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빙수)

2017.12.26 05:51

여은성 조회 수:800


 1.젠장...온몸이 아파요. 한시간전엔 괜찮았는데 1초마다 점점 아파지고 있어요. 하지만 돌봐 주는 사람도 없어요.


 지금 일기를 쓰는 순간이야 좀 처량하지만, 돌봐주는 사람이 없다는 점은 그래도 좋은 거예요. 누군가를 마음 쓰이게 하면 내 기분도 팍 식거든요.



 2.원래는 지난 주에 3배 계왕권을 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종현의 자살때문에 모두가 좀 우울한 분위기였거든요. 나야 종현을 모르니까 상관없지만 나와 놀아줄 사람들은 기분이 꿀꿀한 것 같아서 조용히 지냈어요. 그리고 오늘 3배계왕권을 썼죠.


 꼭 종현이 아니더라도, 자살한 사람 때문에 슬퍼본 적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최근엔. 놀랍거나 부럽거나 둘 중 하나죠. 왜냐면 걔네들의 고통은 끝났잖아요? 남은 사람들의 엿같은 인생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요.



 3.아래에 김훈 얘기가 나왔네요. 김훈은 매우 끔찍이 싫어해요. 나는 다른 사람이 어떤 말을 하든 위선이거나 위악일 수도 있다는 걸 감안해서 좋은 쪽으로 해석하는 편이예요. 그렇지만 그가 쓴 글 중 하나는 매우 소름이 끼쳤어요. 대충-


 '삶의 일상성은 경건하며 진부하게 꾸역꾸역 이어지는 순환이 행복한 일이다.'


 뭐 이런 소리였죠. 그 자신이 그렇게 여기는 건 알 바가 아니지만 주위 사람이나 자식에게 저딴 사상을 가르치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끔찍한 사람이라고 여기게 됐어요. 


 

 4.휴.



 5.왜냐면 나는 삶의 일상성과 진부함은 이 세상이 우리에게 내리는 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일상성이나 유지하며 생존해 있으려면 대체 뭐하러 사는 거죠? 


 하여간 김훈이나 이국종 교수의 어머니 같은 사람들은 이해가 안 돼요. '남자는 죽을 때까지 길바닥에서 일하다 파편처럼 흩어져야 한다.'거나 '별볼일 없는 네 주제에 그 정도의 임팩트를 낸다는 자체에 감사해라.'라고 말하는 어머니라니. 저게 나름대로의 삶의 철학인지 그냥 가오잡으려고 하는 소리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정말 저렇게 생각한다면 본인이 그렇게 살면 되잖아요? 왜 다른 사람에게 저런 소리를 하는 거죠?



 6.만약 아이를 낳게 되면 절대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지 않을 거예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친다는 건 결국 무언가에 쓰여지도록, 쓸모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거잖아요. 물고기는 그냥 먹여주고 한가지만 가르칠거예요. 다가오는 녀석들이 물고기를 탐내서 다가오는 녀석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방법이요. 


 어렸을 때는 자식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격언이 멋져 보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완전 미친 소리예요. 왜 낳아달라고 하지도 않은 사람을 멋대로 낳아서 힘든 것만 가르치는 거죠?



 7.하지만 아이는 낳지 않을거예요. '만약 아이를 낳게 되면'은 '만약 실수로 아이를 낳게 되면'이란 뜻이니까요. 모든 걸 갈아넣어서 저렇게 아이를 살게 해줘도 결국 인생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거든요. 누군가가 인생에 대해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하곤 해요.


 '제일 좋은 건 처음부터 아예 태어나지 않는 것. 두번째로 좋은 건 가능한 빨리 죽는 것. 세번째로 좋은 건 왕처럼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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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정말 아프네요. 차가운 빙수가 먹고 싶어요. 일단 일하고, 자는 것까지 계산하면 한 15시간후엔 괜찮아질 것 같으니 빙수랑 논알콜칵테일 먹으러 갈거예요. 


 써놓고 보니 차가운 빙수라는 말은 좀 이상하네요. 어쨌든 장충동에 갈 건데 붙을 사람 있으면 붙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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