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구치 유키오라는 경제학자가 쓴 책의 글에 보면 일본국 법조문을 까면서 영문법과 비교한 글이 있는데

아래 타블로 글과 뭔가 비슷한 맥락이라 옮겨 봅니다. (조금 의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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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문의 대표적인 예로서 '일본국 헌법'의 전문(前文)이 자주 거론된다. 예를 들어, 다음 문장을 보자.


"우리는 어느 국가도 자국에만 전념해서 타국을 무시해서는 안 되며, 정치 도덕의 법칙은 보편적인 것이며,

이 법칙에 따르는 것은 자국의 주권을 유지하고 타국과 대등 관계에 서려고 하는 각국의 책무라고 믿는다."


ㅡ 문장 첫머리에 갑자기 주어가 두 개 나오기 때문에 혼란스럽다. 이 문장만 보고 있으면 

"무시해서는 안 되며" 라는 말을 듣고 나니 "아니 도대체 왜?"라고 묻고 싶어질 정도다. 


이와 비교해서 "미국 헌법"의 원문(*주: 현행 일본 헌법은 미 군정(GHQ)에 의해 대충 쓰여진 감이 있습니다)을 보면

'믿는다'의 용법은 다음과 같이 쓰인다. (1)'무시해서는 안 되며' (2)'보편적인 것이며' (3)'책무라고'의 3곳에 걸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즉 흔히 말하는 that절 용법으로서, 영문법을 조금만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일본어에서는 that절이고 나발이고 없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가 없다. 유감스럽게도 역시 일본어보다는 영어가

논리 구조를 정확하게 표시할 수 있는 것일까? (*주: 일본어 문장에서는 접속사를 써서 중문을 만들거나 애매하게 

주어를 생략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이 열차는 앞으로 나고야, 교토에 정차합니다. 라는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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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나라의 저명한 학자도 영어에 대해서 이렇게 기술하는 걸 보면 확실히 영어의 구조가 좀 복잡하긴 한가 봅니다.


그런데 영어 관련 부분은 윗부분이 다이긴 합니다만, 그 밑에 법 관련해서 약간 다른 내용도 있습니다. 

계속 옮겨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원래 법의 비문에 관한 글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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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쨌든 분위기만은 알 수 있겠다. 요컨대 국제 협조가 중요하다는 뜻이리라. 또한 이런 건 파악하기 힘들더라도

냉정히 말해 일상생활에 문제는 없다. 하지만 세법 정도 되면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다. 아니, 잘못 해석하면 큰일이 난다.


예를 들어 다음을 보자.


"법인(공익법인 및 법인격이 없는 사단 등을 제외한다. 이하 이 조항에 있어서 동일하다)의 주주 등인 내국법인이 해당 법인에서

다음에 드는 금전 기타 자산의 교부를 받은 경우에 있어서, 그 금전의 금액 및 금전 이외의 자산 평가 합계액이 그 교부의 원인이 된

해당 법인 주식(출자 등 포괄)의 장부가액을 초과할시, 동 법률의 규정 적용에 있어서 그 초과하는 부분의 금액 중 해당 법인의 자본

등의 금액으로 구성되는 금액 이외의 금액은 이익의 배당 또는 잉여금의 분배액으로 간주한다." (일본 법인세법 제23조 2항)

(주: ...... 힘들어 죽겠네요 가타카나로 써있어서 솔직히 이 부분은 인터넷 참고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법과 달리 일본법은 일반적인

문장 자체를 쓰지를 않습니다. 대체 이게 뭔 소린가 싶었는데 일본에서 나온 법률독본 읽어보니 에도시대 문체 그대로 쓴다더군요-_-;)


ㅡ 이런 문장이 머리에 쏙 들어오는 사람은 머리가 좋다고 하기보다 조금 이상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일본의 법인세법이 속칭

'일독 난해 이독 오해 삼독 불가해'(한 번 읽으면 이해가 힘들고 두 번째는 오해하고 세 번 읽으면 아예 뭐가 뭔지 모르게 된다)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로서는 왜 '법인의 자본금 = C, 교부를 받은 금액 = M 이라고 할 때...' 라는 식으로, 이를테면

경제학의 수식으로 써 주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주: 이 아저씨 도쿄대 공대 나와서 대장성 갔다가 도쿄대 경제학부 교수 하는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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