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지겨운 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신이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 모릅니다. 엄밀이 따지자면 저를 불가지론자라고 해야겠지만 무신론자라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죠. 아무리 열린 불가지론자라고 해도 세상의 모든 상상의 존재를 몽땅 불가지론으로 대할 수 없을 것인데 저에게는 신을 그 존재들보다 더 취급할 이유가 없습니다.

제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성종교가 말하는 신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신은 전능한 신으로 보기엔 너무나 인간적이고, 우주를 창조한 존재라고 하기에 너무나 지리적/문화적으로 국소성을 띄고 있고, 전지한 신이라고 하기에 인간이 발견한 과학적 지식에 비해 너무나 무지한 존재입니다.

인간과 같은 사회적 동물들이 마음을 형성하고 진화시킨 과정을 생각해 볼 때 신이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건 너무나도 믿기 힘듭니다. 인간은 타인에게 자신의 의지를 보이고 타인의 행동을 원하는대로 이끌어내기 위해 마음이라는 것을 진화시키고 특정한 감정들을 만들어 내었는데 신이 이런 것을 따라한다는 것은 참으로 의아합니다. 신의 모습을 한 인간의 아니라 인간의 모습을 한 신이죠. 그 이유가 인간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을 할 사람도 있겠죠. 그러나 전능한 신이라면 충분히 저급한 피조물의 방식이 아닌 자신의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을겁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종교가 신이 인간과 직접적으로 소통을 하다가 어느 시점부터 직접적인 소통을 약속한듯이 단절해버린 것도 의문 중 하나죠. 현대에도 간혹 신의 계시를 직접 받았다는 사람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언제 그들이 신적인 통찰과 비전을 보여준 적이 있던가요.

왜 모든 기성종교들은 한 지역에서 생겨났을까요. 왜 대부분 종교의 초기에는 그 신을 믿는 그 지역사람들만 선택된 사람들이라고 할까요. 왜 각 경전이나 율법에서 말하는 금기와 각종 지시사항들은 그 지역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까요. 범우주적 존재라면 그런 것을 초월해야 하는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왜 우주를 창조해놓고 티끌도 안되는 태양계의 지구, 그것도 일부 대륙의 일부 지역 사람들에게만 관심을 가지는 걸까요.

저마다 종교들은 그들만의 우주관을 내놓지만 현재 발견한 과학적 사실들과 일치하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20세기 이후의 발견한 과학적 사실들을 기록해 둘 법도 한데 그런 것도 없습니다. 철저히 그 때 당시의 우주관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이런 이유들이야 줄줄이 나열할 수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저런 이유들 때문에 저는 기성종교들이 인간이 만든 것이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과학을 포함하여 인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을 쌓으면 쌓을수록 기성종교들은 인간이 만들었을 거라는 개연성이 더 높아지더군요. 그 반대의 이유는 전혀 찾지 못했습니다. 과학자들 대부분이 기성종교의 신을 믿지 않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별로 좋지 않은 예일수도 있겠지만 단적으로 외계인의 존재가 인류 눈앞에 나타나기만 해도 부정되어질 종교는 한 두개가 아닐겁니다. 그만큼 기성종교들은 인간-지구-태양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말이 되죠. 차라리 저마다의 항성계를 관장하는 신들이 있다는 것이 더 받아들일만 합니다.

종교의 모순이나 해악을 차치하더라도 이런 이유들이 제가 기성종교의 신을 믿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증거가 없고 그 반대의 증거는 많기 때문에 믿지 않는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이 진리를 추구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저 또한 진리라고 생각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종교의 순기능을 논하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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