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같은 리스트를 집어넣다가

'그딴거 읽지도 않을거면서 왜사!!'라는 생각에

의외로 아주 가벼운 책을 집게 됐네요.

 

이책을 처음 본건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독일에서였습니다.

(뭔가 안네 프랑크 돋네요;; 가난한 배낭여행 중이었어요)

 

론리만을 신봉하고 그책 하나만을 낑낑거리며 모셔다니던 제 앞에서,

자전거로 유럽을 여행하던 배짱 좋은 어떤 친구 하나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이책 저책을 꺼내더라구요.

하나는 단편소설 명상서(?) 같은거였고, 하나는 바로 이책이었어요. 동유럽 여행기인데 굉장히 낡은 책...

그 자리에 앉아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내려갔죠. 만화라 술술 넘어가기도 했고 뭐랄까 그 이상의 재미가 있었어요.

저에게 여행서적의 개념을 확 바꿔놓은 책이랄까요?

전 사실 감상어린 여행도서를 정말 싫어라 하거든요. 오글오글 손발퇴갤;;

그런데 여행지 마다 기억에 남는 풍경을 직접 그려가며,

나름대로 작가만의 시그니쳐와, 정보와, 풍경과, 여러 기억이 잘 어우러진 - 그리고도 얇은! 그런 여행책이라니요.

진짜 이런 책 한권 들고 여행하고 싶다 - 또는 이렇게 그림그리고 영수증 붙이고 해가며 유유자적 여행하고 싶다! 하는 로망이 막 부풀었죠.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부분은, 루마니아를 뱀파이어의 나라로 생각해서 꼭 가고 싶었다고 말하면서

루마니아로 가는 기차의 공간을 펜으로 세밀하게 스케치한 컷- (정말 유럽 기차들의 침대칸을 생생하게 그렸어요)  

거기서 벼룩인가에 엄청 공격당해서 루마니아에 대한 로망이 확 사라졌다고 묘사한 부분이 정말 재밌었어요.

여행 루트에 없었던 루마니아에 가보고싶어졌을 정도...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당장 검색해서 그 책을 찾았죠.

작가도 출판사도 몰랐지만 '루마니아'에 대한 묘사 하나 그리고 일본 작가라는 정보만으로 쥐잡듯이 뒤졌더니

히라이 다카코, 이소다 가즈이치 라는 일본 부부가 쓴 시리즈더군요. 하지만 절판.. 

그리고 유럽을 당장 또 갈 일은 없다보니.. 그냥 뭐 그래 그런 책도 있었지 하면서 넘어갔어요~

나중에 다시 표지를 바꿔서 시리즈로 묶여서 나오게 된걸 알았고,

그 이후로도 인터넷 서점에서 몇만원 단위의 카트를 채우면서 조금 모자랄 때마다, 항상 위시 리스트에 있는 이녀석을 넣을까 말까 고민했지만

역시나 당장의 소용이 없다는 생각에 차마! 건드리지 않고 그냥 모셔만 놓았답니다.

 

그러다 *리브로 유혈사태*를 맞이해서.. 대체 어떤 책을 사야하나? 고민을 하다보니

가장 먼저 곁에 두고 당장 읽고 싶은 책을 사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고, 저는 가뿐하게 이 시리즈를 제일 먼저 카트에 넣었습니다.

1차 배송에서 다른 책들도 같이 왔지만, 역시나 이 책에 제일 먼저 손이 가더군요. 너무 뿌듯해요.

일본인이 동행과 함께 여행한다는 점에서 하루키의 여행기가 생각나기도 하고, 스케치나 음식에 대한 묘사는 약간 스노우캣 같은 면도 있지만

본인의 취향만큼이나 여행 자체의 묘미를 잘 살렸다는 점에서, 굉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혹시 카트에서 4500원 정도가 모자라신다면.. 한번 생각해보시길 ㅎ (차마 링크는 안걸게요)

이상 리브로갤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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