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오프닝부터 이야기의 전체적인 톤이 어떨거라는걸 미리 보여주는듯 했어요. 그간 영화의 미감을 초장부터 훼손시키던 투자사들의 이름들을 오프닝 크레딧의 마지막에, 그것도 띄어쓰기와 줄바꿈도 없이, 조그만 네모칸에 쑤셔박듯 나열합니다. 감독과 제작진의 짓궂은 장난에 난감해하는 투자사의 담당자들의 곤혹스러운 미소가 눈에 그려집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이 영화가, 혹은 봉준호 감독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그렇게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인게 영화가 하는 이야기에 가까울것 같아요.
영화를 상품으로 보든, 예술로 보든 수십, 수백억을 들여 수백명이 완성한 작품의 이마빡에 창투사의 이름을 제일 먼저 박아넣는 행위를 즐거워할 감독, 제작자, 편집자는 없을테니까요. 어쨋든 표준 근로계약서처럼 이 부분도 좀 화제가 되어서 변화가 있으면 좋겠네요.
오 정말이지 영화 외적인 영화 제작 환경까지도 봉준호 감독이 변화시키는 것 같아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그동안 한국 영화계의 후진성이 상대적으로 느껴져 씁쓸한 생각도 들지만 이제라도 많이 바뀔 수 있다면 다행인 거죠. 기생충 빨리 보고 싶습니다.