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27 20:26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라고 하는데요.
스탠퍼드 대학 철학과 교수 존 페리는 차라리 미루기를 잘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내가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벌써 여러 달 전의 일이다. 그런데 왜 이제야 쓰고 있느냐고? 마침내 짬이 났느냐고?
아니다. 나는 지금 답안지 채점도 해야 하고, 교재 주문서도 작성해야 하고, 미 국립과학재단 제안서도 심사해야 하며,
제자의 학위 논문 초안도 읽어야 한다. 하기 싫은 이 모든 일을 하지 않을 방편으로 난 이 글을 쓰고 있다."
꼭 해야 하는 일 B, C가 있을 때 더 강력하게 하기 싫은 B를 하지 않으려고 그나마 덜 하기 싫은 C를 자발적으로 하게 되고,
B보다 더 강력하게 하기 싫은 A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면 그나마 덜 하기 싫은 B를 자발적으로 하게 된다는 얘기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체계적 미루기를 잘만 이용하면 A는 많이 늦어지겠지만 적어도 B와 C는 어느 정도 열심히 하게 된다
뭐 그런 얘기인 것 같은데요. 이 이론(?)의 정확한 작동 방식은 잘 모르겠으니 궁금하신 분은 찾아보고 공부하신 후에 좀 알려주세요. ^^
이 미루기의 역이용 방법에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건 제가 추석연휴 내내 읽지 않고 처박아 두었던 책을
내일을 위해 준비해야 할 일을 하지 않기 위한 방편으로 지금 열심히 읽고 있다는 거죠. ^^ (제가 미루기 역이용의 산 증인이군요.)
글이 안 쓰여지거나 책이 안 읽히는 분들은 더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게끔 만들어 놓으면 더 하기 싫은 일을 안 하기 위해서
열심히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참고하세요. ^^
매일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해야 할 일을 미룰 수 있는 나름 건전한 이유를 만들기 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운동하러 가야겠습니다.
2018.09.27 21:55
2018.09.27 23:10
찾아보니 존 페리가 쓴 <미루기의 기술>이라는 책이 있네요.
부제는 '늑장부리고 빈둥거리고 게으름 피우면서도 효율적인 사람이 되는 법'!!! (저를 위한 책이군요. ^^)
당장 도서관에 대출예약해 놓았습니다. 읽어보고 감동적인 내용이 있으면 듀게에 알려드리도록 하죠. ^^
====================================================================
아래 서평만 봐도 책 한 권 다 읽은 느낌이긴 한데...
https://news.joins.com/article/14076571
2018.09.27 23:59
얼른 서평 읽어봤는데 당장 우크라이나어를 공부해야한다!에서 웃었어요. 굉장히 신선한 방법인데요.
2018.09.28 00:15
유머 넘치는 교수님인 것 같아요. ^^ 아래 링크에서 책의 일부를 좀 더 읽어볼 수 있어요.
https://goo.gl/UmtDCW
(마우스 스크롤해서 앞으로 가면 돼요.)
2018.09.28 00:42
고마워요 언더그라운드님! 지금 일하기 너무 싫은데 이거 읽으면서 미루기 해야겠어요 *^^*
2018.09.28 01:30
시험기간엔 도스토예프스키가 그렇게 재미있을수 없죠
2018.09.28 02:27
돌아보니 제 인생의 취미들은 다 해야 할 일을 미루기 위해서 열정적으로 찾아냈던 게 아닌가 싶네요. ^^
아마 듀게에도 미루기 습관으로 인생이 풍요로워진 분들 많으실 듯...
2018.09.28 13:28
보통은 해야 되는 일을 미루고 안해도 되는 일을 하니까 여전히 해야 되는 일들은 남죠..
2018.09.28 22:56
좀 전에 존 페리 교수의 책을 빌려와서 읽고 있는데 26쪽에서 "그럼 목록 제일 위에 절대 하지 않고
계속 미루기만 하는 중요한 일들은 어떻게 되는 거죠?"라는 질문에 대답을 하긴 해요.
일단 우선순위 상단에 올라가는 일들을 다음 두 가지 특징을 갖는 것으로 선택하면 되는데
첫째는 명확한 기한이 있어 보이는 것, 둘째는 엄청나게 중요해 보이는 것이죠.
먼저 엄청나게 중요해 보이는 것의 경우, 그것이 항상 지속적으로 중요할 수는 없다고 해요.
어느 시점에서는 어떤 이유로든 그것보다 급하게 처리해야 하거나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일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그렇게 그 일의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시점에 그 일을 하게 된다는 거죠.
다음으로 명확한 기한이 있어 보이는 것의 경우, 사실 정해진 날짜가 있어도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는
경우가 많이 있고 그렇게 기한이 좀 지나고 나면 다른 더 중요한 일들이 생겨서 그 일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게 되어 그 일을 하게 된다고 하네요. ^^
이런 저런 중요한 일들이 계속 밀려드는 사람의 경우에는 우선순위가 계속 바뀔 수가 있으니
그럴 듯해 보이기도 하는데 시험 공부같이 기한이 지난 후에 하는 것은 아무 소용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시험이 끝난 후에 우선순위가 떨어져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때 공부해 놓고
나중에 다시 시험 치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긴 하네요. ^^
사실 이 책은 미루는 습관을 고치는 방법에 관한 거라기보다는 미루는 습관으로 인한 좋은 점도 분명 있고
미루는 게 삶에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니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고 행복하게 살아라 뭐 그런 것 같아요. ^^
2018.09.29 00:35
2018.09.29 00:53
확실히 기한이 가까워지면 집중력이 엄청나게 좋아져서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 같긴 해요. ^^
그런데 단시간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중노동하면 피로도도 그만큼 높아져서 회복 시간이 오래 걸리니
결국 그게 그건가 싶기도 하고... ^^
그럴거 같네요 저도 비슷하게 삽니다.
불행의 시작인 재생 가능한 파괴는 새질서의 원동력이고 오류가 찾는 진실일 수도 있고요 인생은 뭐라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