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제대로 본 월드컵

2010.06.27 12:14

이사무 조회 수:2483

저는 사실 축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학창시절에도 농구만 주로 했었고, 축구는 거의 안한데다가,  티비에서 해주는 축구경기는 한일전, 월드컵 본선경기, 정도만 봤었거든요.

흔히 축구 팬분들이 비난하는 월드컵 기간에만 보는 시청자죠.

 

2002년에도 거리응원은 질색했고, 시험기간이나 여러 이유로 시큰둥하게 본 적도 있었고, 결국 본 경기는 모두 한국 경기만 보고 말았습니다.

2006년도 한국 경기만 챙겨봤는데, 사실 떨어졌을 때도  그렇게 큰 아쉬움이나 미련 같은 건 없었구요.

 

 

그런데 올해는 축구 시합 시간 자체도, 제가 보기 좋은 시간 대였고, 티비로 못 보면, 인터넷으로도 고화질로 볼 수가 있어서 시청을 거의 다 했습니다.

우리나라 경기 뿐만 아니라 일본경기(상대편을 진심으로 응원하며;;)나 그 외에도 거의 어지간한 경기들은  꽤 본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축구도 꽤 재밌네라는 생각도 들고 물론, 한국의 경기가 제일 집중해서 보지만,  타 국가 경기도 재밌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직 16강 시작에 불과하지만....우리나라 경기가 끝난 시점에서 보고 들은 느낀점을 간단히 써보자면...

 

 

- 판정은 정말 총체적 난국이더군요.

 

제가 예전엔 우리나라 경기만 봐서 몰랐는데, 이번 월드컵은 다른 경기들도 보자면 정말  패널티 킥이나 퇴장, 골 무효 같은 그런 결정적인 판정 미스 말고도

별별 판정들이 다 있고,  심판들도 정말 제각각의 룰에... 엉망이더군요.

올림픽 보다 인기가 더 있다면 더 있는 월드컵이고 가장 규모가 큰 세계적 스포츠 대회일텐데, 21세기에도 저런식으로 판정해야 하는 것을 봐야하다니...싶더라구요.

말로는 '심판의 권위를 살리고 , 심판도 경기의 일부라느니'  '경기의 맥이 끊긴다느니' 하는 되도않는 소리를 블래터 등이 하는 걸로 아는데

정 안되면 양 팀별로 두번정도의 판정번복기회를 가지게 했으면 합니다. 리플레이야 보면 금방 나오는 거고,  그 정도야 뭐 크게 경기를 지연 시키지도 않을테고요.

그 이상으로 이상한 판정을 한다면 그건 심판을 영구제명 시켜야죠.

아웃되는 거나 골라인에도 원래 센서를 부착할 수 있다고 전 월드컵에서 들은 거  같은데, 그런 것도 왜 규정화 안하는 지도 의문입니다. 

 

 

- 박지성, 이영표, 공격진

 

2002년에 히딩크의 황태자니 뭐니 해서, 언론에서 주목하던 선수들이 꽤 많았는데, 결국 끝까지 남은 건 이 둘인 거 같네요. 다른 선수들이 실력이 떨어진 경우도 있고

나이가 들어서 은퇴한 경우도 있지만.... 여튼 이 둘만큼은 정말  보배같은 존재가 아닌 가 싶습니다.

특히 박지성은....사실 2006 월드컵때만 해도, 이 정도의 존재감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아르헨티나 전을 제외하면 정말 대단하더군요. 차범근을 동시대로 봤으면 이랬을까요?

이번 16강 패배후 정말 아쉬웠던 건, 이 둘의 플레이를 월드컵에서 다시 못 볼 거 같다는 거였죠.   게다가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그리고 오래된 골수팬도 아니지만

역대 월드컵을 보면서 이번만큼 공격진이 믿음직 스러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선제 골을 먹어도 바로 골은 넣어주고, 전 경기에서 어떻게든 득점은 해주며.. 예전에는 상상도 못한

패스나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플레이를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즐겁고 믿음직하고 그렇더군요.

 

골 결정력을 가지고 비난하는 분(저희 아버지)들이 많으시던데,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그걸 다 넣으면 우리가 브라질이지 한국인가?'  우리 수준은 아직 세계 톱클래스와는 거리가 있고

부족한건 부족한 데로 인정해야한다고 보기에.... 뭐 이정도만 해줘도 정말 행복했다고 할까요.

상식적으로 우리 축구는 발전 할 가능 성이 아직 더 많은 나라고, 또한 유망주라고해서  바르샤 유스로 초청받아 간 백승호니 레알 유스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김우홍이니...이런 애들이 자라서 얼마만큼 해줄 지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박지성이란 존재감은.... 당분간 쉽게 나올 거 같지가 않아요.

그래서 이번 월드컵이 너무 아쉽습니다. 박지성이 다음 월드컵에 나올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지금이 그 정점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아서요.

2002년의 주역들이....그리고 그 마지막 선수들이 사라져 간다는 것이 마치 가까운 사람의 마지막처럼 느껴져서 밤내내 가슴이 먹먹하더라구요.

 

 

- 일본.....

 

 

평소에 일본 애니메이션도 많이 보고,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메카닉 애니 덕후이기에, 일본 경기는 3경기 모두 실시간으로 보면서 상대팀을 응원했습니다만(?)

결국 일본이 잘 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일본이 그렇게 잘하는 건가라는 데는 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카메룬 전이야 아시다시피 손꼽히는 졸전이었고, 네덜란드전은 수비는 확실히 잘했지만, 네덜란드 자체의 아쉬움도 있었죠. 그리고 덴마크전은..... 분명히 잘 했습니다. 잘했습니다만,  그만큼 운이나 심판덕도 많이 본 경기라고 생각됩니다.  덴마크가 골대를 맞추거나, 혹은 일본 수비수가 박스안에서 핸드링을 했지만 그냥 넘어가준 것도 있지만(기성용처럼) 무엇보다 가장 주목할 만한건 프리킥이죠.  분명히 그림같이 두골이나 들어갔고 잘 들어갔습니다만,  보통 프리킥이란게 그렇게 쉽게(?) 그리고 한두번만에 들어가진 않자나요.(무진장 차야 그런게 하나 나올까 하던 거 같던데)  그만큼 일본 선수들이 잘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박주영의 슛이 바에 맞고 튕긴 것처럼..... 혹은 수많은 유명 선수들이 날린 수많은 프리킥을 보면, 분명히 운이 많이 따랐다고 봐요.  세번째 득점이야, 비기면 지는 상황의 덴마크가 2점을 뒤져서 무리한 공격끝에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구요. 

그래서 일본의 실력을 알 수있는  파라과이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만... 이번은 시청 안하려구요. 자꾸 제가 일본의 상대팀을 응원하면 일본이 잘하는 느낌이 들어서요.

 

 

 

 

 

여튼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의 일정은 끝났고, 아쉽지만 잘했다고 봅니다.  가루가 될정도로 욕먹은 허정무나 염기훈, 오범석.... 그리고 이동국(좀 다른 경우지만)선수도 애썼고,

4년뒤를 기대해야겠지만,  아시안컵이나 다른 경기들도 있으니 앞으론 잘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야구만 간간히.....그것도 롯데만 오랜세월 봐온 사람으로서 그 애정을 축구로 돌려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 월드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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