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하며

약 4~5년전쯤부터 거의 매일 이 게시판을 들락거리며 많은 글을 읽었고,

관심있는 주제가 나올 때면 게시물과 댓글을 줄기차게 올리며 논쟁한 적도 많았던 사람입니다.

일단, 제가 쓰려는 글의 성격상 저의 정체성 일부를 공유하면서 시작하겠습니다.

 

 

2. 글쓴이에 대해

남자이고, 30대초반이고, IT업계에 종사하고, 두뇌활동은 모자라지 않을 정도는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_-;

진보신당 진성당원에 노무현을 존경하고 PC한 것을 좋아하며 나름대로는 예의를 중시하고

영화와 음악을 좋아하고 스트레이트(성적취향)이며 경상도 출신이고 여자친구가 있는 미혼의

개신교도...입니다.

 

음, 사실은 1년에 교회라고는 부모님 따라서 가는 몇 회 밖에는 없습니다.

혼자 살기 때문에 부모님 뵈러 지방에 내려가지 않는 한은 교회가기가 어렵네요.

신의 존재(하나님)을 믿지만, 성경구절이 구구절절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껍데기 신자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개신교 신자라고 하면 일단 색안경 끼고(말 안통하는 꼴통?) 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자기소개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제 소개는 여기까지.

 

 

3. 호모포비아?

어제부터 진행된 호모포비아 논란이 어느정도 정리되고 난 빈 자리에 종교이야기가 들어섰네요.

동성애 혐오자가 듀게에 글을 쓰게 되면 많은 회원들이 이를 제지합니다.

훈계나 비판, 때로는 비난을 통해 글 쓴 사람으로 하여금 그런글을 쓰지 않도록 자제하게 만듭니다.

사회의 규율을 어기지 않는 한 누군가의 특성(혹은 취향)은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싫어하는 것 조차 그 사람의 개인적인 취향이라면 존중받을 수 있지만..

그것을 싫어하는 것(예를 들어 호모포비아)을 남에게 드러내게 된다면 이것은 사회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고,

이러한 영향이 그 대상에게 위축/위협감을 줄 수 있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소지가 있으므로

그 '싫어하는 감정'을 사회적으로 드러낼 때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길었지만, 동성애 혐오자를 제지하고 제재를 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4. 종교포비아?

그렇다면 이 얘기가 호모포비아에만 적용되는 이야기일까요?

 

최근(특히 이명박의 취임이후)들어 듀게에 종교 혐오자, 특히 개신교 혐오자가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개신교 혐오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개신교 신자인 저조차도 명동 거리를 돌아다니는 '예수천당 불신지옥'이 불편하고,

사회에 여러가지 폐를 끼치는 전도방식에 불만을 갖고 있으며

최근 타락하고 부패한 교회들(주로는 대형교회들)에 혀를 차며 개탄하고 있습니다.

특히 뉴라이트와 결탁한 정치하는 종교인들에 대해서는 많은 분노를 느낍니다.

네, 문제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게시판에서 개신교 혐오를 마구 발설해도 괜찮은가요?

개신교를 비판하거나 반성이나 개혁을 촉구할 수 있습니다.

전도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해를 끼치면 이를 비판하고,

정치교회들이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면 그 교회나 해당 인물들, 그 행위를 비판/비난하는 것이 옳습니다.

혹은 개신교 신자들이 (꼴통이라서, 귀찮아서, 답답해서 등의 이유로) 싫다면, 싫은 감정을 가지는 것은

위의 호모포비아의 경우처럼 개인의 자유일 것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신도들을 '개독'으로 폄훼하거나 기독교가 짜증난다, 기독교인이 싫다 등등의

표현은 자제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듀게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원하는 많은 회원님들도 이러한 발언이 계속되지 못하도록

위의 호모포비아의 경우처럼 분위기 조성을 해주셔야 맞다고 생각합니다.

 

 

5. 예상되는 반론에 대한 답변

- 개신교가 타락한 데에는 개별 신도들이 방관하고 있는 책임이 크다. 방관하고 있는 신도 역시

타락한 수뇌부에 비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저의 답변 : 물론 저는 열심히 교회에 다니고 있지 않지만, 의식 있는 많은 신도들은 한국 기독교를

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워낙 현재의 기독교 수뇌부가 강한 힘을 갖고 있고

그 세가 커서 일거에 뒤바뀌기 힘든 것입니다. 일반인들이 미디어를 통해 접하게 되는 교회들이

대부분 대형교회들이다 보니 그들이 대부분인 것처럼 보이는 경향도 있는데, 그저 조용히

작은 교회에서 사회에 봉사하며 소소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교인들도 무시하지 못할만큼 많습니다.

뉴스에 폭력교사 얘기는 나오지만 평범한 교사의 얘기는 잘 나오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물론 이들(후자)이 교회 개혁을 실천할만큼 의식이 깨어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나 그렇다고 해서

개독소리를 들을 이유 또한 하등 없다고 생각합니다.

 

- 듀게는 종교(개신교)포비아를 제지하거나 특정 종교인을 보호해 줄 마음이 없다

-> 저의 답변 : 이 문제는 투표로 결정되거나 듀나님께서 결정해주실 일도 아니고, 아마도 듀게인

각자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겠습니다만, 만약 전반적인 분위기가 위의 말처럼 흘러간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신자들이 참고 여기를 다니던가, 혹은 떠나겠죠.

이 곳에서 이 대통령을 비판/비난하는 글이 거의 제지받지 않는 것처럼 종교포비아도 역시

지금처럼 계속 커져간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포비아가 다 제지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어느 것/어느 선까지 허용될 것인지는 듀게 사회의

합의에 달린 것이겠죠. 위에 드린 말씀들을 근거로, 종교포비아는 제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소수자에 대한 보호는 필요하지만, 이미 주류인 기독교를 성적 소수자와 동일선상에 놓지 말라

-> 저의 답변 : 물론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주류 세력과 소수자가 똑같이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국의 주류 세력이자 타락하고 부패한 주된 영역은 대체로 대형교회들입니다.

한국의 경제에서 대기업이 대부분의 부를 소유/창출하고 있지만 실제 일하는 근로자수는 중소기업

근로자수가 더 많은 것과 비슷합니다.

일반적인 기독교인들이 힘있고 영향력있는 사람들인 것은 아닙니다.

 

 

6. 마치며

오랫동안 흐름을 지켜보다가 결심 끝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혼란스러운 다양한 생각들을 하나의 글에 온전히 쏟아내기 어려워 논리가 빈약한 부분도 많겠지만,

지적해 주시면 잘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낮시간동안 회사에서 바쁘게 보낼 예정이라 답변을 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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