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를 하면 좀 가라앉는 감정이라니. 사람의 우울은 얼마나 간사한가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막막한 마음에

뽀드득 닦아놓은 접시와 포크들을 보니

위로랄지, 조금은 잠잠해졌어요 마음이.

 

아마 어제 이소라 공연에서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트랙3일거에요 아마)

를 듣다가 두른 모포로 연신 훔쳐내도 안 될 정도로 눈물이 흘렀던 이후일 텐데

 

계속 마음이 안 좋네요 언젠가 지산 락페에서 코린베일리래의

  'LIKE A STATR'를 듣다가 눈물을 흘리는 여자를 보았다란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어제 이소라 공연보다가 눈물 흘린 사람은 저 혼자는 아니겠죠 아니어야 해요 왠지 너무너무 창피했거든요

스모키 메이크업을 하고서는 처연하게 줄줄줄.

 

슬플 때 슬픈 음악을 듣는 것에 찬성하시나요 ?

 

왜 일부러 발랄한 음악을 들어봐요

페퍼톤스의 공원여행 같은 거요 하낫 둘셋 씩씩하게- 이런 가사라던가

 

이한철의 그 유명한 슈퍼스타요

괜찮아 잘 될거야 너에겐 빛나는 미래가 있어 이런 가사.

 

그럼 희안하고 부조리한 감정상태가 돼 버려요

전 차라리 청승의 극에 치받는게 낫다는 쪽인데.

정말 힘들 때는 좀 두렵기도 해요 그런 음악들이 있죠

이소라나 데미안 라이스.

듣기가 무섭기도 해요

 

징징거리는 걸 두려워해요

친구에게 먼저 청하지 못해요 위로나 공감을요

야근이라던가 데이트에 바쁠 친구들에게 망설여져요 나의 감정의 사치를 고하는 것이.

그래서 항상 "그때 되게 힘들었지"하고 과거형으로 얘기하곤 하는데.

 

많이 힘들어요 가끔. 아무때나 전화해도 받아줄거란 걸 아는데

세상에서 가장 힘들어요 전화하는 게.

 

사실은 나의 연인 앞에서 지금 제가 고독해요

나는 아무래도 그의 두번째 사랑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요

 

소라 언니는 '

사랑이 그대 마음에
차지않을땐 속상해 하지말아요
미움이 그댈 화나게 해도
짜증내지 마세요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우리가 가야하는 곳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라고 노래하네요

 

언니 언니 힘들어요 징징 . 손잡고 징징대고 싶은 목소리.그럼 어제 어떤 관객이 '힘내세요'했을 때

이쁘게 찡그리면서 "나 이런거 너무 싫더라. 왜 힘내래. 나 힘 막 내야 하는 거야" 한 거처럼 싫은 티내겠죠 후후.

 

사랑 안에서도 외로워요 나의 마음을 모두 말할 수 없고 말해서도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어요

나는 너에게 왜 첫번째가 될 수 없니 라고 말할 수 없고요 사랑한다고 매일 말해주는 그의 마음에

그가 아마도 죽을 때까지 못 잊을 정도로 상처를 준 연인이 살고 있다는 걸 알고요

정확히는 어머니도 아버지도 없는 나의 연인이 처음 사랑한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가끔 나도 그를 버리면 기억 속에서 나도 영원해지겠지 하는 미운 마음이 들 정도로 나는 그녀가 미워요. 아 끝없다. 뻘소리.

 

한번만 더 듣고 꺼야지. 이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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