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케이블에서 방송하더군요.

개봉할 때 한번 보긴 했는데, 보는 중간 갑자기 일이 생겨 극장에서 나오는 바람에 공자가 노나라 떠나는 시점부터 못 봤던 터라 해주는 김에 보자 싶었습니다.

<토이스토리3> 보면서 노닥거리다 틀어보니 딱 그 시점쯤부터 하고 있습니다. 계속 봅니다.

뭐, 초점은 개봉 당시 볼 때와 같습니다.

 

윤발형님의 공자?

죄송하지만 관심 밖입니다. 윤발 형님이야 영화 내내 질리도록 보잖아요=_=

일단 제 관람의 초점은 위나라 왕비 남자 역의 주신이 언제 나오나, 계강자 아들 계손비 역의 육의가 분명 한번은 더 나올텐데 어디서 나올까+_+ 입니다.

 

그러니까 이분과...

 

(↑주신: 위나라 왕비 남자 역.)

 

이분...

 

(↑육의: 노나라 국상 계환자의 아들 계손비 역)

 

아무튼 두 분을 기다리며 보고 있자니... 이거 중국에서 관객 스코어가 어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바타> 대신에 반강제적으로 이거 관람해야 했을 중국 관객들이 무지 불쌍해집니다ㅠㅠ(어느 기사에서 보니 공자 개봉관 확보하느라 아바타 내렸단 소리도..)

 

정말 듣기 좋고 사회발전에도 좋고 다 좋은, 몸에 좋은 약 같은 공자님 말씀을, 주윤발이라는 당의정 발라 내놓아도 어쩜 저리 재미가 없나요.

하긴 2시간 넘게 공자님 말씀을 주절주절주절 읊어댄다고 생각해보면, 그게 당연히 재미있을 리가 없습니다.

더구나 공자 인생의 축소판을 더욱 압축시켜놓은, 한마디로 공자 평전도, 공자 전집도 아닌, 공자 다이제스트 판을 영화로 본다는 건.

정말 영화관람이라는 측면에선 돈 아까운 일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작비는 천문학적으로 들었다는데 아마 배우 캐스팅비에 다 썼는지 그 돈 다 어디 발랐는지도 모르겠고.

 

듀나님 말씀처럼 차라리 드라마로 만들었으면 이것보단 더 임팩트 있을 거에요.

이 영화의 감독인 호매가 영화를 아주 드라마다운 호흡으로 느릿느릿하게 전개해놔서 더욱 그렇게 느껴집니다.

차라리 드라마였으면 떠도는 여정 중 만나는 사람들이며, 그 사람들의 개성이며 등등을 풀어낼 시간과 공간이 더 많았을 겁니다.

영화는 그냥 계속 축약축약축약의 무한반복이구요.

드라마로도 지금 제작됐는데 아직 방영 전입니다.

드라마 버전의 공자 역 배우도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라 기대는 되지만... 나와봐야...(한숨)

 

전 사실 호매 감독의 드라마 <한무대제>가 상당히 호평을 받은 터라, <공자>도 나름 기대했었습니다.

장예모보다 뻥을 쳐도 말이 되게 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근데 뚜껑 열어보니 진짜 개뿔...;;;

장예모가 암만 관제감독이니 변절했니 어쩌니 욕을 먹어도, 상업영화 볼 만하게 재미있게 만들어내는 데 있어선 대가 중의 대갑니다.

장쯔이의 좀비 연기로 대변되는 <연인>조차도 재미가 없진 않았다구요!

 

반면 호매 감독은.. <한무대제>도 사실 전형적인 중국본토사극답게 느릿느릿하거든요.

전에도 어느 분이 말씀하셨었는데.. 중국드라마, 특히 사극은 대사가 참 많아요.

인물 간의 독대씬 같은 데서 십분 넘는 대화는 다반사죠.

물론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재미를 느낄 수도 있는데, 문제는 그게 영화로 그대로 옮겨지며,

그 대사라는 게 또한 인물의 개성이나 심리, 상황 같은 게 함축적으로 드러나는 게 아닌, 경전의 구절을 줄줄 읊어대는 수준이니.. 

당연히 재미가 없지...ㅜ_ㅜ

중드의 느려 터진 전개에 십수년간 단련된 제가 봐도 졸릴 정도였으니, 다른 분들은 더하겠죠. 이게 영화야 다큐야 했을 듯.

(그래도 <한무대제>는 괜찮은 작품입니다. 일단 한무제 역의 배우 연기가 압권이고, 더 압권은 오프닝.

이건 간지 후덜덜 수준도 아니고, 그냥 '압도'적입니다!)

 

이 감독이 영화판 <홍루몽> 찍고 있다던데 이 흐름 그대로 가면... 

홍루몽의 원작과, 이 느릿한 호흡의 시너지 효과가 어찌 나올지는... 감도 안잡히는군요-_-;;(설마 영화에서 원작의 그 많은 시들을 줄줄 읊어댈 건??)

 

그런데 제 입장에선 딱 하나 건질 게 있어 그나마 좋았습니다.

 

남자 역의 주신이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나오는 분량은 특별출연 정도로 적은데, 한컷한컷이 정말 숨막힐 정도로 묘하게 신비스럽고 매력적이었단 말이죠.

제가 주신을 남달리 편애해서 그렇기도 합니다만.^^

 

특히 머리 풀어헤치고 편한 옷차림으로 풀밭에 엎드려있다 찾으러 나온 시녀들 피해 맨발로 달려가는 장면..!

 

 

전 분명 극장에서 봤는데 왜 본 기억이 안나죠? 짤렸던가요?-0-

아마 짤렸을 수도.... 제가 기억하는 첫등장은 위나라 궁궐씬에서 태자와의 대면이었으니.

 

극장에서 볼 때 첫 등장순간에 울려퍼지는 그 낭랑하면서도 허스키한 음성에 숑~ 가고, 콩깍지 오억만겹 씌인 눈엔 저 언니는 어쩜 저리 늙지도 않냐며 하악거리고,

이번에 티비에서 짤린 첫장면 보는 순간엔, 그 꾸미지 않은 천연의 매력이 작렬해주심에, 전 그야말로  '언니 그냥 절 발닦개로 써주세요ㅠㅠ'라며 엎어지고..ㅜㅜ

정말 구제불능의 주신 빠인거죠 전.

이빙빙도 좋지만 주신과 비교하면 전 그냥 주신올인모드인가봐요.(둘의 기획사인 화의형제공사의 여톱 자리가 이빙빙 win이 된 게 꽁기한 걸 보면. 원래는 주신인데.)

 

드라마에서든, 영화에서든, 어떻게 뭘로 나오든 세상 사람 같지 않은 묘한 매력이 있달까.

미모도 뛰어난 편이 아니고, 키도 작고, 한국 같으면 저 얼굴에 저 키로 어떻게 주연 자리 꿰찰까 싶을 수도 있는데,

그녀에겐 정말 불가사의한 매력이 있답니다.

일단 연기의 폭이 굉장히 넓고, 독특한 아우라와 매력이 있어요. 나름의 한계도 있지만.

사조영웅전이란 드라마에선 허스키한 목소리의 황용이라고 욕 먹었지만, 전 진짜 좋았는데..ㅜㅜ

 

<공자>에서도 그녀의 매력이 짧지만 십분 잘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권력을 추구하지만 속되진 않고, 공자의 '그렇게 총명하고 분별이 있으면서도 색을 좋아하는 여자는 처음 본다'라는 평처럼 극과 극의 면면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낸 듯합니다.

 

 

뭐랄까.. 그녀의 매력은 미묘하게 불균형한 듯하면서 그걸 자연스럽게 체화해 보여주는 듯한..?(아..말이 안되고 있어ㅠㅠ)

그런 면이 있는데... 영화에서도 그와 비슷하게 보입니다.(굉장히 속물적인 연기를 해도 묘하게 탈속한 듯한 느낌이 있어요. 천진해보이기도 하고.)

음.. 주신 부분만 다시 보며 정리를 더 해야될 필요를 느낍니다ㅠㅠ 죄송합니다.

 

그리고 계손비로 나왔던 육의는...

당신은 미안하지만 그냥 드라마 <삼국>에서 제갈무후님으로 계속 봅시다.

신랑이 영화 보면서 좀 얍삽하게 생겼는데, 라는 걸 전 팬심으로 '아냐, 분장이 그래서 그런거야!'라고 쉴드쳤지만... 어쩔 수 없죠;

근데 여긴 남자들 분장이, 특히 헤어스타일이 미모를 70%는 깎아먹어요. 머리를 홀딱 올려 상투 틀어도 더 이쁘게 해줄 수도 있는데 그거랑은 상관없는 머리모양입니다.

고로 이건 육의 잘못이 아님-_-v

(제가 이 영화에서 분노스러운 건 이 사람 비중. '대지진'도 그렇고 요즘 영화 나오면 분량 왜 이러시냐능..ㅠ.ㅠ)

 

 

총평: 영화로서 재미가 매우 떨어집니다. 그나마 드라마를 기대해봅니다. 그렇다고 드라마가 스펙타클하게 재미있을 거란 생각은 않습니다.

이정현이 아마 주신이 맡았던 '남자' 역일텐데 주신 빠의 입장에선 '글쎄....'란 회의가 가득.

갑자기 왜 '공자'였을까. 유교 전통과 의식 등은 문화혁명 때 죄다 쓸어버려 제사의식까지 한국에서 배워가놓고 이제 와서 그게 꽁기하게 걸렸나봅니다?

동양의 정신을 지배하는 유교도 우리가 원조라능!을 광고하고 싶었나.

아마 감독은 영화를 이렇게 만들고 싶진 않았을지도요. 아마 당국의 입김이 많이 들어갔겠죠?

윤발 형님은 한국 에서 이 영화로 너무 죽을 쑤셔서, 다음에 윤발 형님 주연 영화가 개봉할 수 있을까...?

<양자탄비>라는 영화 매우 기대중인데 말이죠. 제 입장에선 완전 종합선물세트!

 

덧. 케이블에서 번역이... 특히 호칭이 완전 직역이더군요.

부친(父親)은 그냥 부친, 부자(夫子)는 스승님도 아니고 그대로 부자!

물론 병음도 제대로 못 읽어 리무바이와 수련과 용과 호가 뒤섞인 번역도 맘에 안 들지만 저렇게 그대로 옮겨버리면 그것도 문제..;;

그래도 중국은 사극 만들 때 왕에 대한 호칭은 고증대로 지키는 편인듯 합니다.

저 당시는 공(公)이죠. 초나라 어느 왕부터인가 왕호를 썼고, 그 이후로는 왕, 그리고 부를 때는 대왕.

황제칭호는 진시황 부터니까요.

근데 한국은 왜 삼국시대부터 폐하냐며..-.-(고려야 칭제건원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중국 애들 '몽땅 다 내꺼' 심사도 맘에 안 들지만, 한국의 '크면 클수록, 거창하면 거창할수록 좋아'도 그다지....

 

 덧2. 요즘 드라마 <홍루몽> 감상 쓰고 있는 중인데 진짜 난감합니다.

한줄 요약하라면 그지없이 간단한데, 풀어 쓰라면 가씨 집안 가계도 설명해야지,

등장인물사전에만 133명인데, 걸르고 걸러 그나마 비중있는 인간들만 정리해도 수십 명 훌쩍 넘는 거 다 소개해야지..;

앞길이 첩첩합니다만.... 안쓰면 그만인데 왜 고민하고 앉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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