, 주식시장에 상장만 되어있다면 다 같은 종목이예요. 부동산을 고르듯이 자신의 포지션에 맞춰 종목을 고르지 않는다는 거죠. 그냥 돈을 벌어다 주는 주식이 좋은 주식이니까요.



 2.어쨌든 아직까지 한번도 주식을 하지 않았다...라고 상대가 말하면 나는 상대를 추켜세워 주곤 해요. 한번도 주식을 하지 않았다는 건 한번도 주식으로 돈을 잃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한번도 주식으로 돈을 잃지 않은 개인투자자라면? 그건 상위 10%의 개인투자자고요.


 '이봐, 너는 아직 한번도 주식으로 돈을 잃지 않았어. 그것만으로도 너는 이미 상위 10%의 투자자인거야!'라고 말이죠. 그야 이건 덕담만이 아니라 사실이기도 해요. 



 3.그러나 인생에 언젠가는 투자를 해야만 할 때가 와요. 워렌 버핏이 주식을 야구에 빗대 말했다죠. 개인투자자가 최고로 유리한 점은 반드시 스윙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라고요. 이 말 자체는 맞는 말이예요. 프로 야구의 세계에서는 3스트라이크면 아웃이기 때문에 투수가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해서 치기 좋은 직구를 던져오길 기다릴 수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프로 투자자의 세계에서도 그래요. 돈을 그냥 놀리고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어쨌든 하루에 한번이나 일주일에 한번쯤은 반드시 배트를 휘둘러야만 하죠. 그리고 그렇게 방망이를 휘두르면 빗나갈 확률이 높고요. 하지만 개인 투자자라면 주식시장이라는 투수가 정말로, 말도 안되는 만만한 직구를 던질 때까지 기다려도 되는 거예요.



 4.휴.



 5.그러나...그것도 20대나 30대의 타자일 때 들어맞는 말이예요. 만약 30살이고 현금이 8억원 정도 있다면? 주식을 사지 않고 2년을 기다리거나, 우량주를 사놓고 2년을 기다려도 돼요. 2년이 지나서 32살이 되어도 그는 여전히 젊고, 여전히 32살치고는 부자인 거니까요.


 하지만 나이를 먹기 시작하고 35살...36살...37살이 되어버리면? 자신의 2년을 그냥 만만한 직구가 날아오길 기다릴 수가 없는 거거든요. 왜냐면 2년만 지나면 나이가 팍 먹은 게 느껴질 나이니까요. 씀씀이 또한 넓어지고 깊어져서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도 많아지고요. 


 

 6.그래서 나도 예전엔 야구에 주식을 비유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아요. 무한정 좋은 볼이 들어오길 기다릴 수가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조급하게 액션을 취할 필요까진 없지만요.


 

 7.요즘은 주식을 카지노에 비유하는 일이 잦아졌어요. 도박성이 짙다는 뜻으로 카지노에 비유하는 건 아니예요. 카지노에 머무르는 기간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는 뜻으로 하는 말이죠. 


 예를 들어서 카지노에서 딱 하루만 놀다가 온다면? 내가 잘만 하면 카지노를 상대로 돈을 따서 귀환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틀을 머무르거나 사흘간 머무르거나...아예 한달 내내 카지노에 틀어박혀 있는다면? 한달 내내 카지노에 머무른다면 물리적으로, 그리고 수학적으로 카지노가 이기게끔 되어 있거든요. 한달씩이나 카지노에서 뭉개고 있으면 승리자는 내가 아니라 카지노가 된다는 거죠.



 8.한데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카지노에서 떠나 있으면 그것도 곤란해요. 왜냐면 아주 잠깐 카지노에 머물러야 할 그때를 노리기 위해선, 계속 카지노 주위를 기웃거려야 하니까요. 카지노 주위를 기웃거리다가 정말 확실하게 딸 수 있을 것 같을 때 잠깐씩만 가서 칩을 따고 다시 나와야 하는 거예요. 그리고 딴 칩은 재빨리 다시 돈으로 바꾸고요. 


 문제는 이 부분이 힘든 거예요. 아예 카지노에서 멀리 떠나 있으면 마음도 카지노에서 떠나니까, 갈 마음이 안 들거든요. 한데 카지노에서 멀리 떠나지도 않고 카지노 안에 들어가 있지도 않고, 카지노 문 앞에서 계속 기웃거리는 것...이게 제일 힘든 일이예요. 카지노 문 앞에서 카지노 안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는 걸 며칠동안 하면, 들어가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 되니까요. 이번 장에서도 카지노 문 앞에서 참을성 있게 기웃거리다가 너무 일찍 들어가버려서 박살난 사람들이 많죠.



 9.내가 가끔 말했듯이 주식이란 건 그래요. '좋은 회사의 주식'이 아니라 '좋은 주식'을 사야 하죠. 왜냐면 돈을 벌어다 주는 주식이 좋은 주식이지, 이미 알려진 좋은 회사의 주식은 세월아 네월아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지만 이런 시기에는 글쎄요. 당장 쓸 필요 없는 돈이 있다면 기회를 엿보다가 좋은 회사의 주식을 사서 오래 가지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네요. 굳이 '좋은 주식'을 고르려는 노력을 할 필요 없이요.


 내가 정말 똑똑하다면 이런 두루뭉술한 글을 쓰는 대신 '어떤 회사의 주식을 얼마쯤에 사면 돼'라고 자신있게 말하겠지만 글쎄요. 그럴 수 없는 이유가 두가지 있죠. 나는 그렇게 고수가 아니고, 틀렸을 때 여러 사람에게 그 돈을 다 물어줄 수 있을만큼의 부자도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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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잘 모르겠어요. 내가 내 신세를 잘 고칠 수나 있을지 말이죠. 사실 우리 모두가 평생동안 하는 게 그거잖아요? 신세를 조금씩 고쳐가는 거 말이죠. 그야 어느날 한번에 확 나아지게 만들 기회도 있긴 있겠지만 기본적으론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게 만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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