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이 신에 대한 신념으로 종교를 가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다른 계기로, 심지어 뭔가 빼먹으려는 나쁜 의도를 가지고 종교를 가지는 경우도 있지요. 이 경우 피상적으로 겉에서 맴돌다 종교를 버리거나, 날라리 신자가 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처음에 입문한 계기가 뭐건 간에 신실한 신도가 되기도 하더군요. 그게 신에 대한 믿음이 생겨서인지, 이해관계가 너무 잘 맞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친구의 경우 한국에 있을 때 종교와는 좀 거리가 있었는데, 미국 유학 생활을 거치면서 기독교인이 되었더군요. 이 친구 외에도 미국에 가 있으면서 기독교인이 된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처음엔 "교회에 안가면 외로워서 견딜 수가 없다. 나한테 도움을 줄 만한 사람들이 모두 기독교인이다." 하는 이유로 "믿는 척이라도 하려고" 교회에 가는데, 한국에 돌아올 때면 열혈 신도가 되어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제 경우는 장례식에 갈 때마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부모님과 종교가 다르거나 부모님은 종교가 있는데 자식에게는 없는 경우, 돌아가신 후가 참 애매하더군요. 교회, 성당, 절 지인들에게 연락을 해줘야겠는데 평소 안면이 없으니 누구에게 어떻게 연락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장례 절차도 종교마다 조금씩 다른데 어떤 식을 따를지도 애매하고. 자식은 종교가 없는데 부모님이 "너한테 강요는 안하마. 하여간 난 천주교 묘지 예약했다."고 하시면, 돌아가신 후에 어색하게 난 믿지도 않는 종교의 묘지에 가서 부모님을 뵈야하나 하는 생각에 좀 머리가 복잡. 제가 딱 그런 경우인데 전 이러나 저러나 신실한 신자는 못될 것 같지만, 나중을 위해서라도 집안의 종교 전쟁은 곧 끝내려고 해요. 다행히 제가 절대 못믿을 종교를 믿지는 않으셔서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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